"가해자는 직장서 일하고 피해자는 길거리로 내몰려"
: 2011.11.2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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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류종은 기자 =
제조업 사업장 안에서 발생한 성희롱으로 인한 적응장애 및 불안우울증이 최초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면서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사건'에 대한 정부와 현대차의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박상철)은 29일 오전 10시께 서울 중구 무교동 여성가족부 앞에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산재승인'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차와 정부는 피해 여성노동자의 고통과 눈물을 닦아주고 반드시 현장으로 복귀시켜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25일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는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하다 성희롱 사실을 폭로한 뒤 해고된 박모씨(46·여)에 대해 산재를 인정했다. 이는 제조업 사업장에서 발생한 성희롱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첫 번째 사례다. 박씨의 대리인 권수정씨는 "피해자 입장에서 직장 내 성희롱이 산재로 승인된 것은 마땅히 기뻐할 일"이라며 "그러나 서울 상경농성을 시작한지 181일이 되는 오늘까지 가해자는 현장에서 일하고 있고 피해자는 차가운 겨울 길바닥에 있는 현실이 슬프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마음의 병을 얻고 살아가는 피해자가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여성가족부는 적극 나서야 한다"며 덧붙였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이번 산재인정은 사건의 당사자 박씨가 그만큼 힘들어한다는 사실을 인정받은것"이라며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는 181일간 더위와 추위에도 싸운 박씨의 원직복직을 추진하고 성차별이 난무하고 위계적인 조직문화를 척결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밝혔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여성노동자에 대한 성희롱은 비정규직의 확산과 그 맥을 같이 한다"며 "재고용에 대한 미끼로 남성관리자들은 여성노동자들을 일상적으로 희롱하고 폭행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불안정한 노동의 핵심적인 문제는 파견노동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불안정한 고용은 여성노동자들의 성희롱을 가져오는 구조적 문제라고 꼬집었다. 금속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박씨는 14년동안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업체에서 품질검사직원으로 근무하다 2009년 4월께 회사 관리자 이모 소장과 정모 조장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성희롱을 당했다. 박씨는 성희롱으로 인해 적응장애와 불안우울증을 얻었고 지난 7월22일 산재를 접수한지 4개월만에 산재승인을 받았다. 박씨와 대리인 권씨는 지난해 9월 국가인권위원회에 박씨의 피해상황에 대해 진정했다. 지난 1월18일 공개된 인권위의 결정문에 따르면 성희롱 가해자 이 소장과 정 조장의 가해사실이 모두 인정돼 각 300만원과 6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박씨에게 지급하도록 권고했다. 또 인권위는 당시사장이던 임모씨가 성희롱 진정을 이유로 박씨에게 고용상 불이익을 줬고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와 성희롱 예방의무를 소홀히 한 점을 인정해 900만원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도록 권고했다. 한편 기자회견을 마치고 박씨와 대리인 권씨는 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과 면담을 위해 여성가족부로 들어갔다. <뉴시스 펌> 여성가족부는 여성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