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안 2>
홈페이지 기획에서 운영까지
▣ 들어가며
이제 인터넷은 생활이다. 노동운동 진영도 예외는 아니어서 민주노총은 물론 산하 연맹도 홈페이지가 없으면 이상할 정도이다. 노동일보나 매일노동뉴스에서 벌이고 있는 1노조 1홈페이지 갖기 운동은 홈페이지 개설 붐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나 작년 가을부터 시작된 노동운동진영의 홈페이지 붐은 내용보다는 형식에 치우친 감이 많다. 누가 만드니까, 언론에서 매일 인터넷 노래를 부르니까, 친구 따라 강남 가듯 만든 노조 홈페이지들은 지금 아무도 찾지 않는 시베리아 광야처럼 썰렁하기만 하다. 초국적 자본주의 시대에 하루가 다르게 디지털화, 파편화 되어 가고 있는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도구를 인터넷이라 한다면 기존의 노동조합 홈페이지들은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1백년전 레닌은 전국에 모래알처럼 흩어져있는 선진노동자들을 엮어내고 교육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전국적 정치신문 '이스크라'를 창간하였다. 그 당시에는 배포조직을 건설하는 것이야말로 조직/선전/교육을 한 데 묶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투쟁 무기로 인식한 것이리라. 1백년이 지난 지금 21세기의 이스크라는 바로 인터넷이라 생각된다. 인터넷이야말로 조합원을 조직/선전/교육해내고, 산별노조의 가장 중요한 토대인 공동체의식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중요한 투쟁 무기이다.
▣ 본 론
▶ 홈페이지 개설의 일반적인 절차
가. 도메인 등록
- 등록기관 : 국내도메인(http://www.krnic.net),국외도메인(http://www.doregi.com)
나. 기획 및 제작
- 서버의 위치 : 웹호스팅, 서버호스팅, 자체서버
- 제작 주체 : 자체제작, 제작의뢰(노동넷, 노동자정보통신 지원단, laborpia, 기타)
다. 홈페이지 등록 : 민주노총(nodong.org), 진보넷(jinbo.net), 노동넷(nodong.net) 노조넷(nozo.net) 등의 노동운동 관련 단체 및 야후, 라이코스, 알타비스타 등의 검색엔진에 등록
라. 조합원 홍보 및 운영
▶ 홈페이지 제작의 경향
- 초기 : 화려한 디자인 위주의 외형적 모양 중시
- 중기 : 다양한 정보 제공
- 최근 : 전문적인 정보제공,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하는 허브사이트
≫ 노동조합 홈페이지 제작의 경향 : 화려하지만 촌스러운 메인화면 사진, 노조소개, 투쟁소식 전달, 자유게시판 등 천편일률적인 메뉴에서 최근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기 시작하고 있음(전교조 자료실, 민주노총의 노동서점 등)
▶ 기획단계에서 검토해볼 사항
가. 홈페이지 방문 대상은 분명한가
많은 노동조합의 홈페이지가 특별한 타깃 방문 대상자를 고려함이 없이 노조소개(이는 외부인을 위한 것일 듯), 자유게시판, 투쟁소식(조합원용), 자료실 등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홈페이지 개설의 근본적인 성찰 없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용자, 상급단체, 하부단체용 메뉴와 더불어 특히 조합원의 세부적인 구분이 필요하다. 이 부분에서는 전교조(www.ktu.or.kr)의 자료실 메뉴를 참고해볼 필요가 있다. 조합원을 세분하여 필요에 맞게 사립학교자료, 교과학습자료, 초등자료 등 배려를 하고 있다. 이처럼 조합원을 세분화하여 필요에 맞는 자료나 소식 등을 제공함으로써 조합원의 자연스런 호감과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런데도 게시판에 올라온 조합원의 글 중에서 초등, 중등지회등으로 구분해달라는 요청은 음미해 볼 만하다.
나. 담당자의 운영능력은 어느 정도인가
대개 홈페이지를 처음 제작하는 노동조합은 외부에 의뢰를 하게 된다. 제작이 끝나면 홈페이지를 제작했다는 흐뭇함에 빠져 스스로 대견해 하며 주위에 자랑하게 된다(특히 위원장). 그러나 그 뿐 시간이 갈수록 처음에 호기심에 들어왔던 조합원들이 하나 둘씩 빠져나가고 다시는 찾지 않는다. 볼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일주일이 지나고 한달, 두달이 지나면 홈페이지는 그야말로 날 찾는 이 없는 적막강산이다. 상황이 이쯤되면 슬슬 욕이 나오고(특히 위원장), 조합원들의 참여부족을 탓하거나 홈페이지 변경에 머뭇거리는 제작자를 욕하게 된다(본전 생각하면서). 아예 홈페이지를 포기하는 노조도 있게 된다.
이는 한참 잘못된 것이다. 전담 운영자가 없는 홈페이지는 잘 될 수가 없다. 특히 산별을 지향하는 초기업노조(또는 연맹)는 반드시(?) 홈페이지의 관리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적은 상근인원으로 홈페이지 전담요원을 두는 것은 아직까지도 홈페이지 운영이 조직활동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어려울 지 모른다. 그러나 전담자가 없는 홈페이지는 절대 활성화될 수 없다. 전담자는 처음에는 외부제작을 의뢰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기획단계에서 반드시 참여하여야 하며(컨텐츠는 기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제작 후에는 운영자가 업데이트를 책임져야 한다. 운영에 필요한 교육은 필수조건이다.
다. 조직의 특성에 맞는 컨텐츠를 개발하자
노동조합이 타 노동조합과 구별되듯이 홈페이지의 구성도 다른 노조 홈페이지와 구별되는 컨텐츠가 있어야 한다. 노동자라는 공통사항 외에는 타 조합원들과 구분되는 조합원들의 칼라가 있기 때문이다. 병원노동자와 금속노동자, 증권노동자, 교사들은 분명히 생활문화와 관심분야가 다르다. 홈페이지 개설의 가장 중요한 목표중의 하나가 실세계에서 만나기 어려운 조합원들과 온라인으로 대화하는 것이다. 이들의 욕구와 불만을 파악하고 이들에게 어떠한 서비스를 해줄 것인지는 아무리 고민해도 지나침이 없다. 현재 대부분의 연맹이상 홈페이지는 단위노조 간부 이상만을 대상으로 컨텐츠가 구성되어 있다(의식했건 안했건). 그런 점에서 전교조의 홈페이지에 일반 조합원들의 활발한 참여는 배울 점이 많다.
라. 조합원들의 인터넷 접속 환경에 맞게 내용을 꾸미자
요즈음은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대형 사진을 메인 화면에 제시하는 홈페이지를 가끔 볼 수 있다. 또한 멋있게 만든다고 플래쉬 등으로 도배를 한 곳도 있다. 그러나 이는 홈페이지의 로딩 속도를 현저히 떨어뜨리게 된다. 아직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인터넷 접속환경이 좋지 못하다. 모뎀 사용자가 대부분이며, 회사에 전용선이 깔려 있다 하더라도 보통 회사의 컴퓨터들은 그리 좋은 사양이 아니다. 투쟁사진 하나 볼려고 2∼3분씩 기다릴 조합원은 없다. 홈페이지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사진이나 화려한 그래픽이 아닌 내용의 다양함과 충실함에 있다.
마. 조직의 대 사용자층에 대한 고려를 하자.
작년인가 모 생명보험에서 파업할 때 조합원들이 신나게 외치던 구호가 생각난다. "○○○ 씹새끼, ×같은 새끼 온갖 욕설로 맞서리라!" 이때 호명되던 사용자는 얼굴이 뻘게져서 어쩔줄 몰라 했다. 똑같지는 않지만 예를 들어서 연맹이나 지역본부에서 부당노동행위를 일삼는 사용자가 있다면 그를 패러디해서 올릴 수 있을 것이다(물론 근거는 갖추어서). 이 자체로 부당노동행위가 종식되지는 않겠지만 효과는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매월 Best, Worst 경영자를 선정해서 공표하고 베스트에는 축하화분을, 워스트에는 된장을 선물한다면? 아무튼 대 사용자에 대한 홈페이지의 내용은 가치가 있다고 본다.
바. "이거 하나만은" 하는 것을 꼭 선정하자
노동조합 홈페이지들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가 특징이 없다는 점이다. 어느 곳을 들어가보나 비슷한 것 같다. "어느 노조보다도 이것 하나 만큼은 우리 홈페이지가 젤 나아" 하는 것이 있으면 좋겠다. 노조 홈페이지에도 개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운영단계에서 검토해볼 사항
가. 오프라인의 뒷받침 없이 온라인의 성공 없다.
홈페이지를 잘 만들고 운영하는 것은 신문을 잘 만드는 것보다 몇 배 힘들다. 그런데 대부분의 조직이 신문을 만드는 인력은 몇 명이어도 홈페이지는 전담자 한 사람도 찾아보기 어렵다. 각종 자료실 하나만 보더라도 각 국실 간부들의 협조 없이는 곤란하다. 산하조직 간부들의 도움 없이 홈페이지가 활성화될 수는 없다. 아예 지역본부나 연맹의 홈페이지 주소를 모르는 조합원들도 꽤 많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보면 오프라인에서 잘 조직되고 활발한 조직이 온라인에서도 조합원들의 참여가 활발하다. 컨텐츠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간부들의 목적의식적인 홍보가 있기 때문이다. 상업사이트들은 수억원의 경품을 내걸면서 홍보를 하려한다. 이들보다 훨씬 우위에 있는 노조가 조합원들에게 홍보를 못해내는 것은 조직력 자체의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 간부는 홈페이지 운영의 주체이다. 운영자는 그것을 총괄하는 역할일 뿐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홈페이지는 신문 만드는 것보다 몇 배 어렵다. 집행부의 절대적인 인적, 물질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보통 홈페이지에 들이는 돈은 많이 꺼리는 경향이다. 물론 그 효과가 뚜렷이 검증되지 못해서라고들 말하지만 투자 없이 소득 없다. 대표적인 비교로는 신문 제작과의 차별을 들 수 있다. 수백만원을 들여 한달에 한 번씩 신문 한 부를 발행하는 데에는 오히려 자랑스러워 하면서 수십만원의 홈페이지는 아까워한다. 심한 경우는 운영자 교육비 몇만원도 아까워 하는 걸 본 적이 있다.
다. 조합원 스스로 컨텐츠를 재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훌륭한 노조홈페이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조합원들이 틈만나면 들어와서 놀고 소식을 보고 필요한 자료도 다운 받아가며 필요하면 글도 올리고 하는 홈페이지일 것이다. 그러나 가장 훌륭한 홈페이지는 관리자의 관리가 필요없는 홈페이지다. 조합원들 사이에서 홈페이지 내에서 커뮤니티가 형성된다면 조합원들은 스스로 작은 영역의 관리자 역할을 하며 홈페이지를 발전시켜 나간다.(통신 시절에 동호회들의 시솝을 보라.)
라. 배너 등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살리자(단위노조 홈페이지마다 조직의 배너 게시)
최근 사무금융노련의 조회수가 부쩍 늘어 하루 300여회에 이른다. 물론 7만 조합원에 비해서는 세발의 피도 되지 않지만 이나마 조회수가 늘어난 것은 산하의 축협과 농협 조합원들이 자기노조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배너를 통해 들어온 숫자가 큰 역할을 했다. 아마 노조 홈페이지에서 가장 잘 되는 부분이 이 상호간의 배너광고일 것이다. 다만 규격은 통일 시켜야 할 듯 싶다. 크기가 제각각인 배너는 페이지를 혼란스럽게 하고 천박하게 만든다.
마. 운영의 원칙을 세우자(게시판 삭제의 근거와 권한 등을 사전에 게시하자)
홈페이지 운영자의 가장 큰 고충 가운데 하나가 이 게시판 글 삭제일 것이다. 누구를 비방하는 글이 그것인데 어떤 의도로 올렸는 지 심증은 가지만 언로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섣불리 삭제하지를 못한다. 여기서 삭제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는 논쟁은 실익이 없다는 생각이다. 다만 홈페이지는 어디까지나 조직의 홈페이지라는 점이다.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다는 자유가 조직이나 선의의 개인에게 커다란 상처가 되는 것은 문제일 것이다. 신문에 그런 글을 싣는 조직은 없을 것이다. 사전에 글을 삭제 할 수 있는 권한을 어느 단위에서건 주고, 이를 게시판에 안내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 맺으며
홈페이지 제작과 운영이 아직 조직의 핵심 과제로는 누구도 생각하고 있지 않은 듯 하다. 조직의 주요 간부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운영자 스스로 가치를 폄하하는 경우도 본 적이 있다. 홈페이지의 기획과 운영은 우리 운동의 가장 순결한 부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산별의 토대를 준비하고 수만명의 조합원과 집행부가 대화를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무기가 홈페이지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 홈페이지의 역할은 점점 커지게 될 것이고, 또 그래야 한다고 본다. 운영자 스스로 가치와 역할을 높이고 기술도 성실히 습득하는 쟁이 기질이 필요한 것 같다.
홈페이지 기획에서 운영까지
▣ 들어가며
이제 인터넷은 생활이다. 노동운동 진영도 예외는 아니어서 민주노총은 물론 산하 연맹도 홈페이지가 없으면 이상할 정도이다. 노동일보나 매일노동뉴스에서 벌이고 있는 1노조 1홈페이지 갖기 운동은 홈페이지 개설 붐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나 작년 가을부터 시작된 노동운동진영의 홈페이지 붐은 내용보다는 형식에 치우친 감이 많다. 누가 만드니까, 언론에서 매일 인터넷 노래를 부르니까, 친구 따라 강남 가듯 만든 노조 홈페이지들은 지금 아무도 찾지 않는 시베리아 광야처럼 썰렁하기만 하다. 초국적 자본주의 시대에 하루가 다르게 디지털화, 파편화 되어 가고 있는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도구를 인터넷이라 한다면 기존의 노동조합 홈페이지들은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1백년전 레닌은 전국에 모래알처럼 흩어져있는 선진노동자들을 엮어내고 교육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전국적 정치신문 '이스크라'를 창간하였다. 그 당시에는 배포조직을 건설하는 것이야말로 조직/선전/교육을 한 데 묶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투쟁 무기로 인식한 것이리라. 1백년이 지난 지금 21세기의 이스크라는 바로 인터넷이라 생각된다. 인터넷이야말로 조합원을 조직/선전/교육해내고, 산별노조의 가장 중요한 토대인 공동체의식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중요한 투쟁 무기이다.
▣ 본 론
▶ 홈페이지 개설의 일반적인 절차
가. 도메인 등록
- 등록기관 : 국내도메인(http://www.krnic.net),국외도메인(http://www.doregi.com)
나. 기획 및 제작
- 서버의 위치 : 웹호스팅, 서버호스팅, 자체서버
- 제작 주체 : 자체제작, 제작의뢰(노동넷, 노동자정보통신 지원단, laborpia, 기타)
다. 홈페이지 등록 : 민주노총(nodong.org), 진보넷(jinbo.net), 노동넷(nodong.net) 노조넷(nozo.net) 등의 노동운동 관련 단체 및 야후, 라이코스, 알타비스타 등의 검색엔진에 등록
라. 조합원 홍보 및 운영
▶ 홈페이지 제작의 경향
- 초기 : 화려한 디자인 위주의 외형적 모양 중시
- 중기 : 다양한 정보 제공
- 최근 : 전문적인 정보제공,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하는 허브사이트
≫ 노동조합 홈페이지 제작의 경향 : 화려하지만 촌스러운 메인화면 사진, 노조소개, 투쟁소식 전달, 자유게시판 등 천편일률적인 메뉴에서 최근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기 시작하고 있음(전교조 자료실, 민주노총의 노동서점 등)
▶ 기획단계에서 검토해볼 사항
가. 홈페이지 방문 대상은 분명한가
많은 노동조합의 홈페이지가 특별한 타깃 방문 대상자를 고려함이 없이 노조소개(이는 외부인을 위한 것일 듯), 자유게시판, 투쟁소식(조합원용), 자료실 등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홈페이지 개설의 근본적인 성찰 없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용자, 상급단체, 하부단체용 메뉴와 더불어 특히 조합원의 세부적인 구분이 필요하다. 이 부분에서는 전교조(www.ktu.or.kr)의 자료실 메뉴를 참고해볼 필요가 있다. 조합원을 세분하여 필요에 맞게 사립학교자료, 교과학습자료, 초등자료 등 배려를 하고 있다. 이처럼 조합원을 세분화하여 필요에 맞는 자료나 소식 등을 제공함으로써 조합원의 자연스런 호감과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런데도 게시판에 올라온 조합원의 글 중에서 초등, 중등지회등으로 구분해달라는 요청은 음미해 볼 만하다.
나. 담당자의 운영능력은 어느 정도인가
대개 홈페이지를 처음 제작하는 노동조합은 외부에 의뢰를 하게 된다. 제작이 끝나면 홈페이지를 제작했다는 흐뭇함에 빠져 스스로 대견해 하며 주위에 자랑하게 된다(특히 위원장). 그러나 그 뿐 시간이 갈수록 처음에 호기심에 들어왔던 조합원들이 하나 둘씩 빠져나가고 다시는 찾지 않는다. 볼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일주일이 지나고 한달, 두달이 지나면 홈페이지는 그야말로 날 찾는 이 없는 적막강산이다. 상황이 이쯤되면 슬슬 욕이 나오고(특히 위원장), 조합원들의 참여부족을 탓하거나 홈페이지 변경에 머뭇거리는 제작자를 욕하게 된다(본전 생각하면서). 아예 홈페이지를 포기하는 노조도 있게 된다.
이는 한참 잘못된 것이다. 전담 운영자가 없는 홈페이지는 잘 될 수가 없다. 특히 산별을 지향하는 초기업노조(또는 연맹)는 반드시(?) 홈페이지의 관리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적은 상근인원으로 홈페이지 전담요원을 두는 것은 아직까지도 홈페이지 운영이 조직활동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어려울 지 모른다. 그러나 전담자가 없는 홈페이지는 절대 활성화될 수 없다. 전담자는 처음에는 외부제작을 의뢰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기획단계에서 반드시 참여하여야 하며(컨텐츠는 기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제작 후에는 운영자가 업데이트를 책임져야 한다. 운영에 필요한 교육은 필수조건이다.
다. 조직의 특성에 맞는 컨텐츠를 개발하자
노동조합이 타 노동조합과 구별되듯이 홈페이지의 구성도 다른 노조 홈페이지와 구별되는 컨텐츠가 있어야 한다. 노동자라는 공통사항 외에는 타 조합원들과 구분되는 조합원들의 칼라가 있기 때문이다. 병원노동자와 금속노동자, 증권노동자, 교사들은 분명히 생활문화와 관심분야가 다르다. 홈페이지 개설의 가장 중요한 목표중의 하나가 실세계에서 만나기 어려운 조합원들과 온라인으로 대화하는 것이다. 이들의 욕구와 불만을 파악하고 이들에게 어떠한 서비스를 해줄 것인지는 아무리 고민해도 지나침이 없다. 현재 대부분의 연맹이상 홈페이지는 단위노조 간부 이상만을 대상으로 컨텐츠가 구성되어 있다(의식했건 안했건). 그런 점에서 전교조의 홈페이지에 일반 조합원들의 활발한 참여는 배울 점이 많다.
라. 조합원들의 인터넷 접속 환경에 맞게 내용을 꾸미자
요즈음은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대형 사진을 메인 화면에 제시하는 홈페이지를 가끔 볼 수 있다. 또한 멋있게 만든다고 플래쉬 등으로 도배를 한 곳도 있다. 그러나 이는 홈페이지의 로딩 속도를 현저히 떨어뜨리게 된다. 아직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인터넷 접속환경이 좋지 못하다. 모뎀 사용자가 대부분이며, 회사에 전용선이 깔려 있다 하더라도 보통 회사의 컴퓨터들은 그리 좋은 사양이 아니다. 투쟁사진 하나 볼려고 2∼3분씩 기다릴 조합원은 없다. 홈페이지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사진이나 화려한 그래픽이 아닌 내용의 다양함과 충실함에 있다.
마. 조직의 대 사용자층에 대한 고려를 하자.
작년인가 모 생명보험에서 파업할 때 조합원들이 신나게 외치던 구호가 생각난다. "○○○ 씹새끼, ×같은 새끼 온갖 욕설로 맞서리라!" 이때 호명되던 사용자는 얼굴이 뻘게져서 어쩔줄 몰라 했다. 똑같지는 않지만 예를 들어서 연맹이나 지역본부에서 부당노동행위를 일삼는 사용자가 있다면 그를 패러디해서 올릴 수 있을 것이다(물론 근거는 갖추어서). 이 자체로 부당노동행위가 종식되지는 않겠지만 효과는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매월 Best, Worst 경영자를 선정해서 공표하고 베스트에는 축하화분을, 워스트에는 된장을 선물한다면? 아무튼 대 사용자에 대한 홈페이지의 내용은 가치가 있다고 본다.
바. "이거 하나만은" 하는 것을 꼭 선정하자
노동조합 홈페이지들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가 특징이 없다는 점이다. 어느 곳을 들어가보나 비슷한 것 같다. "어느 노조보다도 이것 하나 만큼은 우리 홈페이지가 젤 나아" 하는 것이 있으면 좋겠다. 노조 홈페이지에도 개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운영단계에서 검토해볼 사항
가. 오프라인의 뒷받침 없이 온라인의 성공 없다.
홈페이지를 잘 만들고 운영하는 것은 신문을 잘 만드는 것보다 몇 배 힘들다. 그런데 대부분의 조직이 신문을 만드는 인력은 몇 명이어도 홈페이지는 전담자 한 사람도 찾아보기 어렵다. 각종 자료실 하나만 보더라도 각 국실 간부들의 협조 없이는 곤란하다. 산하조직 간부들의 도움 없이 홈페이지가 활성화될 수는 없다. 아예 지역본부나 연맹의 홈페이지 주소를 모르는 조합원들도 꽤 많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보면 오프라인에서 잘 조직되고 활발한 조직이 온라인에서도 조합원들의 참여가 활발하다. 컨텐츠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간부들의 목적의식적인 홍보가 있기 때문이다. 상업사이트들은 수억원의 경품을 내걸면서 홍보를 하려한다. 이들보다 훨씬 우위에 있는 노조가 조합원들에게 홍보를 못해내는 것은 조직력 자체의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 간부는 홈페이지 운영의 주체이다. 운영자는 그것을 총괄하는 역할일 뿐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홈페이지는 신문 만드는 것보다 몇 배 어렵다. 집행부의 절대적인 인적, 물질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보통 홈페이지에 들이는 돈은 많이 꺼리는 경향이다. 물론 그 효과가 뚜렷이 검증되지 못해서라고들 말하지만 투자 없이 소득 없다. 대표적인 비교로는 신문 제작과의 차별을 들 수 있다. 수백만원을 들여 한달에 한 번씩 신문 한 부를 발행하는 데에는 오히려 자랑스러워 하면서 수십만원의 홈페이지는 아까워한다. 심한 경우는 운영자 교육비 몇만원도 아까워 하는 걸 본 적이 있다.
다. 조합원 스스로 컨텐츠를 재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훌륭한 노조홈페이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조합원들이 틈만나면 들어와서 놀고 소식을 보고 필요한 자료도 다운 받아가며 필요하면 글도 올리고 하는 홈페이지일 것이다. 그러나 가장 훌륭한 홈페이지는 관리자의 관리가 필요없는 홈페이지다. 조합원들 사이에서 홈페이지 내에서 커뮤니티가 형성된다면 조합원들은 스스로 작은 영역의 관리자 역할을 하며 홈페이지를 발전시켜 나간다.(통신 시절에 동호회들의 시솝을 보라.)
라. 배너 등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살리자(단위노조 홈페이지마다 조직의 배너 게시)
최근 사무금융노련의 조회수가 부쩍 늘어 하루 300여회에 이른다. 물론 7만 조합원에 비해서는 세발의 피도 되지 않지만 이나마 조회수가 늘어난 것은 산하의 축협과 농협 조합원들이 자기노조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배너를 통해 들어온 숫자가 큰 역할을 했다. 아마 노조 홈페이지에서 가장 잘 되는 부분이 이 상호간의 배너광고일 것이다. 다만 규격은 통일 시켜야 할 듯 싶다. 크기가 제각각인 배너는 페이지를 혼란스럽게 하고 천박하게 만든다.
마. 운영의 원칙을 세우자(게시판 삭제의 근거와 권한 등을 사전에 게시하자)
홈페이지 운영자의 가장 큰 고충 가운데 하나가 이 게시판 글 삭제일 것이다. 누구를 비방하는 글이 그것인데 어떤 의도로 올렸는 지 심증은 가지만 언로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섣불리 삭제하지를 못한다. 여기서 삭제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는 논쟁은 실익이 없다는 생각이다. 다만 홈페이지는 어디까지나 조직의 홈페이지라는 점이다.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다는 자유가 조직이나 선의의 개인에게 커다란 상처가 되는 것은 문제일 것이다. 신문에 그런 글을 싣는 조직은 없을 것이다. 사전에 글을 삭제 할 수 있는 권한을 어느 단위에서건 주고, 이를 게시판에 안내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 맺으며
홈페이지 제작과 운영이 아직 조직의 핵심 과제로는 누구도 생각하고 있지 않은 듯 하다. 조직의 주요 간부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운영자 스스로 가치를 폄하하는 경우도 본 적이 있다. 홈페이지의 기획과 운영은 우리 운동의 가장 순결한 부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산별의 토대를 준비하고 수만명의 조합원과 집행부가 대화를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무기가 홈페이지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 홈페이지의 역할은 점점 커지게 될 것이고, 또 그래야 한다고 본다. 운영자 스스로 가치와 역할을 높이고 기술도 성실히 습득하는 쟁이 기질이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