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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펌]참여정부의 자주국방 - 기회주의적 의지와 빈약한 지도력으로 불가능할 것

작성일 2003.09.08 작성자 통일위원회 조회수 2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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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의 자주국방, 어디로 갈까

[기고] 기회주의적 의지와 빈약한 지도력으로 불가능할 것

강정구 / 동국대 교수

6.15공동선언 3주년을 맞아 골프를 치던 노 대통령이 두 달 뒤인 8.15에서는 공동선언은 남북한만의 합의가 아닌 세계를 향한 평화의 약속이기에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동시에 금강산사업과 남북 평화체제 구축을 밝혔다.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또 우리 사회 한편에서는 "주한미군의 일부가 축소되거나 배치만 바꾸어도" 안보불안에 젖고, 다른 한편에서는 자주권을 침해한다고 미군철수를 주장하면서 갈등양상을 보인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안보를 언제까지나 미국에 의존하려 하거나 대책 없이 철수반대만 외친다고 해결될 수 없다면서 해결방안으로 군사자주권 중심의 자주국방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너무 나간 것 같은 우려가 드는지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은 결코 모순되는 것이 아닌 보완관계라고 해명하면서 자주국방을 위해서 군사비와 전력증강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군사자주권보다는 군사비와 전력증강을 꾀해 대북한억제력을 확충한다는 것이고 미국의 신군사전략에 그대로 부응하는 것으로 예속국방의 고착화에 가깝다.

그야말로 수구기득권 세력에게는 군비와 전력증강을 통해 대북억제력 확충으로, 평화통일 진영에게는 군사자주권으로, 미국에게는 한미동맹 강화와 전력증강 및 미국산 무기구입으로, 또 북한에게는 공동선언 및 협력사업 이행이라는 카드 등으로 각기의 입막음을 꾀하고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 수립 이후 실질적인 군사자주권을 한번도 누려본 적이 없이 안보와 국방을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는 군사적 예속체제 하에 놓여 있던 남한 사회에서 자주국방이라는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보편적 기조를 당면적 과제로 설정한 것 그 자체는 획기적이다. 노무현 정신이 사라졌다는 참여정부에 후보 노무현의 패기와 신선함이 마치 되살아나는 듯하다.

그러나 평화통일세력에게는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자주국방을 구현하기에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한미관계, 기득권 주류집단, 굴종과 예속의 현대사, 군사관료주의 등에서 형성된 구조적 제약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또 이들 구조적 제약을 극복하고 평화와 통일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지향하는 역사주체의 새 역사 만들기 사이에서 확고한 지도력을 가지지 못한 참여정부의 한계가 한미정상회담 이후 이미 노정 되었기 때문이다. 이 결과 대통령의 의도와는 달리 이들 입막음 처방이 오히려 갈등의 분출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8.15경축사 그 가운데 자주국방을 중심으로 한국사회의 갈등구조를 살펴보면서 과연 자주국방의 핵심이라 볼 수 있는 대미 군사자주권의 확보가 구현될 수 있을지 아니면 오히려 예속국방화의 고착화로 귀결될 것인지 탐색적 수준에서 가늠해 보도록 하겠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어떤 정책이든 정책추진자의 실현 의지와 역량에 의해 좌우된다. 역량은 주로 행위주체의 의지와 정책에 관련된 구조에 의해 결정된다.

먼저 대통령의 의지를 가늠해 보자.
후보 및 당선자 노무현은 군사자주권에 대한 의지가 매우 높아 당시로서는 ‘확고한 의지’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 노무현의 자주권 의지는 한미정상회담에서 8.15경축사 이전 기간에 드러난 것과 같이 우리 사회의 주류처럼 ‘자발적 노예주의’ 상태에 가깝다고 보여진다. 이 기간 대통령의 행위에 입각해서 추론한 의지는 ‘사이비 의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경축사가 담고 있는 동북아시대 구상, 치욕의 역사 청산, 변방탈피, 평화체제 지향 등에 대한 애착으로 보아 종합적으로 추론해본다면 완전한 사이비도 또 확고함도 아닌 ‘기회주의적’ 의지일 것이라고 판단된다.

구조적 제약은 한미관계, 군부관료주의, 한국사회 주류, 미국의 동북아패권전략 등에서, 또 구조적 추동력은 평화통일지향의 민중사회, 남북관계, 동북아협력체 등에서 온다. 최종 구조의 양태는 이들 여러 작은 구조에서 오는 군사자주권에 대한 제약이나 추동의 총합에 의해 결정되기 마련이다. 제약과 추동의 정도를 초강, 약강, 보통, 미약, 초약 등으로 분류하여 지표화 하면 대략의 윤곽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지면 관계상 구체적 분석은 할 수 없지만 군사자주권의 실현은 '확고한 의지-구조적 제약의 미약 또는 초약-구조적 추동력의 초강, 약강, 보통'라는 조합에서 가능할 것이다. 예속국방의 고착화는 '기회주의적 또는 사이비 의지-구조적 제약의 초강, 약강, 보통-구조적 추동의 보통, 미약, 초약' 등의 조합 등에서 올 수 있을 것이다.

노대통령의 군사자주권 중심의 자주국방에 대한 의지가 기회주의적 의지에 불과하고, 현재의 빈약한 지도력으로 예속적인 한미관계, 현재도 과잉인 대북억제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에만 혈안인 군부관료주의, 자발적 노예주의 속성의 한국사회 주류 등에서 오는 구조적 제약을 극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여진다.

결론적으로 8.15경축사의 자주국방이라는 국정좌표는 화려한 겉포장에도 불구하고 군사비의 대폭증강으로 인한 민중의 삶이 더욱더 핍박해지고 미국의 신군사전략에 완전히 속박되는 예속국방의 고착화로 예정되어 있다고 본다. 따라서 자주국방이라는 단기적 국정좌표는 근본적인 방향전환이 요구된다.

2003년09월08일 ⓒ민중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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