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민주노총 미조직특위 제5차 수련회에 제출된 자료입니다.
제목 : 노동시간 단축과 비정규노동자
연내 입법 여부를 둘러싸고 노동시간 단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주당 노동시간을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노동시간 단축논의는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시간 유연화라는 두 가지 화두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노동시간 단축 방안은 과연 비정규 노동자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그리고 비정규노동자 입장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동시간 단축의 내용을 수용할 수 있는 것일까?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삶의 질 향상과 일자리 나누기라는 측면이 있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탄력적 노동시간제 도입 등 노동시장 유연화의 측면이 있다. 노동자의 삶의 질이 개선되는 측면과 노동자의 노동의 질이 악화되는 두 가지 측면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노동시간단축이 비정규직 노동자에 미치는 영향은 직접적인 측면과 간접적인 측면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많은 부분은 노동시간단축에 의해서 직접 나타나는 영향이라기보다는 비정규노동자가 가지고 있었던 근본적인 문제에 기인하고 있다.
비정규노동자가 직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점은 비정규노동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만들어져야 해결 될 수 있다. 여기에서는 노동시간단축이 비정규노동자들에게 미칠 수 있는 몇가지 영향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1. 차별 확대
1) 노동자 내부의 차별확대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는 임금, 노동조건 등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비정규노동자들은 임금, 각종 복지, 사회보험, 고용안정성에 있어서 정규직노동자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동일한 노동을 하고서도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훨씬 낮은 대우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 그런데 노동시간 단축이 입법화되면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 격차는 한층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동시간 단축이 단계적으로 도입될 경우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공공부문 및 대규모 사업장의 정규직 노동자들과 비정규노동자의 노동조건 차이는 더욱 확대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중소기업에 대한 유예기간 설정은 기업규모별 임금격차와 노동시간을 비롯한 광범위한 노동조건의 차등화가 발생하게 되어 저임금 노동자의 상대적인 박탈감과 상실감은 매우 클 것이다. 한국노동시장에서 기업규모간 노동조건의 격차가 큰 상태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연차적으로 적용할 경우 대기업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의 노동조건 및 사회적 격차는 한층 확대될 수밖에 없다. 노동시간단축의 실시는 전 사업장에 전면적으로 시행되어야 하며 노동시간 단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다양한 지원을 하는 방식을 채택하여야 한다. 정부는 세제지원, 고용유지지원, 교육훈련 지원 등의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노동시간단축을 경제적인 논리에 의해서 접근하는 현 노동시간단축 논의는 사회적인 관점과 노동자의 삶의 질이라는 관점에서 재 논의되어야 한다.
2)비정규노동자의 차별확대
특히 비정규노동자의 경우에는 기존의 차별이 온존한 상태에서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차별이 중첩되어 비정규노동자의 박탈감은 큰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노동시간단축으로 인해 비정규노동자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는다 하여도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노동자의 차별은 한층 확대된다. 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빈자리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채우게 될 가능성이 높아 비정규직 일자리는 일부 늘어나겠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잔여적인 일자리들은 항상적인 고용불안과 정규직과의 차별이 더욱 두드러지게 될 것이다.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보호가 시급한 실정임에도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보호는커녕 비정규노동자를 더욱 소외시키는 방향으로 노동시간 단축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2. 탄력적 노동시간제의 영향
1)임금삭감효과
탄력적 노동시간제의 전면적인 도입은 초과근로수당을 빼앗게 되어 실질임금의 손실로 연결될 것 가능성이 높다. 전면적인 탄력적 노동시간제를 도입할 경우 하루 8시간 이상 일하더라도 초과근로수당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초과근로를 하고도 초과 근로수당을 받지 못하여 실질적으로 임금이 깍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노총의 분석에 의하면 1년 단위 탄력적 노동시간이 전면적으로 적용될 경우 최대 7.5% 정도의 임금삭감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7.5%까지는 현실적으로 임금손실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3%정도의 임금손실이 평균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연구는 1년 단위탄력제로 인해 2% 정도의 간접임금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장시간 노동과 탄력적 노동시간제
우리나라의 평균노동시간은 주당 50시간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초과노동으로 인한 장시간 노동이 관행화 되어있고 총임금의 11.9%(2000년 기준)가 초과노동수당이다. 실 노동시간이 매우 긴 상태에서 무제한적인 탄력적 노동시간제를 도입할 경우 초과노동수당의 손실로 인하여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을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탄력적 노동시간제를 도입한 대부분 나라들의 경우에도 주당 실노동시간이 40시간 정도가 되었을 때에 도입하였다. 장시간 근로가 만연한 상태에서 노동시간단축과 동시에 탄력적 노동시간제를 도입할 경우 노동시간 단축의 효과를 탄력적 노동시간제의 부정적 효과가 압도해 버릴 위험성이 있다. 현재 노사정위원회에서는 탄력적노동시간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실노동시간을 규제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실노동시간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하지않을 경우 탄력적 노동시간제는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노동조건을 크게 악화시킬 우려가 높다.
3)비정규노동자와 탄력적 노동시간제
노동시간 단축은 여가증대, 생산성 향상, 노동자 건강 증진 등의 긍정적 효과로 한국사회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자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으나 탄력적노동시간의 무제한적인 확대로 노동시간의 불규칙성 증대라는 부정적인 효과에 의해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가 실종될 위기에 놓여있다.
특히 비정규노동자의 경우에는 노동조합이 조직되어있지 않는 등의 조건으로 탄력적 노동시간의 전면적인 확대로 인하여 겪게 되는 임금손실 규모는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는 대규모 사업장 노동자의 경우 노동조합의 조직력으로 무제한적인 탄력적 노동시간제에 대항할 수 있으나 노동조합이 조직되지 않은 중소규모사업장 노동자들이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에는 탄력적 노동시간제에 대항하기 어려운 조건으로 인하여 탄력적 노동시간제의 최대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비정규노동자의 근로형태를 감안할 때 비정규노동자의 임금손실액은 평균치(3%) 보다 높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3. 제도시행과 비정규노동자
노동시간단축과 관련하여 비정규노동자도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몇가지 조항이 있다. 비정규노동자들에게도 휴가를 비례 적용하는 등 비정규노동자들이 부분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월차를 폐지하고 연차휴가로 휴가를 개편하는 방안에 최초 근속1년의 휴가를 월로 나눈 비례방식으로 비정규노동자에게 휴가를 부여할 경우 비정규노동자의 휴가 상실을 보완하는 방안은 될 수 있다.
노사정위원회에서는 주휴를 무급화하고 임금보전을 부칙에 명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임금보전 방안이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임금보전 방안이 법에 의해서 명확히 규정되지 않을 경우 실질적인 임금보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비정규노동자의 경우 실질적인 임금보전이 어려울 것이며 전체 임금노동자의 17.8%에 달하는 일용근로자나 시급, 일급으로 일하는 노동자의 경우에는 이 제도에서 소외되게 된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보전 등 제도변화에 따른 노동자의 손실분을 임금으로 보전하는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은 비정규직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임금 손실 분에 대한 보상은 단체협약 등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조직화된 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단체협약 등으로 임금보전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잇지만 비정규노동자의 경우 단체교섭으로 임금보전을 받는다는 것은 처음부터 어려운 일이다. 노동시간이나 휴가도 행정기관의 철저한 감독과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비정규노동자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누리기는 쉽지않을 전망이다. 현재에도 불법적인 장시간 노동이 많이 있지만 감독기관이 현장에서의 불법을 단속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을 시행할 노동행정 인프라 구축을 위한 준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노동부가 노동시간 관련한 근로감독이나 행정적 제재를 제대로 행사하지 않았다는 점과 현재에도 주 56시간을 넘어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매우 많다는 사실에서 노동시간 단축의 실제 적용과 비정규직에 대한 휴가적용에 있어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나 제도적인 보완책 없이는 몇 가지의 혜택조차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누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4. 노동시간 단축과 비정규보호입법
우리는 현재 노사정위원회를 중신으로 논의되고 있는 노동기간단축 논의가 노동시간단축과 유연화라는 두 가지 지점을 동시에 다루고 있다는 점에 주의하여야 한다. 민주노총은 일자리 나누기와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노동시간 단축을 주장하였으며 이러한 의미에서의 노동시간단축이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노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논의는 노동시간단축을 기화로 유연화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일자리 나누기와 삶의 질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은 적극적으로 추진하되 노동시장 유연화 조치는 반대하는 방향으로 투쟁을 조직하여야 한다. 일부에 논의되고 있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비정규직 노동가 늘어난다는 점을 근거로 노동시간단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올바른 접근법이 아니다. 사용자들은 끊임없이 정규직 고용을 축소하고 비정규노동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고용이 창출될 경우 비정규노동자가 그 자리를 채울 가능성이 높다. 노동시간단축으로 비정규노동자가 늘어난다고 하여 노동시간단축 자체를 반대할 수는 없다. 도리어 노동시간단축을 계기로 비정규노동자의 보호입법을 더욱 강력하게 주장하여야 한다. 비정규노동자에 대해 정규직에 동등한 대우를 하는 보호장치가 마련되어야 노동시간 단축으로 열린 고용여력에 비정규노동자가 채워지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아울러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제도개선과정에서 비정규노동자들이 차별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비정규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입법이 조속히 추진되어야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향후 제도 도입이나 정책시행에 있어서 비정규노동자들은 소외되거나 차별을 당하는 악순환은 계속될 수 있다.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한 제도도입과 시행에서도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보호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는 비정규노동자들의 소외와 차별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끝.
제목 : 노동시간 단축과 비정규노동자
연내 입법 여부를 둘러싸고 노동시간 단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주당 노동시간을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노동시간 단축논의는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시간 유연화라는 두 가지 화두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노동시간 단축 방안은 과연 비정규 노동자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그리고 비정규노동자 입장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동시간 단축의 내용을 수용할 수 있는 것일까?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삶의 질 향상과 일자리 나누기라는 측면이 있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탄력적 노동시간제 도입 등 노동시장 유연화의 측면이 있다. 노동자의 삶의 질이 개선되는 측면과 노동자의 노동의 질이 악화되는 두 가지 측면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노동시간단축이 비정규직 노동자에 미치는 영향은 직접적인 측면과 간접적인 측면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많은 부분은 노동시간단축에 의해서 직접 나타나는 영향이라기보다는 비정규노동자가 가지고 있었던 근본적인 문제에 기인하고 있다.
비정규노동자가 직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점은 비정규노동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만들어져야 해결 될 수 있다. 여기에서는 노동시간단축이 비정규노동자들에게 미칠 수 있는 몇가지 영향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1. 차별 확대
1) 노동자 내부의 차별확대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는 임금, 노동조건 등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비정규노동자들은 임금, 각종 복지, 사회보험, 고용안정성에 있어서 정규직노동자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동일한 노동을 하고서도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훨씬 낮은 대우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 그런데 노동시간 단축이 입법화되면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 격차는 한층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동시간 단축이 단계적으로 도입될 경우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공공부문 및 대규모 사업장의 정규직 노동자들과 비정규노동자의 노동조건 차이는 더욱 확대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중소기업에 대한 유예기간 설정은 기업규모별 임금격차와 노동시간을 비롯한 광범위한 노동조건의 차등화가 발생하게 되어 저임금 노동자의 상대적인 박탈감과 상실감은 매우 클 것이다. 한국노동시장에서 기업규모간 노동조건의 격차가 큰 상태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연차적으로 적용할 경우 대기업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의 노동조건 및 사회적 격차는 한층 확대될 수밖에 없다. 노동시간단축의 실시는 전 사업장에 전면적으로 시행되어야 하며 노동시간 단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다양한 지원을 하는 방식을 채택하여야 한다. 정부는 세제지원, 고용유지지원, 교육훈련 지원 등의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노동시간단축을 경제적인 논리에 의해서 접근하는 현 노동시간단축 논의는 사회적인 관점과 노동자의 삶의 질이라는 관점에서 재 논의되어야 한다.
2)비정규노동자의 차별확대
특히 비정규노동자의 경우에는 기존의 차별이 온존한 상태에서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차별이 중첩되어 비정규노동자의 박탈감은 큰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노동시간단축으로 인해 비정규노동자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는다 하여도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노동자의 차별은 한층 확대된다. 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빈자리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채우게 될 가능성이 높아 비정규직 일자리는 일부 늘어나겠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잔여적인 일자리들은 항상적인 고용불안과 정규직과의 차별이 더욱 두드러지게 될 것이다.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보호가 시급한 실정임에도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보호는커녕 비정규노동자를 더욱 소외시키는 방향으로 노동시간 단축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2. 탄력적 노동시간제의 영향
1)임금삭감효과
탄력적 노동시간제의 전면적인 도입은 초과근로수당을 빼앗게 되어 실질임금의 손실로 연결될 것 가능성이 높다. 전면적인 탄력적 노동시간제를 도입할 경우 하루 8시간 이상 일하더라도 초과근로수당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초과근로를 하고도 초과 근로수당을 받지 못하여 실질적으로 임금이 깍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노총의 분석에 의하면 1년 단위 탄력적 노동시간이 전면적으로 적용될 경우 최대 7.5% 정도의 임금삭감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7.5%까지는 현실적으로 임금손실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3%정도의 임금손실이 평균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연구는 1년 단위탄력제로 인해 2% 정도의 간접임금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장시간 노동과 탄력적 노동시간제
우리나라의 평균노동시간은 주당 50시간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초과노동으로 인한 장시간 노동이 관행화 되어있고 총임금의 11.9%(2000년 기준)가 초과노동수당이다. 실 노동시간이 매우 긴 상태에서 무제한적인 탄력적 노동시간제를 도입할 경우 초과노동수당의 손실로 인하여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을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탄력적 노동시간제를 도입한 대부분 나라들의 경우에도 주당 실노동시간이 40시간 정도가 되었을 때에 도입하였다. 장시간 근로가 만연한 상태에서 노동시간단축과 동시에 탄력적 노동시간제를 도입할 경우 노동시간 단축의 효과를 탄력적 노동시간제의 부정적 효과가 압도해 버릴 위험성이 있다. 현재 노사정위원회에서는 탄력적노동시간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실노동시간을 규제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실노동시간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하지않을 경우 탄력적 노동시간제는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노동조건을 크게 악화시킬 우려가 높다.
3)비정규노동자와 탄력적 노동시간제
노동시간 단축은 여가증대, 생산성 향상, 노동자 건강 증진 등의 긍정적 효과로 한국사회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자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으나 탄력적노동시간의 무제한적인 확대로 노동시간의 불규칙성 증대라는 부정적인 효과에 의해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가 실종될 위기에 놓여있다.
특히 비정규노동자의 경우에는 노동조합이 조직되어있지 않는 등의 조건으로 탄력적 노동시간의 전면적인 확대로 인하여 겪게 되는 임금손실 규모는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는 대규모 사업장 노동자의 경우 노동조합의 조직력으로 무제한적인 탄력적 노동시간제에 대항할 수 있으나 노동조합이 조직되지 않은 중소규모사업장 노동자들이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에는 탄력적 노동시간제에 대항하기 어려운 조건으로 인하여 탄력적 노동시간제의 최대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비정규노동자의 근로형태를 감안할 때 비정규노동자의 임금손실액은 평균치(3%) 보다 높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3. 제도시행과 비정규노동자
노동시간단축과 관련하여 비정규노동자도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몇가지 조항이 있다. 비정규노동자들에게도 휴가를 비례 적용하는 등 비정규노동자들이 부분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월차를 폐지하고 연차휴가로 휴가를 개편하는 방안에 최초 근속1년의 휴가를 월로 나눈 비례방식으로 비정규노동자에게 휴가를 부여할 경우 비정규노동자의 휴가 상실을 보완하는 방안은 될 수 있다.
노사정위원회에서는 주휴를 무급화하고 임금보전을 부칙에 명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임금보전 방안이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임금보전 방안이 법에 의해서 명확히 규정되지 않을 경우 실질적인 임금보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비정규노동자의 경우 실질적인 임금보전이 어려울 것이며 전체 임금노동자의 17.8%에 달하는 일용근로자나 시급, 일급으로 일하는 노동자의 경우에는 이 제도에서 소외되게 된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보전 등 제도변화에 따른 노동자의 손실분을 임금으로 보전하는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은 비정규직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임금 손실 분에 대한 보상은 단체협약 등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조직화된 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단체협약 등으로 임금보전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잇지만 비정규노동자의 경우 단체교섭으로 임금보전을 받는다는 것은 처음부터 어려운 일이다. 노동시간이나 휴가도 행정기관의 철저한 감독과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비정규노동자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누리기는 쉽지않을 전망이다. 현재에도 불법적인 장시간 노동이 많이 있지만 감독기관이 현장에서의 불법을 단속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을 시행할 노동행정 인프라 구축을 위한 준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노동부가 노동시간 관련한 근로감독이나 행정적 제재를 제대로 행사하지 않았다는 점과 현재에도 주 56시간을 넘어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매우 많다는 사실에서 노동시간 단축의 실제 적용과 비정규직에 대한 휴가적용에 있어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나 제도적인 보완책 없이는 몇 가지의 혜택조차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누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4. 노동시간 단축과 비정규보호입법
우리는 현재 노사정위원회를 중신으로 논의되고 있는 노동기간단축 논의가 노동시간단축과 유연화라는 두 가지 지점을 동시에 다루고 있다는 점에 주의하여야 한다. 민주노총은 일자리 나누기와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노동시간 단축을 주장하였으며 이러한 의미에서의 노동시간단축이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노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논의는 노동시간단축을 기화로 유연화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일자리 나누기와 삶의 질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은 적극적으로 추진하되 노동시장 유연화 조치는 반대하는 방향으로 투쟁을 조직하여야 한다. 일부에 논의되고 있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비정규직 노동가 늘어난다는 점을 근거로 노동시간단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올바른 접근법이 아니다. 사용자들은 끊임없이 정규직 고용을 축소하고 비정규노동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고용이 창출될 경우 비정규노동자가 그 자리를 채울 가능성이 높다. 노동시간단축으로 비정규노동자가 늘어난다고 하여 노동시간단축 자체를 반대할 수는 없다. 도리어 노동시간단축을 계기로 비정규노동자의 보호입법을 더욱 강력하게 주장하여야 한다. 비정규노동자에 대해 정규직에 동등한 대우를 하는 보호장치가 마련되어야 노동시간 단축으로 열린 고용여력에 비정규노동자가 채워지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아울러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제도개선과정에서 비정규노동자들이 차별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비정규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입법이 조속히 추진되어야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향후 제도 도입이나 정책시행에 있어서 비정규노동자들은 소외되거나 차별을 당하는 악순환은 계속될 수 있다.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한 제도도입과 시행에서도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보호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는 비정규노동자들의 소외와 차별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