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디스 면접 때 '치마 살짝 올리라'는 면접관"
안경은 금지, 매니큐어는 강제…과도한 여승무원 복장 규제
김윤나영 기자 기사입력 2012-03-08 오후 3:04:02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인 김미경(가명) 씨는 회사의 '용모 규정' 때문에 업무에 방해를 받은 적이 많다. 노약자의 탑승을 돕거나 짐칸에 짐을 넣을 때마다 김 씨는 치마가 신경 쓰였다. 난기류 지역에서 비행기가 흔들릴 때는 치마를 입은 채 바닥에 주저앉아야 했다.
김 씨는 "승무원들은 실내뿐만 아니라 밖에서 일할 때도 많다"며 "영하 20도를 밑도는 러시아에서 얇은 치마와 스타킹만 입고 밖에서 청소 작업을 할 때면 너무 춥다"고 호소했다. 그는 승무원들이 1년 내내 똑같은 재질의 얇은 치마를 입지만 승무복 외에 목도리조차 두를 수 없다고 했다.
승객들의 이상한 시선도 부담스러웠다. 그는 "동료 승무원이 앞에서 지나가는데 남자 승객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우와'라고 말했다"며 "그런 시선에 거북함을 느껴서 그 이후부터는 앞으로 걸어 다니지 않고 치마를 신경 쓰면서 옆으로 걷는 버릇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는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서울 광화문 금호아시아나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아나항공은 여성 승무원의 업무와 합리적인 연관성이 없는 용모와 복장을 과도하게 규정한다"며 차별 조치를 시정하라고 촉구했다.
"안경은 금지, 손톱엔 반드시 매니큐어 발라야"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복장 규정에 따르면, 여성 승무원은 승무복으로 치마만 입을 수 있고 치마 길이는 무릎 중앙선에 맞춰야 한다. 눈 화장으로는 갈색과 검은색만 할 수 있으며, 손톱에는 반드시 핑크나 오렌지색 계열의 매니큐어를 발라야 한다. 귀고리는 가로와 세로 1.5cm를 넘으면 안 되고 두 가지를 넘어선 색이 섞여서는 안 되며, 플라스틱과 주석 재질이어서는 안 된다. 망으로 감싼 '쪽진 머리'를 할 때는 실핀은 두 개만 쓸 수 있다. 심지어 남성 승무원과 달리 여성 승무원은 안경을 쓰는 것도 금지돼 있다.
18년차 승무원인 권수정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항공지부장은 "14시간 동안 장거리 비행을 할 때면 렌즈 착용으로 눈이 건조해져서 힘들었다"며 "결국 안구 건조증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지난 2007년 눈을 수술해야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승무원에게 안경을 못 쓰게 하는 이유는 승객들의 안전을 담당할 수 없기 때문인가, 보기 흉하기 때문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권 지부장은 또한 "이착륙을 할 때면 승무원은 머리를 뒤쪽에 대고 안전자세를 취해야 하는데, 쪽진 머리가 방해된다"며 "회사에서는 머리를 자를 수 있는 규제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아시아나 여승무원 3500명 중에 머리가 짧은 여성은 5명 이내"라며 수시로 용모와 복장을 점검하는 회사 방침에 대해 비판했다.
권 지부장은 "승무원은 승객의 안전과 보안을 책임지는 등 전문성을 요구하는 직업"이라며 "과도한 용모지침 때문에 승무원이라는 직업은 젊은 여성이 예쁘게 차려입고 한 때 일하고 마는 직업으로 치부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면접관이 여성에게만 '치마 살짝 들어보라' 요구"
나영 지구지역공동행동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승무원을 준비하는 취업 커뮤니티에 가면 면접 가이드 1순위가 '다리'였다"며 "면접관들은 여성 승무원의 다리 모양을 중요시하고, 심지어는 면접 도중에 치마를 살짝 들어 올려 보라는 경우도 있다"고 고발했다.
나영 사무국장은 "광고에서도 남성 승무원은 기내 안전을 책임지고, 여성 승무원은 예쁜 승무복을 입고 미소 짓는 직업인 것처럼 이미지를 재생산하는 것이 문제"라며 "승무원은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전문직인데 유독 여성에게만 과도한 복장을 요구하는 것은 성차별"이라고 비판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연맹 여성위원장은 "사장 마음대로 화장부터 스타킹까지 정하고 그 결과를 인사고과에 반영한다"며 "여성노동자를 인격체가 아니라 성적 대상으로만 놓고 보는 자본의 눈빛이 사라지기 전에는 이러한 부당한 규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현재 여성 승무원도 바지를 입을 수 있게 해달라고 사측에 요구한 상태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승무복을 만든 디자이너의 권고에 따라 여승무원만 치마를 입히는 게 회사 방침"이라면서 "복장규제는 가이드라인일 뿐 강제성이 없고 이 정도 규제는 다른 항공사에도 조금씩 있다"고 해명했다.
복장이 인사고과에 반영돼 사실상 강요된다는 주장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복장과 용모에 대해) 평가 점수가 나오는데, 본인들이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자발적으로 (규정을) 따르는 것이지 결코 (복장이나 용모가) 인사고과에 반영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글, 사진 김윤나영 기자 / [프레시안]
“치마는 무릎 중앙선, 귀걸이는 1.5cm 이내, 실핀은 두 개만”
여성의날, 아시아나항공 여승무원 과도한 복장규정 논란… “업무 연관성 없는 성 차별”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
“치마는 무릎 중앙선에 맞추어야 하고 유니폼을 입고서는 안경을 쓸 수 없다. 일명 ‘쪽진 머리’의 경우 머리 고정 위치는 본인 귀 중앙선에 맞추어야 하며 머리에 실핀은 두 개만 허용한다. 귀걸이는 가로, 세로 1.5cm 이내로 플라스틱과 주석 재질도 안 되고 두 가지 이상의 색이 섞여도 안 된다. 매니큐어는 손톱이 짧아도 무조건 발라야 한다.”
군부독재 유신시절 중고등학생들에게 적용되던 복장 규정이 아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아시아나항공이 여성 승무원들에게 적용하고 있는 규정이다.
여성의 날인 8일,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는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업무연관성이 낮은 과도한 외모규정을 폐기하고 여성 승무원에 대한 차별적 관행을 시정하라”고 요구했다.
여성위원회는 “이러한 엄격한 규제는 개인의 취향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반인권적인 처사”라며 “결국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신체 부위를 상품화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여성단체 및 시민사회단체 등과 연대해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등 법과 제도적 대응도 함께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여승무원들에게 적용되는 과도한 용모·복장규정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아시아나항공 홍보 모델로 나선 승무원. ⓒ아시아나항공.
민주노총 여성부 송은정 부장은 “이착륙할 때 승무원의 안전자세는 양 다리를 살짝 벌리고 진행 방향에 따라 의자 또는 다리를 잡아야 하고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환자를 이동하거나 눕혀서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면서 “안전업무를 위해서나 기능적인 측면에서 볼 때 짧은 치마유니폼만을 강제하고 있는 것은 이런 업무적 특성과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송 부장은 “일각에서 승무원이라는 전문 직업이 예쁜 여성들이 젊은 시절 한동안 일하다가 나가는 곳으로 치부당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외모 위주의 노무 관리와, 전문성보다는 인형 같은 복제품으로서의 이미지만을 강제해 온 것에서 기인한다”고 덧붙였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공개한 용모·복장 규정은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일 뿐 반드시 지켜야 되는 것은 아니고 안 지킨다고 해서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렇지만 모두가 이 규정을 따르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승무원들이 깔끔하고 단정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라면서 “유니폼을 입는 것 자체가 통일성을 주고 브랜드 정체성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좋은 서비스를 하기 위한 일환으로 봐달라”고 덧붙였다. [미디어오늘]
입력 : 2012-03-08 15:27:46 노출 : 2012.03.08 15:29:1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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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무원은 인형이 아닙니다"기사입력 2012-03-08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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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배정현 기자 = 세계 여성의날인 8일 오전 서울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본관 앞에서 아시아나항공 여승무원에 대한 차별적 관행 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12.3.8
doobigi@yna.co.kr
[기자회견문] 치마는 무릎 중앙선에 맞추어야 하고 유니폼을 입고서는 안경을 쓸 수 없다. 일명 ‘쪽진 머리’의 경우 머리 고정 위치는 본인 귀 중앙선에 맞추어야 하며 머리에 실핀은 두 개만 허용한다. 귀걸이는 가로, 세로 1.5cm 이내로 플라스틱과 주석 재질도 안 되고 두 가지 이상의 색이 섞여도 안된다. 매니큐어는 손톱이 짧아도 무조건 발라야 하며 바지 유니폼은 아예 없다. 이것은 1970~1980년대 서슬퍼런 군사정권 아래 중고등학생들에게 가해진 용모와 복장에 관한 규정이 아니다. 믿기지 않지만 아시아나항공이 현재 여승무원들에게 획일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용모․복장에 관한 규정이다. 지난 3월 5일 한 언론이 이 사실을 보도함으로써 비로소 세상에 알려졌다. 승무원들이 승객에게 행하는 기내 서비스는 전문적 지식과 훈련된 감정노동이 바탕이 되는 고품격의 상품이다. 그러므로 업무의 특성과 회사의 정책으로 특정한 유니폼을 입고 일하도록 하는 필요성이야 어느 정도 이해한다 치자. 귀걸이의 재질이 플라스틱이면 안된다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반지, 귀걸이, 목걸이는 어떤 재질로 몇 개까지 허용하고, 머리 모양과 색깔은 어떠해야 하며, 눈 화장의 색까지 지정해야 하는 필요성은 과연 무엇인가? 유니폼을 입은 여승무원은 왜 안경을 착용해서는 안 되는가? 이러한 엄격한 규제는 업무와의 합리적인 연관성을 도무지 찾을 수 없는 시대착오적 과잉규제이며 개인의 취향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반인권적인 처사이다. 항공법상에 기재된 승무원의 주요 업무를 보면, 항공기 승무원은 비상 상황 시 비상탈출의 진행과 평상시에는 기내 안전 및 보안업무를 수행함으로써 탑승한 모든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지휘자, 리더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위생 및 응급 처치, 식음료 제공 및 기내 면세품 판매, 목적지로의 편안한 여행을 위한 돌봄 노동 등 다양한 역할이 1만피트 이상의 고공을 운항하고 있는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들에게 주어진다. 이러한 복합적이고 전문적인 승무원들의 용모와 복장은 안전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며, 그 이외의 부분에서 획일적인 규제 기준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승무원의 인격권과 개성 표출을 제한하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으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승무원들의 구체적인 노동과정을 살펴볼 필요도 있다. 비행기는 난기류 지역에서는 심하게 흔들리기도 하고 예상치 못하게 튀어 오르는 경우도 있다. 기체동요가 발생하면 승객들의 안전을 우선 체크해야 하지만 승무원들도 자신의 안전을 위해 자리로 돌아가거나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어야 한다. 이착륙할 때 승무원의 안전자세는 양 다리를 살짝 벌리고 진행 방향에 따라 의자 또는 다리를 잡아야 한다.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환자를 이동하거나 눕혀서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식음료 준비, 서비스 시에도 수시로 무릎을 꿇고 손님들과 마주해야 한다. 안전업무를 위해서나 기능적인 측면에서 볼 때 짧은 치마유니폼만을 강제하고 있는 것은 이런 업무적 특성과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 업무와의 합리적 연관성도 없고 획일적인 과잉 규제에 집착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용모·복장 규정은 결국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신체 모든 부위를 상품화하고 있는 것이다. 여승무원들의 용모와 복장을 규제함으로써 여성노동자들의 전문성과 고품격 감정노동은 사장되고 오로지 외모 관리가 모든 평가를 대신하게 되는 것이다. 일각에서 승무원이라는 전문 직업이 예쁜 여성들이 젊은 시절 한동안 일하다가 나가는 곳으로 치부당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외모 위주의 노무 관리와, 전문성보다는 인형 같은 복제품으로서의 이미지만을 강제해 온 것에서 기인한다. 여승무원들은 보여주기 위해 포장된 인형이 아니다. 자신만의 개성과 인격이 있고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해가는 전문직 노동자이다. 결코 외모로 평가받아서는 안 되며 기업의 이익을 위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제한해서도 안 된다. 아시아나항공의 여승무원들이 일터에서 차별받지 않고, 창의력과 개성과 취향을 발현함으로써 전문성을 더욱 보강하고, 궁극적으로 여성과 남성이 평등한 노동현장을 만들기 위한 발걸음의 하나로 제104주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아시아나항공은 업무와 합리적인 연관성이 없는 시대착오적 용모․복장 규정을 즉각 폐기하라! 하나. 아시아나항공은 안경착용 금지, 치마유니폼 강제 등 여승무원에 대한 차별 조치를 즉각 시정하라! 하나. 아시아나항공은 직간접적으로 행해지는 일체의 용모 차별을 금지하고, 고객 안전과 승무원의 건강권을 보장하라. 또한 우리의 이러한 정당한 요구와 관련하여 아시아나항공은 노동조합과 성실하게 대화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아시아나항공이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여성단체 및 시민사회단체 등과 연대해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이며,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등 법과 제도적 대응도 함께 해나갈 것이다. |
이날 기자회견은 민주노총 송은정 여성부장의 사회로 시작했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 공무원, 사무금융연맹 등 여성위원회 소속 여성위원장과 간부, 그리고 아시아나항공지부, 농협노조 조합원들이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