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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낮은 곳에서 일구어진 희망의 불꽃

작성일 2007.07.10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19515

비정규직의 노동 현실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소한의 기본권만이라도 보장하라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다. 원청 사용자의 사용자 책임 요구는 제대로 논의 조차되고 있지 못한 가운데 그나마 쟁점이 되었던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마저도 정부와 보수정치권은 ‘유사 근로자’ 운운하며 기만하더니 그나마 입법일정 마저도 불투명해진 상태이다.

대부분이 주부들로 이루어진 이랜드일반노조의 조합원들이 월드컵의 붉은 물결의 무대였던 월드컵 경기장에 있는 홈에버 상암점을 점거하고 농성에 돌입한지 열흘이 넘고 있으며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대량해고에 맞선 뉴코아 조합원들도 뉴코아 강남점에서 점거 농성에 돌입하였다.

유통 비정규 노동자들은 하루 열 시간이 넘게 서서 일해야 하는 장시간 노동에도 불구하고 기껏해야 80만원에 불과한 월급을 받으면서 살아왔다. 그뿐 아니라 소위 감성노동으로 표현되는 고객만족을 위한 억지웃음의 강요와 군대 못지않은 감시와 통제에 시달려 왔던 것이다. 더욱이 대부분이 주부로서 힘든 노동을 마친 후에는 제대로 쉴 틈도 없이 가사를 돌봐야 하는 힘든 삶을 묵묵히 감내하여 오던 가장 낮은 곳의 비정규 노동자들이 분연히 투쟁으로 떨쳐 일어났다.

“쑥스럽고 무섭고 힘들지만 아이들을 챙기지 못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던 주부 조합원이 어느덧 “우리는 구속을 각오했다. 설혹 끌려 나가는 일이 있더라도 회사가 우리의 요구를 수용할 때까지 마지막 한사람까지 끝까지 싸우기로 했다”는 결의를 밝히는 노동자로 떨쳐 일어난 것이다.

그 동안의 비정규직 조직화는 자본과 정부의 탄압 속에서 치열한 투쟁을 통하여 진전해 왔으며 대중적 조직화로 전망을 모색하고 있었는데 이번 뉴코아 이랜드 투쟁은 대중적 조직화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우선, 가장 낮은 곳에서 이중의 차별에 시달리던 유통 여성 비정규 노동자들이 조직과 투쟁의 주체로 떨쳐 일어선 것이다. 일터와 집안에서 이중 부담의 고단한 삶으로 자신의 권리와 사회의식에는 무감할 것처럼 보이던 주부 노동자들이 주체로 일어섰다. 대부분의 여성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임에도 불구하고 조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주부로서 이중의 차별을 딛고 당당한 노동자로 투쟁으로 떨쳐 일어난 것이다.

비정규직의 비율이 70%에 이르는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갈수록 확대되어 감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응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던 상황에서 유통산업의 여성 비정규 노동자들이 조직의 주체로 일어섰다는 면에서 이번 투쟁은 더욱 의미가 있다.

또한 뉴코아 이랜드 노동자들의 투쟁은 ‘위기의 민주노조운동’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 이랜드 자본은 뉴코아에 이어 까르프를 무리하게 인수하면서 이에 대한 부담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자 하였고 이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었으며 그 첫 번째 희생양이 비정규직이었다. 이에 정규직 조합원들은 자신의 생존권만을 지키는데 연연하지 않고 전체 노동자가 함께 사는 길을 택하였고 비정규직의 조직화에 나섰다. 이랜드 자본의 반노동적인 탄압으로 수세적인 입장에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맞선 연대 투쟁을 통하여 자본과 당당하게 맞서고 있다. 노동 내부의 분할에 이은 탄압과 견인을 통하여 구조조정을 밀어 붙이고 있는 자본에 맞선 두 노조의 투쟁은 신자유주의에 맞선 민주노조운동의 전망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뉴코아와 이랜드일반노조의 투쟁은 이미 그들만의 투쟁이 아닌 전체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그리고 진보진영은 물론 양심 있는 시민사회의 관심과 연대를 모아내고 있다.

이미 민주노총은 이랜드 노동자들의 투쟁을 받아 안고 지난 8일 전 매장에 대한 투쟁을 전개하였는데 이랜드 자본이 ‘테러’라고 호들갑을 떨 정도로 힘찬 투쟁이 전개되었다. 또한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각 노동사회 진영의 대부분의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연대투쟁에 나서고 있으며 박성수의 오만에 분노하는 기독교계까지 연대가 확대 되고 있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이제 지원을 넘어 주체로서 연대가 조직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노동당 서대문·마포·은평·강서의 4개 지역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상암점에서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한 사업을 전개하여 왔다.

그 결과 노조 활동이 전무하던 상암점에서 백여 명이 넘는 비정규 노동자를 조직하였으며 정규직까지도 조합에 가입하는 성과를 내었다. 이러한 연대는 이랜드일반노조의 비정규직 조직화의 성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 연대단위들의 사업의 성과로 모아지고 있다.

이제 노동조합에 가입한 지 채 몇 개월도 안 되어 투쟁에 나선 조합원들 스스로가 “연대를 바라기 전에 연대를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바로 그들 스스로가 연대를 통하여 조직되었기 때문이다. 최소한 유통산업에서 비정규 조직화를 위해서는 지역차원의 연대가 중요하다는 것이 확인되었으며 이는 일반노조운동과 함께 무너져가는 연대운동의 복원을 위하여 지역차원의 전망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유통노동자들의 투쟁은 비정규악법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그 동안 민주노조운동은 정부의 ‘보호’를 빌미로 한 비정규악법에 맞서 싸워 왔으나 결국 지난 연말 비정규 악법은 강행처리 되었으며 시행령도 자본의 요구대로 개악되었다. 그리고 이제 자본은 법을 더욱 악용하여 비정규 악법의 시행을 전후로 비정규직의 대량해고와 외주화를 자행하고 있으며 기만적인 정규직화인 별도직군제로 차별의 고착화를 통하여 노동조건의 하향평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 동안 투쟁의 과정에서 민주노조운동은 패배라는 결과에 앞서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힘 있게 조직하지 못하는 한계를 절감하여야 했다. 그러나 가장 낮은 곳에서 어려움을 뚫고 일어난 유통 노동자들의 투쟁은 비정규 악법의 본질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비정규직의 확대와 차별의 고착화를 향한 자본의 시도에 파열을 내고 있는 것이다.

가장 낮은 곳에서 일어난 희망, 그 희망은 차별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875만 비정규직의 희망이며 신자유주의에 맞선 민주노조운동의 희망이다. 그 희망은 이랜드 노동자뿐만 아니라 연대운동을 복원하고자 헌신하는 지역운동의 희망이며 의회를 넘어선 진보정당운동의 희망이다.

뉴코아 이랜드 투쟁은 패배를 넘어 승리를 향한 희망이기에 바로 우리 모두의 희망이다. 그 희망을 이제 우리의 현실로 만들기 위하여 이랜드 투쟁을 승리로 만들기 위하여 모두가 나서야 한다. 민주노총의 80만 조합원뿐만 아니라 10만 당원, 나아가 이 땅의 진보를 위하여 투쟁하는 모든 세력과 양심적인 시민사회가 연대하여 이랜드 노동자들이 지펴놓은 불꽃으로 척박해지는 이 사회에 희망을 되살려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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