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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하반기 정기국회비준 반드시 막아야

작성일 2007.09.04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14782

1. 머리말

1년 5개월간 진행된 한미FTA 협상이 6월30일 양국간 조인식을 통해 일단락되었다. 이제 양국 국회(의회)를 통한 제2라운드인 비준절차에 돌입하게 되었다. 양국 협상 대표가 협상시작을 알리거나 서명한 장소는 미의회 건물이었다. 한국 국회는 그 과정에서 철저하게 배제되었다. 부시행정부는 한미FTA 협상 시작부터 미의회가 무역촉진권한(TPA)에 따라 부여한 협상권한을 위임받아 협상에 임한 반면 노무현 정부는 국민여론 수렴이나 국회의 동의 절차 없이 일방적이고 졸속적으로 협상을 추진하였다. 민주노동당이 국회에 제출한 통상절차법은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 기간 동안 한미FTA에 반대하는 노동자, 농민 등 민중들의 저항은 계속되었다. 한국의 운동진영이 가장 광범위하게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로 결집한 것만 보더라도 한미FTA협상에 대한 전민중적 저항을 확인할 수 있다. 8차 협상이 열리는 동안 4차례의 미국원정투쟁과 국내에서의 총궐기 투쟁으로 한미FTA문제는 한국사회 최고의 쟁점으로 부상하였다. 노동자, 농민 등 많은 지도부와 활동가들이 구속, 수배되었고 허세욱 노동자는 분신사망으로 항거하였다. 작년 하반기부터 범국본은 불법 시 되어 모든 집회는 불허되었다.

노무현정부는 군사독재를 능가하는 ‘통상독재’를 통해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봉쇄하고 경찰력을 동원해 한미FTA 반대투쟁을 봉쇄함으로서 6.10민주화항쟁 20주년의 의미를 완전히 짓밟는 폭력을 자행하였다. 모든 국가기관과 국가예산을 동원해 한미FTA를 미화하면서 국민들의 여론을 철저하게 차단하였다. 지난 4월2일 졸속으로 협정문을 타결한 뒤에 다시 미국의 재협상요구를 받아들였고 미국 민주당의 신통상법이 정한대로 서명하기에 이르렀다. 한미FTA협상을 시작도 하기 전에 스크린쿼터, 쇠고기 수입, 자동차 배기가스, 약가인상 등 4대 선결과제를 내준 바 있다. 따라서 한미FTA 협상은 광범위한 내용의 협정문뿐만 아니라 협상방식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본 협상 전, 후에도 협상이 지속적으로 진행되었다. 협정문 내용에 없는 내용들도 협정문 내용과 연계하여 협상이 진행되는 포괄적 협상이라는 문제를 지니고 있다. 미국과 콜롬비아의 협상처럼 선타결 후협상(built-in)방식은 이미 불평등협상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다국적 기업과 초국적 금융투기자본의 본산이자 제국주의 본부인 미국과의 일대일 협상은 이미 예견된 시나리오 속에서 진행되었다. 대미종속 사대주의 관료들과 신자유(본)주의 세계화의 이데올로기에 빠져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관변 학자들 그리고 철저하게 노동시장유연화와 노동착취를 통해 자본의 이윤극대화의 전위대 역할을 하는 수구보수자본 언론들의 3각 동맹은 한미FTA를 추진하는 엔진이었다.

그리고 그 선장은 노무현대통령이었다. 임기 말년에 치적이라도 남길 것처럼 오만하게도 통치권을 불합리하게 행사하였다. 노동자, 농민과 다수 민중을 실은 한국경제라는 배는 망망대해에서 방향을 잃게 되었다. 그는 이를 두고 거역할 수 없는 세계화라고 말한다. 모두가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은 ‘진리’라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한편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한 채 무능한 국회는 그저 직무유기 상태에 빠져 있을 뿐이다. 따라서 생존에 급급한 민중들은 국가권력과 자본의 폭력적 한미FTA 추진에 저항하다 밀려나고 있다.



2. 신자(본)유주의 세계화

부르주아 경제학자들은 자산가와 자본가의 이익만이 투자를 유발하고 시장을 활성화시킨다는 논리를 펴 왔다. 그러나 1930년대 통제받지 않는 자본은 경제위기를 유발하는 주범이었다. J.M.케인즈는 통화권을 넘는 자본을 투기자본이라 규정하였다. 화폐는 일반적으로 교환과 가치저장의 수단이었다. 그러나 화폐가 상품으로 바뀌기 시작하면서 투기는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인 1944년 6월 미국 뉴햄프셔스주 브레튼 우즈에서는 자본주의 국가들이 모여 3주간의 작업을 거쳐 국제통화기구(IMF)를 설립하였다. 이 기구는 회원국 통화를 미국 달러에 대한 고정 환율체제를 유지하는 것과 대규모 무역적자나 국제수지 적자국에 단기신용대출을 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2차 대전 후 자본주의 기축통화인 미국달러를 발행할 수 있는 발권(발행권력)을 가진 미 제국의 폭력성이 미국달러를 남발하였고 전 지구적 인플레를 초래하였다. 미달러는 IMF의 전통적 가치기준에서 볼 때 위폐가 된 셈이다. 이는 가히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었다. 1969년 닉슨은 베트남전쟁의 군비마련을 위해 달러를 남발하였고 달러가치는 하락하였다. 그리고 1971년 닉슨은 해외에 나가 있는 달러가 미국 내로 들어와 미국이 보유한 금과 교환되는 금태환을 금지시켰다. 이는 고정환율제의 파탄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로써 1973년부터 변동환율제로 전환하였다. 이것이 바로 통화주의체제의 시작이었고 오늘날 신자유주의세계화의 출발점이었다. 물론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군사력을 동원한 폭력적 금융자본주의체제의 전환이었다.

오늘날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다국적 대기업과 초국적 금융투기자본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한 국가기구의 변화를 수반한다. 국가는 이제 자본의 하위파트너로 존재하며 총자본의 대리인으로서 노동에 대한 통제와 억압의 기능을 수행한다. 국가기구를 자본의 이윤극대화를 위해 재편하며 노동계급에 대한 해체를 시도한다. 이를 위해 자본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고 공권력과 경찰력을 동원해 노동계급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다. 1980년대 신보수주의로 대표되었던 영국의 대처리즘과 미국의 레이거노믹스는 신자유주의의 발전단계에서 나타난 유형이었다.

오늘날 세계 금융시장은 폭발적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이에 편승하여 런던-서울-뉴욕을 잇는 금융허브 국가구상까지 밝힌 바 있다. 금융은 세계적으로 사이버 공간을 통해 사이버머니로 움직인다. 눈에 보이지도 않으며 통제되지도 않는다. 수십억 달러가 24시간 내내 초 단위로 이동한다. 지난 2000년의 채권거래는 1970년의 230배인 23조 달러에 달했다. 지금은 그 통계조차 명확하지 않을 정도다. 2000년 당시 하루 평균 금융거래는 1조 2천억 달러였는데 이를 두고 “교활한 외환거래업자들의 교양 있는 도박”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오늘날 지구상에는 OECD 국가들의 1년 GNP의 3배가 훨씬 넘는 금융투기자본이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고 있다. 그 어떤 나라도 이런 금융투기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본래의 목적을 벗어난 화폐는 끊임없이 자신을 변형시키는 파생상품으로 존재한다. 이는 강력한 항생제에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유전형질을 변형시키는 돌연변이 생물체와 같다. 투기자본의 이윤은 기본적으로 노동력 착취로부터 발생하는 잉여가치다. 투기자본이라는 세균은 노동자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범벅된 노동을 자양분으로 수탈하면서 살아간다. 이것이 오늘날 금융자본이 추진하는 신자유주의세계화의 본질이다.



3. 한미FTA 추진 과정

부르주아 현실 경제에서 FTA는 지역경제 통합의 한 형태로 맺은 당사국간 관세 및 무역규제를 완화 내지 철폐하여 무역자유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역무역협정의 종류와 포괄 범위는 특혜협정(특정부문 또는 상품 : 1951년 ‘석탄과 철강에 관한 파리 조약’), 자유무역협정(1994년 NAFTA 등 200여개), 경제파트너십(EPA : 유럽과 식민지 국가였던 아프리카와의 자유무역 형태), 관세동맹(베네룩스 관세동맹 등), 공동시장(노동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 ECC), 경제동맹(화폐금융, 물가 및 세입세출 등 거시정책, 사회정책 : EC), 완전경제통합(초국가적 기구 설치와 운영: EU, 그러나 헌법 만들지 못하고 있음) 등이 있다.

FTA는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시장 확대에 따른 공동의 경제적 이익을 향유하기 위해 국가 간에 체결한다는 협정이라고 한다. 물론 사실이 아니다. 여하튼 FTA는 협정을 맺은 당사국간 배타적 무역 특혜를 부여한다. 그런데 FTA가 WTO의 연장이거나 양면전술이라는 것은 다음과 같은 사항에서 알 수 있다. WTO는 3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FTA로서 인정한다. WTO의 지역위원회가 곧 FTA를 관할한다. 첫째, 실제적으로 모든 상품의 무역을 자유화 대상으로 하며 품목 수 기준으로는 90~95% 이상으로 한다. 둘째, 관세 및 기타 상업적 제한의 합리적 기간은 원칙적으로 10년 이내에 철폐한다. 셋째, 관세 및 상업적 제한이 협정 전 보다 후퇴하지 않아야 한다(1994년 GATT 제 24조 및 양해조항, GATS 제5조). 이는 더 자유화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FTA는 WTO와 함께 세계무역질서를 형성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2005년 말 현재 WTO 지역위원회에 통보된 숫자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255개 FTA가 체결되었고 그 중 208개가 발효 중이다. 2005년 현재 전 세계 교역량의 50% 이상이 FTA를 통해 이뤄졌다. 무역의존도가 70% 이상인 한국정부는 ‘선진형 통상국가’를 내세우며 FTA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GDP 대비 수출입의 부가가치 비중은 10%에 미치지 못하고 자동차, IT 등의 부가가치도 농업( 또는 농업관련산업)에 미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무역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그 무역이 무조건 자유무역 형태로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유포하고 있다. 그렇다고 전통적 이론인 비교우위론에 의해서만 무역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한국은 FTA를 추진할 5대 거대 경제(국가)권으로 미국, 중국, 아세안, 일본, 유럽(EU)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칠레(2004.4), 싱가포르(2006.3), EFTA(스위스 등 EU 소속 아닌 유럽 국가, 2006)등과FTA를 체결했으나 이들 규모는 매우 작다. 5대 권역 중에서 일본과는 6차례 협상 이후 지난 2004년 11월부터 중단된 상태다. EU는 유럽과는 2007년 5월 초 서울에서 1차 협상을 진행한 후 7월 중순 브뤼셀에서 2차 협상을 예정하고 있다. 아세안국가와는 상품의 경우는 2006년 8월에 서명하고 2007년 4월 2일 비준, 6월 1일 발효되었다. 서비스는 2007년 8월에 협정문이 타결될 예정이다. 미국과는 금년 4월 2일 협상을 타결하고 6월 말 양국간 조인식을 마치고 비준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중국과는 2005년 3월부터 민간 공동연구를 진행시키고 있다. 그 외에도 캐나다, 인도, 멕시코 등과 협상을 진행 중이며 향후 40여 개국과 FTA를 체결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2003년 2월 노무현 정부는 출범하면서 밝힌 한미FTA로드맵에서 보면 미국보다는 일본과 먼저 FTA를 추진하고 미국은 중국과 함께 연구사업 등을 통한 여건 조성 단계에 있었다. 그러나 2006년 2월 갑자기 미국과 한미FTA를 추진하였다. 그 동안 범국민운동본부를 중심으로 ‘밀실, 졸속협상’으로 낙인찍어 온 것이 다 그런 이유다. 헌법 60조가 규정한 국회의 조약에 대한 체결.비준 동의안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진행하였다. 미국은 의회의 권한인 무역법의 무역촉진권한(TPA)에 따라 6월 30일을 시한으로 협상을 진행한 반면 한국은 민주노동당이 제출한 통상절차법조차 통과시키지 않고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협상을 진행한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협상에서도 국회를 거수기 노릇으로 전락시키려 하는 것이다.

2006년 6월 21일 청와대에서 민주노총, 전농, 재계, 학계 등 여러 사회단체 대표가 참가한 대외경제위원회에서 노무현 정부는 2004년 8월부터 한미FTA를 검토해 왔다고 밝혔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2006년 5월 민주노총 대표단이 미국노총에서 미 무역대표부 한국 및 노동담당관을 만나 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이미 2004~2005년 양국간 FTA 초안이 마련되었다는 점이 드러났다. 2005년 말에 이미 협상을 실질적으로 시작하는 계기가 된 것은 그 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앞서 경주에서 열린 노무현-부시 정상회담에서 한미FTA시작을 합의했다는 점이다. 2006년 2월 2일 한미FTA 시작을 알리는 1차 공청회가 무산되는 시점과 같은 시각 워싱턴 D.C에 있는 미 의회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FTA협상 개시를 선언하였다. 물론 대외경제장관회의를 거치는 순서조차 무시했고 청와대 FTA 담당 보좌진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을 정도였다.

그리고 6월 초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1차 협상에서 200쪽짜리 통합협정문이 작성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6월 27일 외교통상부가 형식적이고도 졸속으로 진행하려던 2차 공청회 역시 노동자, 농민들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그 이후 협상은 서울, 시애틀, 제주, 몬태나, 서울, 워싱턴D.C, 서울 등 태평양을 오가는 8차례의 협상으로 지난 4월 2일 타결했다. 그러나 미국은 민주당이 제출한 신통상법에 따라 다시 재협상을 요구했고 한국은 이를 수용했다. 그리고 6월 29일 미무역대표부 수전 슈워브 대표와 한국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미의회 빌딩에서 협정문에 조인하였다. 반민중적 밀실, 비밀, 졸속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숱한 노동자,농민들이 구속 수배되었고 국가권력의 탄압과 경찰의 폭력을 당했다. 급기야는 지난 7월 3일 범국본의 오종렬, 정광훈 두 대표를 구속하면서 향후 비준저지 투쟁조차 봉쇄하겠다는 분명한 의도를 드러냈다.

노무현 정권과 부시정권이 한미FTA를 추진한 배경은 이렇다. 먼저 한국과 미국 자본가의 이해를 국가권력의 이름으로 수행했다는 점이다. 한미FTA는 양국간의 협상이라는 형식을 빌린 노동과 자본간 계급대립이다. 다만 그 대립에서 노동자들은 철저하게 배제되었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양국 정부 입장에서 살펴보자. 미국은 정부, 기업, 가계 등 전체 부채액이 천문학적 수준에 육박한다는 추정에서 보듯이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한국과의 무역적자를 핑계로 한국에서 더 많은 경제적 이득을 추구할 예정이다. 미국은 정치군사, 경제적으로 대 중국 견제 교두보를 한반도에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한미FTA는 한미동맹에 근거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미군 재배치를 뒷받침하는 한미경제동맹이다.

남북미자유협정이 남미지역의 좌파정권 수립으로 어려워지자 미국과 미국을 근거지로 하는 다국적 기업에 큰 이익을 가져다 줄 한미FTA를 조속히 체결할 필요성이 있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뒷받침할 물적 토대로서 한미FTA가 필요했다. 그렇다면 노무현 정권이 한국경제가 미제국주의 경제에 완전히 편입되고 자본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무역 및 경제정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신자(본)유주의 이데올로기에 빠져 미국식 자본주의와 자본의 세계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임으로 호랑이 등에 올라타지 않으면 세계사적인 흐름에 낙오될 수밖에 없다는 착각과 환상 때문이었다. 이것은 부르주아경제이론으로 무장한 친미 경제학자, 관료들 그리고 자본의 이데올로기를 끊임없이 퍼뜨리는 자본언론들에 의해 철학이 빈곤한 노무현정권을 재구성하여 자본의 하부기구로 전락시킨 결과였다. 본질적으로 한미FTA는 자본이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한 수단이며 이를 추진하는 세력들은 돈이든 권력이든 그들에게 떡고물이 떨어질 것을 예상하여 자본에 기생하여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4. WTO 세계체제와 한미FTA

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의 세계화는 4번의 전환점을 이루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 첫 번째는 2차 대전 직후의 UN, IMF, IBRD(WB), 그리고 GATT체제이다. 두 번째는 1974년 오일쇼크 이후의 통화주의 체제다. 세 번째는 1994년에 나타난 NAFTA/WTO체제다. 네 번째가 오늘날 추진되는 세계화다. 현재의 세계화는 WTO의 연장인 FTA의 추진이다. 이 둘은 자본주의 세계화의 양면 전략이다. 한미FTA는 바로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그동안 한미양국은 10여 년간 양국간 투자협정(BIT) 체결을 위해 지루한 협상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한미FTA라는 포괄적 협상을 타결함으로써 투자협정은 단지 그 일부분에 포함될 뿐이다. WTO DDA 협상이 결렬된 시점에서 체결된 한미FTA는 자본의 입장에서는 WTO체제의 우회적 완성 가능성을 보여주는 쾌거다. 마치 2차 대전 직후의 첫 번째 단계에서만 유효했고 최근에는 다 죽어가던 IMF가 1997년 한국이 외환위기를 당했을 때 IMF프로그램을 전적으로 수용함으로써 되살아난 것과 비교할 수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한미FTA의 모델이 되고 있는 NAFTA는 처음에는 일시적으로 무역규모 증가, GDP 증가, 일자리 증가 등으로 좋았으나(the good) 곧 나빠졌고(the bad) 추악해졌다(the ugly). 미국의 경우 NAFTA가 나쁜 얼굴을 드러낸 것은 200만 명의 일자리가 줄어든 탓이다. 캘리포니아주에서만 21만 2천개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멕시코는 헌법을 개악해야 했고 옥수수가 사라지고 숲이 파괴됐다. 노동자 임금이 저하하고 환경이 악화되었다. 불법이민이 증가하였으며 공장은 중국으로 이전하였다. 그런데 추악해진 것은 다름 아닌 민주주의가 후퇴(weakened democracy )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한미FTA는 ‘NAFTA+알파’라는 사실이다.

한국정부가 FTA를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얻은 말은 ‘통상독재(trade dictatorship)'와 같은 민주주의 억압과 후퇴다. FTA는 기본적으로 투자자의 권리(investors rights)를 강화한다. 특히 NAFTA 11조(투자자 권리조항)가 문제(problems with chapter 11's)였다. 이성적인 역사는 사라지고 말았다(Rational history gone terribly wrong). 현재 진행되는 국제경제정책문화는 매우 비민주적이다. 앞에서 제시한 네 번째 변화와 관련한 해결방안(solutions for tomorrow)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세계화의 전략적 중단, 균형, 전략적 파트너 선택, 투자개혁, 환경과 노동 번영, 비차별적 규제(non-discriminatory regulations), 대통령 싸인 전 의회투표(congress vote prior to Prez Sig), 복습과정(review process) 등이다.

자유무역(free trade)은 닫힌 과정(close process)으로 하나의 규정을 강제하고(one-size-fits all) 무역에서 차별적 장벽을 광범위하게 정의(broadly defines discriminatory barriers to trade)한다. 그것은 명백하게 좁은 문(narrow set of explicit goals : i.e pure trade)이고 국가와 지역의 갈등(state/local conflict)이다. 반면 공정무역(fair trade)은 위와 정반대의 열린 과정(open process)이다. 자유무역은 불공정무역이다. 미국식 자본주의가 판치는 미국 내에서도 자본의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며 공정무역을 추구하는 단체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물며 미제국주의 정치군사경제침략과 다국적 기업 및 재벌의 수탈과 착취가 강화되고 있는 한국에서 한미FTA를 반대하는 투쟁이 격렬하게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실 노동자들이 추구하는 것은 현재 수준의 공정무역을 넘어선 민중무역이다. 그러나 공정무역조차도 무자비하게 파괴되고 있다.

(이 장은 지난 6월 7일 미국 오클랜드시에서 열린 시민단체, ‘캘리포니아 공정무역연합’ 단체 발제문에 기초하여 재정리한 글임)




5. 한미군사동맹을 뒷받침하는 경제동맹으로서 한미FTA

한미FTA는 한미간의 군사동맹을 뒷받침하는 한미경제동맹의 성격을 갖는다. 2006년 2월 한미FTA를 추진하기 전인 2005년 말 한미양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하였다. 미국의 군사력은 미국 본토, 태평양, 한반도, 유럽의 4대축을 통해 세계적 군사패권을 유지한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의 수렁에 빠져 있으며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고 북한을 굴복시키며 한반도에서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성격을 변경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되었다. 주한미군주둔군지위협정(SOFA)은 외형적으로 북한의 남침위협으로부터 남한을 보호하면서 북한을 수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이제까지의 개념을 넘어 북한 붕괴, 대중국 포위전략, 그리고 이라크를 비롯한 전 지구적 전쟁이라는 말 그대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은 이제까지 달러와 군사제국주의를 바탕으로 패권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엄청난 국가부채와 무역적자 그리고 다극화의 국제정세 속에서 독자적으로는 패권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특히 동북아지역에서의 한.미동맹, 미.일동맹뿐만 아니라 미국의 군사력과 결합한 한국.일본. 대만. 필리핀을 잇는 대중국 포위망은 기존의 군사력 훨씬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군기지의 재배치,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제고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경제동맹의 강화가 요청되는 것이다.

지금 한반도와 동북아사아에는 신 냉전질서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겉으로는 평화를 말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전쟁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남한에서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기초하여 한강 이북에 있는 주한 미군 기지를 평택으로 강제이전하면서 새로운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 이는 유사시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과 대 중국 포위 전략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미군기지 재편이다. 미군기지 재편은 정치군사적으로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기초하고 경제적으로는 한미FTA 추진을 통해 그 물적 토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는 군사적, 경제적 한.미 동맹의 강화다. 미국의 관리들은 한미FTA를 한.미 경제동맹이라고 규정해 왔다.

이러한 한반도에서의 한.미 동맹 강화는 일본에서의 미.일 동맹 강화와 무관하지 않다. 일본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일미군의 재편은 바로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이다. 일례로 이와쿠니 미군기지 확장은 한반도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제 한.미, 미.일 동맹을 넘어 한.미.일 삼각동맹이 건설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대만과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까지 대 중국 방어선을 넓혀가고 있다. 중국도 이에 질세라 군사대국화를 추진하고 있다. 군사동맹이 강화되고 군사기지가 확장 재편되는 것은 바로 전쟁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미제국주의는 끊임없이 전쟁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패권을 추구해 간다.

이러한 구도 속에서 일본정부는 2005년 11월 여당인 자민당이 채택한 신헌법초안에 기초하여 헌법개악을 몰아붙이고 있다. 평화헌법 9조를 개악하기 위해 필요한 개헌수속법안(국민투표법안)을 통과시키려 모의를 하고 있다. 지금 국민적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아베정권은 일본국민들의 반대가 압도적으로 높은 평화헌법 9조 개악을 자신의 임기 중에 성사시키기 위해 발악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그 동안 자위군을 캄보디아, 이라크 등 해외파병을 통해 자위의 목적 외에는 그 어떤 군사적 행위나 침략전쟁을 할 수 없다는 인식을 은근히 바꿔가고 있다. 미.일 군사 동맹 강화를 통해 자위대를 자위군으로 재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미 제국주의 군사력을 통해 동북아지역에서 북한과 중국의 위협을 과장하여 전쟁위기를 고조시키고 남한과 일본 국민들에게 전쟁의 위협을 통해 일본의 군사 무장화를 정당화시키려 한다.

지난 6월 13일 미무역대표부(USTR) 바티야 부대표와 북한핵을 중심으로 한 6자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국무부 동아시아 담당차관보가 출석한 미의회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가 있었다. 이 자리는 한미 군사동맹과 한미 경제동맹으로서의 한미FTA가 별개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노동, 환경 등 7개 항목으로 재협상이 이루어질 시점이었는데 의원들의 요구는 쌀, 쇠고기, 자동차, 개성공단 등이 주요한 협상의 지적 내용이었다. 만약 미국이 경제규모만을 놓고 FTA를 추진했다면 당연히 일본이나 유럽과 FTA를 추진했어야 할 것이다.



6. 한미FTA 타결과 비준 전망

한미FTA협상은 노동자가 분신으로 운명을 달리하는 저항 속에서도 진행되었다. 지난 4월 2일 타결되고 5월 25일 공개된 협정문 내용에 따르면 정부의 융단폭격식 광고 선전과는 그 내용을 달리한다. 타결 직후 한글 협정문 초안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협상 타결 52일 만에 겨우‘상세 설명자료’라는 명목으로 공개하였다. 미국의 TPA 일정에 따라 최종 서명일 35일을 남겨놓은 시점이었다. 정부는 한미FTA를 추진하면서 제조업의 수출이 늘어나고 따라서 무역규모가 커지며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과대 선전했다. 그런데 제조업의 대표적인 품목이 자동차와 섬유제품인데 그 둘 다 정부가 말하는 것처럼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자동차는 미국시장에서 2.5%의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지만 3천cc이하에만 해당되며 그 이상은 3년 후로 연기하였다. 지금처럼 현대.기아차의 미국 내 현지 투자가 증가하고 있는 마당에 한국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미국 내 수출이 크게 늘어나기 어렵다. 그리고 소형차에서 관세 2.5% 폐지되는 가격 인하가 판매를 늘린다는 보장이 없다. 자동차 세제를 비롯해 자동차와 관련한 80여 가지의 비관세장벽을 철폐함으로써 오히려 한국에서 미국의 대형차 판매가 늘어날 것이다. 거기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일본차의 국내 수입이 증가할 수도 있다. 그 경우 일본은 한일FTA를 체결하지 않고도 FTA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 민주당이 한미FTA협정문을 비준하는 조건으로 미국에 유리하도록 자동차에 대한 재협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동안 자본언론들은 금속노조나 현대자동차 파업에 대해 한미FTA로 수혜를 입는 부문이 자동차산업이라고 주장하며 파업을 비난해 왔다. 설령 자동차산업에 이익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자동차 회사 경영주나 대주주의 몫일뿐이다. 사실은 한국이나 미국의 자동차산업은 엄청난 구조조정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8천만대의 자동차 생산에 6천만대의 소비에 불과하여 2천만대의 과잉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자동차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한미FTA는 그런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그 구조조정의 희생자는 바로 노동자가 될 것이다.

섬유산업을 보더라도 원사 기준의 원산지 문제 때문에 예상되는 이익을 볼 수 없다. 설령 원사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중국, 동남아, 중남미 제품과의 가격경쟁력에서 우위에 설 수 없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농업에서의 타격은 치명적이다. 특히 협상 대상이 아니었던 쌀의 수입 개방압력과 광우병 우려가 있는 미국 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재개 압력은 계속될 것이다. 1만 여개가 넘는 상품에다 서비스, 투자, 무역구제, 금융, 투자자 정부제소권, 언론, 문화 등 모든 부문을 망라한 포괄적 협상은 일방적 불균형 협상으로 막을 내렸다. 미국에게는 보호무역(PTA :protective trade agreement)이었고 한국에만 자유무역(FTA)이었다. 특히 FTA가 갖는 자본에 대한 규제철폐와 노동시장유연화의 성격은 노동과 자본간 불균등협상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민중무역(People's Trade Agreement)은커녕 공정무역(Fair Trade Agreement)의 최소한의 기반조차도 무너뜨리는 협상이 되었다. 거기에 더해 미국의 재협상을 받아들였다. 협정문의 구성을 보더라도 전문, 협정전문, 부속서, 부록, 서한으로 구성되었다. 위 구성 모두 협정문으로 효력상 차이가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서한조차도 같은 효력이라면 재협상은 언제든지 추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이 콜롬비아 등과 한 방식이었고 한미FTA 협상 역시 선타결 후협상 방식으로 미국의 요구는 계속될 것이다. 한미FTA는 단순히 무역규범을 정한 협상이 아니다. 국가의 조세주권과 사법주권조차도 다국적 기업이나 초국적 금융투기자본에게 내 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투기자본 론스타가 오히려 한국정부를 제소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지난번 마지막 재협상(이것 역시 단순히 추가협상이라 우겼지만)에서 노동, 환경 등 7개 항목을 다루었다고 했지만 이것이 주된 내용이 아니었음을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OECD 30개국 중 한국과 미국은 ILO 조약 비준 순위가 29위, 30위인 나라다. 프랑스가 120여 항을 비준한 반면 한국과 미국은 단 20여개 비준에 불과한 노동후진국이다. 경찰력을 동원해 공무원노조 사무실에 대못을 박고 노동자들 파업에 대량구속을 감행하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그런 두 나라가 노동권을 강화하기 위해 재협상을 했다는 것은 난센스다. 또 미국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세계 최고(최근 중국이 1위)로 배출하면서 이를 규제하는 교토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나라다. 한국 역시 경제개발과 성장을 위해서는 환경파괴가 불가피하다는 관점에서 정책을 펴고 있는 나라다. 이것은 한미FTA의 본질이 아니다. 한미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한미FTA가 마치 따뜻한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것처럼 오인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이제 양국 모두 공은 국회(의회)로 넘어갔다. 한국은 금년 말 대선과 내년 총선 때문에 비준이 2008년 4월 이후 국회로 넘어갈 것이고 미국 역시 내년 총선과 대선 때문에 2009년 초로 넘어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국국회는 현 협정문에 변경 없이도 비준될 가능성이 있지만 미국의회는 협정문의 변경 없이는 결코 비준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최근 한국의 자본언론을 통해 주장되고 있는 하반기 정기국회에서의 조기 비준으로 미국 의회비준을 압박해야 한다는 논리가 바로 그것이다. 이제 한미FTA협정문 비준을 둘러싼 새로운 공방이 시작되었다. 노무현정권은 임기 말까지 비준을 성사시키기 위해 범국본과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을 계속 강화할 것이다. 한미FTA는 자본에겐 축복을, 노동자, 농민 등 민중에겐 커다란 재앙을 가져다 줄 것이다. 자본의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제국주의 침략의 결정판인 한미FTA를 막아내는 일은 이 시대 노동, 농민, 민중운동의 제일의 과제다.

참고자료 : 통계, 인용문, 전문 용어 등은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발간 보고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연구기관 보고서, 미국노총과 미국 공정무역단체 자료, 민주노총 자료, 금융자본주의 세계화 관련 보고서 등을 참고하였음.

* 이 글은 홍근수 목사 고희기념 문집<전환기 한미관계의 새판짜기2>(평화.통일연구소 엮음, 한울, 2007.8) 제1부(한미관계 새판짜기)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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