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총 아태지역(ITUC-AP) 창립을 계기로 본 국제노동자운동의 현황과 민주노총의 역할
지난 9월 5일-6일까지 인도 뱅갈로르(Bangaloore)에서 국제노총 아태지역(ITUC-AP) 창립총회가 열렸다. 여기에는 약 45개국 300여명의 대표자들이 참석하였다. 민주노총에서도 이석행 위원장을 비롯하여 공공운수연맹, 보건의료노조, 금속노조, 부산지역본부 등 7명의 대표단이 참가하였다.
국제노총 및 아태지역기구 출범 전사(前史)
이번 아태지역기구 창립은 작년 11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출범한 국제노총(International Trade Union Confederation, ITUC) 창립 총회 결정에 따라 이루어졌다. 새로운 국제노총이 출범하기 전까지, 국제노동조합운동은 세계노련(World Federation of Trade Unions, WFTU, 1945년 설립), 국제자유노련(International Confederation of Free Trade Unions, ICFTU, 1949년 설립), 세계노동총연맹(World Confederation of Labour, WCL, 1968년 설립) 등으로 분화되어 있었다.
사실 세계노련(WFTU)은 그 자체로 국제노동조합 통합을 위한 노력의 결과였다. 파시즘이라는 인류 공동의 적에 맞선 공동 대응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1945년 10월 3일 세계노동조합연맹(World Federation of Trade Unions;WFTU)이 창립된 것이다. 세계노련은 파시즘 절멸, 전쟁의 근절과 항구적인 평화, 임금생활수준의 개선 등을 목표로 하였다.
세계노련은 사회주의 국가, 자본주의 국가, 식민지 노동자를 포함하고 다양한 사상과 신념을 포괄한 명실상부한 통합 국제노동조합조직이었다. 실제로 사민주의적 경향의 노조, 영국노총(TUC)을 중심으로 한 서구 비공산계 노조, 프랑스노동총동맹(CGT), 이탈리아노총(CGIL) 등 공산주의 계열 노조, 미국의 산별회의(CIO) 등이 모두 참가하였다. 미국의 노동총연맹(AFL)만 가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1947년 이후 냉전체제가 등장하고, 사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이념의 차이, 마샬 플랜의 시행을 둘러싼 입장 차이, 국제산별노련과의 관계 및 위상 등을 둘러싼 논쟁 속에서 결국 좌우로 분화되었다. 영국노총과 미국산별회의(CIO)는 마샬 플랜과 관련된 미국노동총연맹(AFL)의 정책을 지지하면서, 1948년 마샬 플랜을 지지하는 서구블록 노조들이 독자적인 흐름을 형성하기 시작하였다. 결국 1949년 12월 미국 AFL의 주도로 국제자유노련(International Confederation of Free Trade Unions; ICFTU)이 출범하게 되었다. 국제자유노련은 반공주의를 정치사상적 기초로 하여, 미국을 필두로 하는 자본주의 제국의 국제정책을 지지하고 노사협조의 입장을 취해 왔다. 한편 세계노련(WFTU)은 분화 이후, 조합원의 95%가 구(舊)사회주의권 국가 노조원들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구(舊)사회주의권이 몰락하면서 급속한 쇠락을 과정을 겪게 되었다.
국제자유노련은 1949년 창립 당시 기독교계 노동조합의 참여를 요청하였으나, 세계노동총동맹(WCL)의 전신(前身)인 국제기독교노동조합연맹(IFCTU)이 노동조합 운동의 다원주의 원칙과 냉전 이데올로기에 종속된 노동조합운동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합류하지 않았다. 하지만 1960년대 말 이후 기독교계열 노동조합운동이 종교적 색채에서 벗어나면서, 양 조직의 이념과 정책이 점점 유사해졌다. 특히, 1974년, WCL의 유럽지역 가맹조직이 ICFTU가 주도한 유럽노총(ETUC)에 가입하면서 ICFTU와 WCL의 통합 문제가 다시 현안으로 대두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 말 냉전체제가 붕괴하면서 공산주의계 노동조합의 국제조직인 세계노련(WFTU)을 탈퇴한 동유럽과 남미지역조직의 가맹을 둘러싸고 ICFTU와 WCL 간에 경쟁과 갈등이 생겨나면서 통합논의는 순조롭지 않게 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양 조직의 정책과 이념에 있어서 차이가 없고, 유럽노총(ETUC), 경제협력개발기구 노동조합자문위원회(OECD TUAC), ILO 등에서 공조체제를 강화하면서, 2000년 이후 구체적인 통합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그 결과, ICFTU는 2004년 12월 일본 미야자끼에서 개최된 18차 ICFTU 세계총회에서 WCL과 통합을 결정하였다. 한편 WCL도 2005년 11월, 브뤼셀에서 개최된 제26차 세계대회에서 ICFTU와의 조직통합을 정식으로 결의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양 조직은 2006년 11월 국제노총을 창립하였다.
독립노총의 가맹
본질적으로 국제노총은 국제자유노련이 세계노동총동맹을 흡수통합 한 것으로 봐야 옳을 것이다. 그런데 세계노동총동맹 가맹조직들중 다수가 조직력과 활동력에 있어서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고, 심지어 ‘서류상의 노조’로만 존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면에서, 세계노동총동맹을 흡수통합한 것은 질적인 측면에서 별다른 의미를 갖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눈 여겨 봐야 할 지점은 독립노총들의 가맹이다. ICFTU와 WCL 어디에도 가맹하지 않았던 독립노총들이 국제노총 창립 과정에서 결합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노동총동맹(CGT), 네팔노총(GEFONT), 콜롬비아노총(CUT-Colombia) 등이다. 이들은 그동안 진보적이고 민주적 노조운동을 전개해오면서, 반공주의 노선에 기반한 국제자유노련의 이념과 정책에 반대해 가맹을 거부해왔다. 새로운 국제노총 창립 과정에서의 가맹 여부도 치열한 조직내 논쟁을 통해서 결정했다. 이런 측면에서, 새로 가맹한 독립노총의 실질적인 영향력은 아직 미미하지만, 향후 국제노총 개혁을 촉진하는 조그마한 계기로 작용하기를 희망한다.
국제노총 및 아태지역기구의 ‘개혁’
이제 막 출범한 국제노총과 아태지역기구 ‘개혁’을 말한다는 것이 시기상조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국제노총과 아태지역기구가 국제자유노련의 노선과 정책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혁’을 위한 민주노총의 역할을 여전히 강조되어야 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선 국제노총의 입장이 보다 ‘급진화’ 될 수 있도록, 진보적인 노총들과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WTO와 FTA에 관한 입장에 있어서, 국제노총과 아태지역기구는 “WTO 등 다자간 경제통합 과정에 핵심노동기준을 포함시키기 위한 조치를 더욱 강화할 것”, “모든 무역협상에서 노동기준에 대한 공동 전략을 채택할 것” 등에서 나타나듯이, ‘자유’무역협정을 반대하기 보다는 협정 내부에 ‘핵심노동기준의 포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입장은 WTO나 FTA가 단지 노동권 약화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공공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접근권 약화, 식량주권 박탈, 초국적자본의 투기적 행태에 대한 통제력 상실 등을 결과하여, 궁극적으로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 신자유주의적 정책 개혁을 완성시키는 촉매제로 기능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이러한 지점에서 민주노총의 적극적인 개입과 역할이 필요할 것이다.
공식 국제노동조직을 넘어서
한편 국제노동운동의 주류적 흐름이 국제노총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외부에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제노총의 내부적 ‘개혁’과 동시에 그 외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진보적 노동자운동의 흐름에 주목하고 연대해야 한다.
특히 1999년 시애틀 투쟁 이후 성장한 전쟁과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국제사회운동진영과 긴밀히 결합하면서 활동하고 있는 노동자운동의 흐름이다. 일례로, 올해 1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에서 제안된 “세계사회포럼 노동자 네트워크”(Labour Network on and in the World Social Forum Process)이다.
이들은 협소한 정규직 조직 노동자 운동을 넘어서, 보다 넓은 의미의 노동 해방, 혹은 노동자 운동의 재창조를 주장하면서, 구체적으로 일국적 수준에서 비정규직 조직화, 급진적 민주주의 및 사회운동과의 동맹 강화 등의 프로세스를 제안하고 있다. 이 네트워크에는 브라질노총(CUT), 아르헨티나 노총(CTA)을 비롯하여, 유럽의 이탈리아노동총동맹(CGIL), 아프리카의 남아공노총(COSATU), 인도의 신노동조합계획(NTUI) 등 노동조합 뿐만 아니라, 세계여성행진(World March of Women), 남아공의 ‘노점상조직’(StreetNet) 등 사회운동이 함께 하고 있다.
또한 민주노총, 남아공노총(COSATU), 브라질노총(CUT), 필리핀 노동절운동센터(KMU), 인도노동조합센터(CITU) 등이 참가하고 있는 남반구노조연대회의(SIGTUR) 네트워크 또한 주목해야 한다. 이 네트워크는 아직 상호간의 투쟁을 촉진하고 연대하는 실천적인 네트워크로까지 발전하지 못하고 있지만, 남반구에서 민주적 노조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한 유력한 공간으로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극복하고 맞서기 위해서 노동자들의 국제주의적 투쟁이 필요하다면, 그에 걸맞게 민주노총의 국제적인 역할 또한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아시아 지역 민주노조운동을 성장시키는데 우리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한 중장기적 고민과 계획이 필요하다.
우리의 투쟁을 세계화시켜내는 과정과 국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는 과정이 하나로 결합될 때, 우리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넘어선 ‘다른 세계’에 한 걸음 더 다가가 있을 것이다.
지난 9월 5일-6일까지 인도 뱅갈로르(Bangaloore)에서 국제노총 아태지역(ITUC-AP) 창립총회가 열렸다. 여기에는 약 45개국 300여명의 대표자들이 참석하였다. 민주노총에서도 이석행 위원장을 비롯하여 공공운수연맹, 보건의료노조, 금속노조, 부산지역본부 등 7명의 대표단이 참가하였다.
국제노총 및 아태지역기구 출범 전사(前史)
이번 아태지역기구 창립은 작년 11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출범한 국제노총(International Trade Union Confederation, ITUC) 창립 총회 결정에 따라 이루어졌다. 새로운 국제노총이 출범하기 전까지, 국제노동조합운동은 세계노련(World Federation of Trade Unions, WFTU, 1945년 설립), 국제자유노련(International Confederation of Free Trade Unions, ICFTU, 1949년 설립), 세계노동총연맹(World Confederation of Labour, WCL, 1968년 설립) 등으로 분화되어 있었다.
사실 세계노련(WFTU)은 그 자체로 국제노동조합 통합을 위한 노력의 결과였다. 파시즘이라는 인류 공동의 적에 맞선 공동 대응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1945년 10월 3일 세계노동조합연맹(World Federation of Trade Unions;WFTU)이 창립된 것이다. 세계노련은 파시즘 절멸, 전쟁의 근절과 항구적인 평화, 임금생활수준의 개선 등을 목표로 하였다.
세계노련은 사회주의 국가, 자본주의 국가, 식민지 노동자를 포함하고 다양한 사상과 신념을 포괄한 명실상부한 통합 국제노동조합조직이었다. 실제로 사민주의적 경향의 노조, 영국노총(TUC)을 중심으로 한 서구 비공산계 노조, 프랑스노동총동맹(CGT), 이탈리아노총(CGIL) 등 공산주의 계열 노조, 미국의 산별회의(CIO) 등이 모두 참가하였다. 미국의 노동총연맹(AFL)만 가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1947년 이후 냉전체제가 등장하고, 사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이념의 차이, 마샬 플랜의 시행을 둘러싼 입장 차이, 국제산별노련과의 관계 및 위상 등을 둘러싼 논쟁 속에서 결국 좌우로 분화되었다. 영국노총과 미국산별회의(CIO)는 마샬 플랜과 관련된 미국노동총연맹(AFL)의 정책을 지지하면서, 1948년 마샬 플랜을 지지하는 서구블록 노조들이 독자적인 흐름을 형성하기 시작하였다. 결국 1949년 12월 미국 AFL의 주도로 국제자유노련(International Confederation of Free Trade Unions; ICFTU)이 출범하게 되었다. 국제자유노련은 반공주의를 정치사상적 기초로 하여, 미국을 필두로 하는 자본주의 제국의 국제정책을 지지하고 노사협조의 입장을 취해 왔다. 한편 세계노련(WFTU)은 분화 이후, 조합원의 95%가 구(舊)사회주의권 국가 노조원들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구(舊)사회주의권이 몰락하면서 급속한 쇠락을 과정을 겪게 되었다.
국제자유노련은 1949년 창립 당시 기독교계 노동조합의 참여를 요청하였으나, 세계노동총동맹(WCL)의 전신(前身)인 국제기독교노동조합연맹(IFCTU)이 노동조합 운동의 다원주의 원칙과 냉전 이데올로기에 종속된 노동조합운동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합류하지 않았다. 하지만 1960년대 말 이후 기독교계열 노동조합운동이 종교적 색채에서 벗어나면서, 양 조직의 이념과 정책이 점점 유사해졌다. 특히, 1974년, WCL의 유럽지역 가맹조직이 ICFTU가 주도한 유럽노총(ETUC)에 가입하면서 ICFTU와 WCL의 통합 문제가 다시 현안으로 대두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 말 냉전체제가 붕괴하면서 공산주의계 노동조합의 국제조직인 세계노련(WFTU)을 탈퇴한 동유럽과 남미지역조직의 가맹을 둘러싸고 ICFTU와 WCL 간에 경쟁과 갈등이 생겨나면서 통합논의는 순조롭지 않게 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양 조직의 정책과 이념에 있어서 차이가 없고, 유럽노총(ETUC), 경제협력개발기구 노동조합자문위원회(OECD TUAC), ILO 등에서 공조체제를 강화하면서, 2000년 이후 구체적인 통합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그 결과, ICFTU는 2004년 12월 일본 미야자끼에서 개최된 18차 ICFTU 세계총회에서 WCL과 통합을 결정하였다. 한편 WCL도 2005년 11월, 브뤼셀에서 개최된 제26차 세계대회에서 ICFTU와의 조직통합을 정식으로 결의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양 조직은 2006년 11월 국제노총을 창립하였다.
독립노총의 가맹
본질적으로 국제노총은 국제자유노련이 세계노동총동맹을 흡수통합 한 것으로 봐야 옳을 것이다. 그런데 세계노동총동맹 가맹조직들중 다수가 조직력과 활동력에 있어서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고, 심지어 ‘서류상의 노조’로만 존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면에서, 세계노동총동맹을 흡수통합한 것은 질적인 측면에서 별다른 의미를 갖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눈 여겨 봐야 할 지점은 독립노총들의 가맹이다. ICFTU와 WCL 어디에도 가맹하지 않았던 독립노총들이 국제노총 창립 과정에서 결합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노동총동맹(CGT), 네팔노총(GEFONT), 콜롬비아노총(CUT-Colombia) 등이다. 이들은 그동안 진보적이고 민주적 노조운동을 전개해오면서, 반공주의 노선에 기반한 국제자유노련의 이념과 정책에 반대해 가맹을 거부해왔다. 새로운 국제노총 창립 과정에서의 가맹 여부도 치열한 조직내 논쟁을 통해서 결정했다. 이런 측면에서, 새로 가맹한 독립노총의 실질적인 영향력은 아직 미미하지만, 향후 국제노총 개혁을 촉진하는 조그마한 계기로 작용하기를 희망한다.
국제노총 및 아태지역기구의 ‘개혁’
이제 막 출범한 국제노총과 아태지역기구 ‘개혁’을 말한다는 것이 시기상조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국제노총과 아태지역기구가 국제자유노련의 노선과 정책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혁’을 위한 민주노총의 역할을 여전히 강조되어야 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선 국제노총의 입장이 보다 ‘급진화’ 될 수 있도록, 진보적인 노총들과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WTO와 FTA에 관한 입장에 있어서, 국제노총과 아태지역기구는 “WTO 등 다자간 경제통합 과정에 핵심노동기준을 포함시키기 위한 조치를 더욱 강화할 것”, “모든 무역협상에서 노동기준에 대한 공동 전략을 채택할 것” 등에서 나타나듯이, ‘자유’무역협정을 반대하기 보다는 협정 내부에 ‘핵심노동기준의 포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입장은 WTO나 FTA가 단지 노동권 약화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공공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접근권 약화, 식량주권 박탈, 초국적자본의 투기적 행태에 대한 통제력 상실 등을 결과하여, 궁극적으로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 신자유주의적 정책 개혁을 완성시키는 촉매제로 기능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이러한 지점에서 민주노총의 적극적인 개입과 역할이 필요할 것이다.
공식 국제노동조직을 넘어서
한편 국제노동운동의 주류적 흐름이 국제노총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외부에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제노총의 내부적 ‘개혁’과 동시에 그 외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진보적 노동자운동의 흐름에 주목하고 연대해야 한다.
특히 1999년 시애틀 투쟁 이후 성장한 전쟁과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국제사회운동진영과 긴밀히 결합하면서 활동하고 있는 노동자운동의 흐름이다. 일례로, 올해 1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에서 제안된 “세계사회포럼 노동자 네트워크”(Labour Network on and in the World Social Forum Process)이다.
이들은 협소한 정규직 조직 노동자 운동을 넘어서, 보다 넓은 의미의 노동 해방, 혹은 노동자 운동의 재창조를 주장하면서, 구체적으로 일국적 수준에서 비정규직 조직화, 급진적 민주주의 및 사회운동과의 동맹 강화 등의 프로세스를 제안하고 있다. 이 네트워크에는 브라질노총(CUT), 아르헨티나 노총(CTA)을 비롯하여, 유럽의 이탈리아노동총동맹(CGIL), 아프리카의 남아공노총(COSATU), 인도의 신노동조합계획(NTUI) 등 노동조합 뿐만 아니라, 세계여성행진(World March of Women), 남아공의 ‘노점상조직’(StreetNet) 등 사회운동이 함께 하고 있다.
또한 민주노총, 남아공노총(COSATU), 브라질노총(CUT), 필리핀 노동절운동센터(KMU), 인도노동조합센터(CITU) 등이 참가하고 있는 남반구노조연대회의(SIGTUR) 네트워크 또한 주목해야 한다. 이 네트워크는 아직 상호간의 투쟁을 촉진하고 연대하는 실천적인 네트워크로까지 발전하지 못하고 있지만, 남반구에서 민주적 노조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한 유력한 공간으로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극복하고 맞서기 위해서 노동자들의 국제주의적 투쟁이 필요하다면, 그에 걸맞게 민주노총의 국제적인 역할 또한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아시아 지역 민주노조운동을 성장시키는데 우리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한 중장기적 고민과 계획이 필요하다.
우리의 투쟁을 세계화시켜내는 과정과 국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는 과정이 하나로 결합될 때, 우리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넘어선 ‘다른 세계’에 한 걸음 더 다가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