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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좋은 일자리’ 만들기는 1타 3피

작성일 2009.04.03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20572

공공부문 좋은 일자리 만들기는 '1타 3피'

- 이재훈 (민주노총 정책부장)

 

 

`고용 빙하기`의 도래와 얼어붙은 서민경제

얼마 전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85.5%가 경제위기로 사업이나 장사, 취업실패와 실직을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막연한 불안감이 아니라, 현실에서 느끼는 위기감이다. 최근 두 달 사이 자영업자 42만 명이 도산했다. 일자리는 작년 2월과 비교했을 때 14만 2천개 감소하고, 20대 경제활동참가율도 61.7%로 21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고, 그나마 있는 일자리도 언제 잘릴지 모르거나 대부분 저임금·비정규직이다. 한 달이 멀다하고 바뀌는 간판들을 보면 ‘창업’도 엄두조차 나지 않는 현실이다. ‘고용 한파’로는 약해서 오죽하면 ‘고용 빙하기’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특히 OECD국가 중 네 번째로 높을 정도의 고물가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보니, 얇아진 지갑이 더욱 움츠려들 수밖에 없다. 서민경제가 얼어붙은 것이다. 자연스레 생산도 위축되고, 이는 또다시 고용을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허공에 삽질하며 역주행하는 MB정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위해 가야할 길은 멀기만 한데, 이명박 정부는 오히려 역주행하고 있다. 녹색으로 위장한 토목공사로 삽질하자더니, 이제는 대놓고 ‘나쁜 일자리’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비정규직과 최저임금 개악, 그리고 ‘공공부문 선진화’란 이름으로 포장한 구조조정으로 기존 일자리마저 불안하게 만들고, 청년인턴제와 대졸초임삭감으로 사회진출에 부푼 꿈을 갖고 있을 예비취업자나 청년실업자를 우롱하고 있다.
또한 정부가 내놓은 ‘사회적 일자리’는 추경예산에 3만개를 더해 15만 5천개를 늘리겠다고 하나, 정부가 좋아하는 숫자로만 따지더라도 이미 92만명을 훌쩍 뛰어넘은 실업자를 감당해낼 수도 없을뿐더러 대부분 ‘알바’보다 못한 최저임금 미만의 단기 일자리일 뿐이다.
더군다나 사회서비스 분야를 ‘핵심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며 자본과 시장을 끌어들여 오히려 공공성을 훼손하고, 돈벌이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사회서비스 확충을 통한 ‘좋은 일자리’ 만들기는 1타 3피 효과

대안은 있다. 민주노총이 주장하는 일자리 대안 가운데 한 가지가 사회서비스를 확충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자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회서비스 분야의 고용비중은 약 13.1%에 불과해 OECD평균(22.5%)의 절반 남짓 정도다. 복지가 그만큼 취약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동안 가족의 책임이나 시장의 역할만을 강조해왔던 보육이나 보건의료, 노인요양, 환경 등에 조금만 눈을 돌려도 1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일자리로 노동자서민에게 안정된 일자리와 다양하고 질 높은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제적 부담마저 줄일 수 있으니 1타 3피의 효과인 셈이다.
예컨대 보육의 경우, 취학 전 5세 미만 아동이 283만 명인데 55%만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같은 보육, 유아교육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국공립보육시설은 9.8%(약 13만 6천명)밖에 되지 않아 믿고 맡길만한 보육시설을 찾기도 힘든데다, 대부분의 민간보육시설은 현장학습비, 특강비 등 다양한 명목의 ‘웃돈’이 많아 부담이 만만치 않다.

만약 2012년까지 2조 4천억만 국공립시설에 투입하면 어떨까.
약 60만명의 아동에 대한 추가적인 사회적 보호가 가능할뿐더러, 약 6만2천8백명에게 안정된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공립은 국가에서 안정적으로 지원하고, 영리를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한달 최소 6만원에서 최대 50만원까지 새어나가는 학부모의 실질적인 부담도 줄여 가처분소득을 높일 수 있다.

‘좋은 일자리’냐 ‘나쁜 일자리’냐. ‘근본적인 처방’이냐, ‘일시적인 땜빵 처방’이냐.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정책’이냐, '부자와 기업을 위한 정책‘이냐. 이 간단한 질문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선택은 뻔하다. 결국 대안과 현실의 괴리를 메울 수 있는 것은 우리의 투쟁밖에 없다.


* 이 글은 '노동과세계' 366호(3월)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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