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제도는 저임금 노동자의 최저생계를 보장하고 날로 확산되는 소득양극화 해소를 위해 구실을 할 수 있는 제도이다. 즉, 이러한 최저임금제도의 사전적 정의로부터 관련된 상식적인 두 가지 기준을 떠올릴 수 있는데, 이는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저임금해소 및 ▲노동자의 임극격차 축소이다. 이는 일반적인 의미에서 최저임금제도가 가질 수 있는 정책적 기능은 소극적․적극적 의미로 나누어 설명될 수 있다. 먼저, 소극적 의미에서 최저임금제는 적정 수준이하의 노동조건 및 임금수준에 처해있는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로 규정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근로빈곤에 대한 적극적 개입으로서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가진다. 또한, 최저임금제는 임금구조의 기본적 하한선을 설정하는 역할을 담당하므로 인해, 포괄적 거시경제적 정책수단으로서의 역할까지 담당할 수 있다.
적절한 임금보장 - 삶을 지탱하는 최소한의 여건, 경제회생의 최소조건
현재 심각한 경제위기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누구나 아는 그 경제위기, 그리고 그에 대한 경제 회생에 대한 시급한 필요성이 사회적인 제1과제로 부상케 했다. 그야말로 경제위기가 대통령도 만들어내고 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폭락도 만들어낸 셈이다. 그런데 경제위기가 심각하다는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그 위기의 부담이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점,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의미에서 노동자의 적절한 생계보장이 경제 회생의 징표라는 점, 너도 나도 얘기하는 내수복원은 국민의 유효구매력 증진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에 대해서는 애써 침묵하고 있다.
사회복지시스템이 그 기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노동자들의 소득은 거의 전적으로 시장소득 즉, 임금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적절한 임금의 보장은 노동자들이 경제위기시 삶을 지탱해 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제공하는 방안인 동시에 경제 회생을 위한 최소조건이 된다.
재계는 최저임금이 전체 노동자 임금인상률에 비해 과도하게 높이 올라 산업경쟁력에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특히 민주노총이 최임위에 참가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매년 지나치게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1988년 최저임금제도가 처음 시행된 이후 20년간 최저임금은 6.91배 인상된 반면, 같은 기간 일반 노동자의 정액급여는 6.77배, 임금총액은 6.27배 인상돼 별반 차이가 없다. 지난 20년간 국내총생산은 6.57배, 국민총소득은 6.63배 늘어나 최저임금을 포함한 일반노동자의 임금인상폭과 대동소이한 상황이다. 이처럼 최저임금 인상이 일반 노동자의 임금, 국내총생산 증가 수준에 비해서 볼 때, 소득분배구조 개선이라는 최저임금제도의 본래의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정세와 관련하여 경제위기에 따른 최저임금의 인상이 불가하다는 입장의 논거에는 중소영세사업장이 임금비용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 최저임금은 그 명목상의 임금이외에 각종 부가수당으로 인해 실제 임금지급액은 이를 상회한다는 점, 경제위기에 따라 전체 임금수준이 정체 혹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 등이다. 하나씩 살펴보자면, 중소영세사업장의 경영상 어려움이 저임금노동자의 생계위기와 동떨어진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민주노총은 중소영세사업장의 채산성악화가 만약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것이라면, 이를 위한 정부지원을 실행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이는 상식적인 의미에서고통분담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경제위기에 따라 전체임금수준이 정체 혹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최저임금 인상 불가론으로 연결되는 것은 한국의 임금구성체계, 그리고 최저임금이 통상급여에 따라 정해진다는 점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즉, 전년도에 비해 임금수준이 정체되고, 일부사업장에서 삭감되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거의 대부분 상여금 하락에서 기인한 것이다. 각종 자료에서 밝혀지듯 최저임금의 산정기준이 되는 통상급여나 정액급여는 예년의 증가율을 유지할 것이며, 이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확인 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저임금인상불가론을 얘기하는 것은 저임금노동자들의 임금체계가 최소한의 통상급여에 상대적으로 적은 비율의 기타 수당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을 외면하고자 하는 의도라고 밖에 설명될 수 없다.
한나라당의 최저임금법 개악안은 과연 누구를 위한 '최저임금'인가?
한 가지 더 얘기해야 할 것은 지난해 발의된 최저임금법 개악안에 대한 것이다. 지난 2000년 이후 느리지만 꾸준히 발전해 온 최저임금제도가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다시 위협받기 시작했다. 국회에서는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이 2008.11. △지역별 최저임금제 도입 △고령자 감액적용 △숙식비용 임금 포함 등의 내용이 포함된 최저임금법 개악안을 대표 발의했다. 경제5단체도 위와 유사한 최저임금제도 개악방안과 최저임금 연령별․지역별 차별화 방안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노동부장관도 김성조 의원과 재계의 요구에 부응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노동부는 △고령자 감액적용 △숙식비용 최저임금 포함 등의 내용과 관련해 법개정 직후 적용 가능토록 연구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거센 비난 여론으로 국회 논의는 사실상 중단 상태에 놓여 있으나, 경제위기 심화와 최저임금 심의과정 등에 따라 언제든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얼핏 보면 연령별, 국적별, 지역별로 임금수준을 차등적용하겠다는 것으로 이른바 임금의 현실화라는 명목을 가진 것이다. 임금을 차별화하겠다는 논지자체도 노동계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일 뿐만 아니라, 문제는 최저임금이라는 점이다. 사전적인 의미에서 최저임금은 국가가 벌률로 국민최저선을 설정하는 것으로, 법률내에서 각종 차별기제를 내재하겠다는 것은 저임금해소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방기하는 것은 물론, 보다 중요하게는 임금에 대한 법률적 조절과 시장적 조절에 대한 기본적 구분을 혼동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즉, 임금은 이미 시장을 통해서 다양한 차별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저임금은 임금의 하한선을 고정함으로써 이러한 시장의 역기능을 제어하는 것이 그 목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률내에 다양한 예외 규정과 차별장치를 포함시키겠다는 것은 법률을 통한 정책적 개입의 기본을 망각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비판이 가능하다. 더불어 현실가능성이 낮긴 하나, 최저임금 수준을 노사간 의결절충실패시 공익위원을 통한 단독결정이 가능하도록 법안이 발의된 것은 최저임금의 3자주의적 결정의 근본틀을 훼손하는 조치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