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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하루만 정규직하면 원이 없겠다"

작성일 2005.06.24 작성자 여성위 조회수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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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지하철 7호선 청소 용역 노동자 유순점 씨

  2005년 9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적용될 최저임금인상안이 28일 확정될 예정이다.
  
  이에 지하철 역사 청소 노동자를 중심으로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최저생계가 보장될 수 있는 최저임금의 현실화를 요구해왔지만 노동계의 재계의 팽팽한 입장대립으로 좀처럼 쉽게 결론날 수 없는 상황이다.
  
  최저임금 문제는 인간의 삶을 좌우하는 기본적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로 최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들여다 본다면 최저임금 현실화의 시급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15일 여성연맹을 찾아 현재 지하철 7호선에서 역사 청소를 하는 유순점(58)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청소일을 하는 노동자들은 자신의 처지가 알려지는 것을 꺼려 언론을 기피하는 편이라 진솔한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됐지만, 유 씨는 최저임금 노동자로서 겪어야 했던 고통스런 삶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   진짜 문제는 일한 만큼 받지 못하는 이 나라가 문제
  
"청소일을 하고 있는 것도 남들보다 못사는 것도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못사는게 죄도 아니고. 진짜 문제는 일한 만큼 받지 못하는 이 나라가 문제인거지"
  
  기자의 걱정에 대해 자신의 처지가 남에게 알려지는 것이 부끄러워서라기 보단 자신의 처지가 알려져 자식들 앞 길을 막게 될까봐 어머니의 심정으로 걱정하는 마음이라는 것이 민주노총 이찬배 전국여성노조연맹 위원장의 설명이다.
  
  이미 알려져 있듯이 청소일을 하는 노동자의 나이는 40대에서 60대까지 비교적 높은 편이고 대부분 여성이다. 희끗희끗 보이는 유 씨의 흰머리와 주름에서 나이를 짐작할 수 있었고 그의 고된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아들 하나 딸 하나가 있는데 다들 시집장가가서 벌써 손주가 다섯이나 있어. 근데 둘 다 비정규직이고 나도 용역일을 하다보니 생활도 안되고, 노후대책은 커녕 내가 손주들 걱정까지 하고 있다니까. 남편도 산업재해로 허리를 다쳐 장애 판정을 받아 일을 잘 못하고 있고..."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생계를 위해 일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월급은 얼마나 되고 그 쓰임새가 어떻게 되는지 생활은 가능한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  한 달 64만원, 병원비 절반, 쌀값, 공공요금내고 빚안지면 다행
  
  "한달 평균 최저임금인 64만원을 받고 살지. 64만원...어디가면 남자들 술한잔 값도 안된다는 얘기도 있다. 64만원 받으면 병원비로 절반들어가고 나머지 쌀값, 공공요금 내고 나면 남는게 모 있겠냐. 물가도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이대로는 살 수가 없어"
  
  "2700만원짜리 전세 지하방에서 살고 있고, 회사에 나와서도 지하에서 일해야 하는 두더지 인생이야. 내집은 꿈도 못꿔. 빚만 없어도 살거 같은데...빚이 500만원 정도 있다. 500만원이 누구에게는 그리 많은 돈이 아닐지 몰라도 최저임금으론 빚을 갚아나가는 것도 쉽지않을 일이지. 갑자기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지하철 청소 용역 노동자의 경우 미세먼지가 무수히 날리는 지하에서 계속 근무를 해야하는 상황이라 다수의 노동자가 기관지염을 앓고 있고, 노동강도도 높은 편이라 관절염과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성연맹의 확인결과 64만원의 임금에서 많은 부분이 병원비로 지출되는 것으로 드러났고, 상당 수 노동자는 빚을 지지 않곤 살아갈 수 없는 상황으로 밝혀졌다.
  
  
**   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잘릴까봐 전전긍긍, 병원도 못가
  
  "걸레를 하도 빨아서 관절이 다 튀어나왔어. 그래도 먹고 살아야되니 일을 할 수 밖에 없지. 용역업체가 절반을 띠어가고 결국 밑바닥 인생만 죽는거야. 맨날 적자 인생인거지"
  
  최저임금 노동자의 저임금도 문제지만 노동환경에도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특히 저임금에도 불구하고 생계유지를 위해서 일을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회사의 일방적 퇴직을 두려워 해 현장에서 근무하다 아프거나 사고를 당해도 쉬쉬하거나 자비로 치료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에서 일하다가 다치면 쉬게 되잖아. 근데 관리장이 나가라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아픈 사실을 숨기고 몰래 치료하고 그래. 그리고 일을 그만둘 수 없으니 천정을 닦는 일이나 벽 닦는 일처럼 남자가 해야되는 일도 그냥하니까 가끔 사고도 나고. 이런 일은 특수반이라도 생겨서 일을 해야지 안그럼 사고가 날 수도 있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지. 화장실 청소, 오물, 가래침 뱉은 것, 아무데나 싼 소변과 대변. 처음에는 괴로워서 밥도 못먹었지. 아마 두 시간만 나두면 곳곳에 똥오줌으로 엉망이 될거야. 노동강도에 비해 임금이 턱없이 적지. 다른나라처럼 한국도 어려운 일 하는사람에 대한 대우 좋아져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청소용역 업종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이른바 3D업종으로 알려져 있지만 해외사례에선 임금부분을 비롯한 복지제도에서 수준 이상의 대우를 받고 있을 뿐만아니라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로서 사람들에 좋은 인식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 씨와의 대화를 통해 최저임금 현실화의 필요성과 함께 노동환경 개선의 필요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사회에 만연해 있는 청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변환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자는 최저임금이 얼마가 되야 할 것 같은지에 대해 질문했다.
  
    
<<   누구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인가 >>
  
  "받을라고 하면 한이없지만 82만원 정도는 되야하지 않겠냐. 주40시간제 하면서 연월차 없애고, 깎을 것도 없는데 깎는 건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지. 우리 같은 사람이 바랄게 뭐 있겠냐. 다른 것보다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 하루만 해봤으면 원이 없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유 씨가 남긴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으로 하루만 살아봤으면 좋겠다"는 말은 최저임금 노동자의 현실을 가장 여실히 드러낸 듯해, 귓가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최저임금 책정과 관련 '소득분배율을 반영하기로 했음에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제기되는 가운데, "노동계는 소득분배 개선책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오히려 공익위원들은 사용자의 경제논리에 의해 지난해보다 인상률을 낮게 잡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률 책정을 몇 일 앞둔 이 시점에서 누구를 위한 최저임금 책정인지 최저임금위원회에 묻지 않을 수 없다.
  


2005년06월24일 ⓒ민중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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