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휴가 없는 회사에서도 출산휴가 쓸 수 있다
유통업체에서 3년 정도 일해 온 ㅇ씨는 현재 임신 초기이다. 여직원이 많지만 사쪽에서는 우리 회사는 출산휴가가 없다며 출산시기가 되면 그만두라고 한단다. 5년 넘게 다니다 출산을 앞둔 같은 직장의 선배 ㅅ씨는 상사로부터 일단 사표를 쓰고, 복직문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다른 여직원들도 출산휴가를 쓰는 걸 본 적이 없는데 규모도 웬만큼 있는 회사가 이렇게 나오는 걸 보면 뭔가 조치를 취한 것 같아 불안하기만 하다며 상담소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출산휴가 급여를 모두 국가에서 받을 수 있다는데, 출산휴가를 확보해 내년 1월경 출산을 하게 되면 현재 월급 150여만원도 모두 국가에서 받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하여도 문의했다.
출산휴가 90일이 법적 의무라는 것은 이제 널리 알려져 있음에도, 여전히 직장내에서 출산휴가 사용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평등의전화에서는 이런 내용의 상담이 여전히 줄을 잇고 있는 현실이다.
근로기준법 제72조에서는 ‘사용자는 임신중의 여성에 대하여 산전후를 통해 90일의 보호휴가를 주어야 한다. 이 경우 휴가기간의 배치는 산후 45일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사쪽의 허가 사항이 아닌 강행 규정으로 볼 수 있다. 이를 위반한 사용자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출산이 늦어져 출산휴가 90일이 됐는데도 출산한지 45일이 되지 않았다면, 출산 후 45일이 되도록 휴가를 연장해 주어야 한다. 이 늘어나는 기간에 대하여 유급의 의무는 없는 것으로 본다.
그런데 사쪽에서 출산휴가를 주지 않게 되면 사실상 해고에 이르게 된다. 근로기준법에서는 산전후 휴가 기간과 그 후 30일간 해고하는 사용자에게는 5년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때 여직원쪽에서는 해고라고 주장하고 사쪽에서는 해고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경우들이 종종 발생한다. 문제는 사직서다. 평등의전화에서는 사쪽에서 직·간접적인 압력을 통해 ‘개인사정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유도해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상담을 해오는 경우도 종종 겪고 있다. 이 경우는 명백한 사기·협박 등에 의한 사직서 제출이 아닌 한 법적으로 구제받기가 참으로 쉽지 않다.
ㅇ씨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서도 많은 여직원들이 출산휴가를 앞두고 그만두게 되었지만 법적으로 문제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쪽에서는 여직원들이 알아서 그만뒀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선배 ㅅ씨에게도 지금까지 다른 여직원들처럼 사표를 쓰라고 한 것일 터이다. 출산휴가를 부여하지 않기 위해 해고하는 부당한 해고를 피하기 위하여 “우리 회사는 출산휴가가 없으니 사직서를 써야 한다.” “일단 사표 쓰고 출산하고 나서 보자. 자리를 마련해 보겠다”는 등의 말에 좌절하거나 헛된 기대를 품을 것이 아니라, 정확한 상황파악 속에서 사직서를 쓰지 말고 사쪽에 이는 부당해고임을 지적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ㅇ씨의 경우 출산휴가급여는 어떻게 받을 수 있을까. 지난 4월 국회에서 통과된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고용보험법의 개정에 따라 출산휴가급여 90일분을 국가부담으로 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의 적용은 300인 미만 사업장은 오는 2006년 1월1일 이후 출산하는 여성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08년부터 적용된다.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는데, 만약 출산일이 1월1일이라면 출산휴가를 12월부터 사용했더라도 90일분의 급여를 국가에서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급여가 통상임금으로 150만원이라면 국가, 즉 고용안정센터로부터 지급받는 급여 135만원과의 차액에 대해서는 사쪽으로부터 지급받을 수 있다.
만약 그래도 퇴사처리되거나 해고에 이르게 되면, 노동부에 진정, 고소하고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해 구제를 요청할 수 있다. 물론 해고에 이르지 않도록 출산휴가가 법적 의무사항임을 사쪽이 확인하도록 해 구제절차를 진행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을 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다른 여직원들이나 여직원회, 노동조합 등 공동대응하면 훨씬 바람직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출산휴가 선례가 없었더라도 당당하게 출산휴가를 사용하고, 앞으로는 아예 취업규칙에도 출산휴가 등을 명시하여 실질적인 모성보호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