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E Login

가맹산하조직별로 발급한 아이디로만 접속 가능하며, 개인 아이디는 사용 불가합니다.

search

문서자료

<기사> “노동운동, 여성정책 립서비스를 넘어라”

작성일 2005.11.14 작성자 여성위 조회수 1630

민주노총 10주년 여성정책토론회…“노동운동의 남성중심성을 넘어야”
  
여성노동자의 현주소는 어디쯤일까. 여성노동자의 70%가 비정규직. 특히 고용이 가장 불안한 임시·일용직의 비중이 높다. 임금은 남성노동자의 절반수준. 조직률은 7% 안팎. 이것이 수치로 나타나는 여성노동자의 현실이다. 이러한 ‘일반적인’ 수준만 봐도 여성노동자가 처한 상황을 충분히 알 수 있다. 빈곤의 여성화, 노동법 사각지대, 낮은 조직률과 의사참여구조 배제 등등.

민주노총이 10년의 역사를 맞았다. 이는 지난 10년을 평가하고 오는 10년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민주노총은 9일 오후 한국일보 북한산룸에서 여성정책 10년을 평가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은 이런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가부장적 노동운동의 책임 크다

출발은 여전히 차별받고 열악한 처지의 여성노동자의 현실에서부터다. 발제자 조순경 이화여대 교수(여성학)는 지난 10년 민주노총 여성정책의 평가를 ‘가부장제와 노동운동의 위기’에서 시작하고 있다. 과연 노동운동은 무엇을 했는가를 신랄하게 묻고 있는 것이다.

조 교수는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은 노조운동에서의 가부장제가 온존하는 한 해소하기 어렵다”며 “진보적 노동운동조직 내에서 여성은 이차적 노동자로 간주돼 왔으며 여성문제는 부차적인 사안으로 다뤄져 왔다”고 진단했다.

계급이나 민족과 같은 거대한 담론 속에서 성차별은 사소한 차별로 간주돼 왔으며, 비정규직이 임금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서고 여성 비정규직 비율이 남성 비정규직의 2배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노조운동 내 남성중심성은 심각하게 다뤄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노동’문제와 ‘여성’문제는 분리됐다는 인식 때문이란 것.


조 교수는 ‘노동운동이 여성을 희생양으로 삼아 왔다’고 냉정하게 비판했다. 그는 많은 예를 들고 있다. 노조의 가부장적 성격, 낮은 노조조직률 등으로 여성의 이해가 반영되기 힘든 구조다. 여성상근간부가 있어도 교섭과정에서 배제되기 일쑤다. 또한 정리해고 등의 과정에서 여성은 먼저 차별적 해고를 당해 왔다.

노조 내 남성중심성은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파견업 26개 대상업무는 비서, 타자원, 보모, 간병인, 조리사, 영양사, 전화교환원 등 주로 노조조직률이 낮거나 여성들이 집중고용 돼 있는 업종이다.

남성중심적 노조운동을 넘어서

그렇다면 노조운동의 남성중심성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까. 조 교수는 여성의 대표성 확보를 위한 조건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할당제와 독립적 여성위원회를 제시하고 있다. 그는 “노조 내 의사결정과정에서 여성참여를 확대하고 여성이해를 수렴하기 위해선 우선 각 의사결정기구에 최소한 조합원 성비 이상의 여성비율을 확대해야 한다”며 “할당비율은 최소 40%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UN은 여성할당 30%를 권고하고 있으며, OECD 국가들은 40~50%로 설정하고 있다.

또 여성이해가 실질적으로 의사결정과정에 반영되기 이전까지는 노조 집행부의 정파나 이해와 무관한 상설 여성위원회를 설치하고 실질적 예산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여성조합원을 실질적으로 대표하는 여성대의원이나 임원을 임명, 선출하는 것이 중요한데, 독립적 여성위원회를 구성해 여성위원회가 여성대의원과 임원들을 발굴, 추천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특히 노동운동은 ‘립서비스’를 그치고 실질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동안 민주노총은 여러 자리에서 여성 비정규직의 조직화와 참여를 노동운동의 과제로 말해왔지만 선언적 차원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화물운송·덤프의 조직화 성과와 4개 공공서비스노조 건설을 제외하고는 사업평가가 미미하다”며, 이 역시 여성이 다수인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조차도 남성노동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70년대 여성노동운동의 의의

여성노동자 조직화와 의사결정구조 참여를 위한 해법은 없는 걸까? 우선 이날 토론회에선 70~80년대 민주노조운동에서의 여성노동자의 역할이 주목을 받았다.

발제자 전순옥 참여성노동복지터 대표는 “혹자는 민주노총은 전노협을 모태로 만들어졌으며 온몸을 던져 죽음으로 지켜낸 중소기업 중심의 전노협이 없었다면 민주노총이 있었겠는가라고 묻고 있다”며 “그러나 (이 이전의) 70년대 민주노조운동의 경험과 역사는 부정되거나 제대로 평가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뒤, “70~80년대 여성노동운동이 민주노조운동의 뿌리이며 태동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전 대표는 이어 80~83년 민주노조 뿌리가 현장에서 완전히 뽑혔지만 이후 민주노조를 이끌었던 여성노동자들은 전국 각지로 흩어져 노동상담소와 노동자 소그룹활동을 하며 민주노조운동을 확산시켰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지적에는 토론자로 나선 YH노조 출신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도 동의했다. 최 의원은 “70년대에는 노조를 목숨처럼 여기고 소그룹활동 등의 학습을 통해 의식의 변화를 꾀해 왔다”며 “지금은 밑으로부터의 개혁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한편으로 이날 전국여성노조와 같은 독자적 조직화 방식도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토론자로 나선 나지현 전국여성노조 위원장은 “여성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지 못하는 기존의 노조활동의 한계를 극복하고 한국노조운동의 주요과제인 미조직 조직화의 주요 모델로서 여성노조를 시도하게 됐다”며 “개방적 인간관계, 소모임 진행방식, 비위계적 의사소통, 자녀양육 등 대안만들기 등의 여성친화적 조직방식을 통해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여성친화적’ 노동운동을 향하여

이날 토론회에선 지난 10년의 민주노총 여성정책과 사업은 일정한 성과도 있었지만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가 더 많다는 지적이다.

토론자로 나선 김미정 민주노총 여성국장은 “민주노총은 여성노동자 문제와 가부장제 하의 여성억압의 해결은 민주노총 사업의 중요한 한 축이었으며 여성위원회가 중심이 돼 여성조직 정비, 성평등적 조직운영제도 마련, 여성활동가 양성, 각종 연대기구 참여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 왔다”며 “그러나 아직도 요구수준에 비해 인적, 재정적 토대가 허약하고 정책적 역량 역시 부족해 많은 한계와 과제를 안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점에서 민주노총 내 여성노동자의 독자적이고 자율적인 목소리가 더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마디로 ‘투쟁’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순경 교수는 “여성차별이 없어질 때까지 한시적으로 독자적인 여성조직이 필요하다”며 “독자적, 자율적 여성위원회를 구성해 단위노조까지 이 체계가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순옥 대표도 “노조가 능력있는 여성에게 역할을 맡기지 않으면 결국 존폐의 위기에 몰릴 것”이라며 “할당제의 경우도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닌, 여성노동자의 투쟁을 통해 내용을 가진 할당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명숙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여성비정규직 문제해결에 1차적 비중을 두어야 한다”며 “또한 여성간부할당제, 여성위원회 설치 등 여성세력화를 위한 제도운영상 취약점은 없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매일노동뉴스  11월11일>
수정    삭제          목록
CLOS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