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직엔 ‘禁女의 벽’ 여전…질적지위 답보상태
입력: 2006년 03월 26일 21:57:56 : 0 : 0
여성 지위의 압축판인 공직사회는 ‘금녀(禁女)’의 울타리가 높다. 해마다 여성 공직자의 숫자가 급증세지만, 보직이나 고위직에서는 찬바람이 여전하다. 열린우리당 한명숙 의원의 총리 지명과 소수 여성 정치인들의 활약에 기대가 높아졌지만, 관가에선 ‘등잔 밑이 어둡다’는 총평이 나온다.
공무원 문턱을 넘는 여성들은 증가세가 가파르다. 2004년을 기준으로 할 때, 행정고시 합격자의 38.4%, 외무고시는 35%, 사법고시는 24%를 여성이 차지했다.
1980년대 초 1~5%선에 머물던 3대 국가고시의 여성 점유율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80년대 초 한자릿수 점유율에 머물던 7급 행정·공안직(28.1%), 9급 행정·공안직(47.9%)의 여성 합격자도 급증세다. 여성들이 공직사회에 대거 수혈되는 추세이고, 지난해 사법연수원 수료후 판·검사 지원자 중 44%가 여성인데서 보듯 ‘직종의 벽’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양적 팽창에 비해 질적 지위는 답보다. 5급 이상 관리직의 여성 비율은 지난해 말 현재 1,648명(8.4%)에 불과하다. 99년 378명(2.95%)에 비해 크게 늘었지만, 10%벽을 넘지 못한 상태다. 관리직(5급) 진급 후 첫 진급 시점인 4급 이상 고위직은 3%선으로 더 떨어진다.
보직의 성차별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전국공무원노조 서울본부의 공공기관 조사에서 민원봉사과의 여성공무원 비율은 59%를 점했다. 반면 핵심적인 조직관리 부서인 감사실(14%)과 총무과(18%)의 여성 비율은 10%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9월 민주노동당 정책위가 1,003개 공공기관 4만5천4백13명의 비정규직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여성은 58%(일반사무·서비스·단순노무 중심)를 차지했고, 남녀 비정규직간 임금 격차도 47만4천원으로 높게 나타났다.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여성들은 주로 민원부서에 배치되면서 근무평정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승진에서도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소수 여성들이 주목을 받지만, 대다수 여성공무원의 지위는 크게 나아진 게 없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이기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