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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파업여성노동자 '성폭력'에 마르지 않는 눈물 -경향신문-

작성일 2006.04.06 작성자 여성위 조회수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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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女노동자들 ‘성폭력’에 마르지 않는 눈물
입력: 2006년 04월 05일 11:26:30  : 33  : 14
  
농성 중인 천막을 강제철거하기 위해 임산부에게도 물대포를 쏘아댔다. CCTV를 설치한 것도 모자라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위해 용역경비를 고용했다. 폭행은 물론, 50살 넘은 이에게도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해댔다. 가슴과 국부를 가격하고 옷을 벗기는 등 성적인 모욕을 일삼았다. 모두 파업 중인 여성 노동자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4일 ‘여성 집중사업장 파업 중 폭력적 탄압 현장증언대’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렸다. 민주노총과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2개 시민사회단체가 마련한 이날 증언대에는 보건의료노조 세종병원지부,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서비스연맹 레이크사이드CC 노조, 학습지산업노조 대교지부 등이 참가했다.

이들은 “노동자에 대한 용역경비의 불법적인 폭력은 일상화·구조화되면서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며 특히 “여성이 집중돼있는 사업장의 성폭력은 이미 수위를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이어 “용역경비를 관리 감독해야 할 경찰이 노·사간의 문제라며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며 “용역경비의 불법폭력 행위에 대한 전면수사를 벌여 관련자를 엄벌하라”고 촉구했다.

#. “심장병 전문병원이 노동자 심장은 도려내더라”

부천 세종병원은 심장병 전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윤은진 조합원은 “노동자들의 심장은 도려내는 곳”이라고 울먹였다. 지난해 단체교섭을 시작했지만 병원 측은 단체협약 일방해지를 통보하는 등 이후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또 1월19일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관리하기 힘들다’며 용역경비를 고용, 3월13일에는 무려 17시간동안 조합원들에게 소화기와 염화칼슘을 뿌리는 등 폭력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30여명의 조합원들이 부상당했으며, 여성 조합원들은 국부를 가격 당하고 몸을 더듬는 등의 성희롱을 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조합원은 “그 때 소화기를 정면으로 맞고 실신했지만 세종병원 응급실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다른 병원 응급실에 후송됐는데, 의사가 ‘사람에게 정말로 소화기를 분사했느냐’며 여러 차례 물어보았을 정도”라고 증언했다.
이어 윤 조합원은 “점심시간까지 이어지는 용역깡패들의 감시와 조롱, 협박에 시달려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는 조합원들이 많다”면서 “성실교섭을 요구하고 있지만 병원측은 모든 것을 용역깡패에게 맡기고, 경찰은 ‘노사문제이니 노사가 알아서 하라”고만 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 “노동자가 있어야 할 자리에 ‘용역경비’가 있는 현실”

레이크사이드CC는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골프장이다. 지난해 8월 주주들의 경영권 분쟁에 따른 고용불안으로 노조를 결성했다. 이어 11차례에 걸쳐 교섭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파업에 돌입했다. 장보금 조합원은 증언에 앞서 “지금이 21세기가 맞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장 조합원은 “특성상 골프장은 대개 산속에 있거나 주변과 동떨어진 곳에 있다”며 용역경비들이 건물 내 화장실 사용을 막았다고 폭로했다. “생리적 고통을 호소했지만 용역깡패들은 ‘주차장에서 알아서 하라’고 조소했다”며 “지나가는 조합원들을 ‘조류독감’이라고 부르며 ‘한 마리, 두 마리’라고 조롱했다”고 털어놓았다.

장 조합원은 또 “CCTV가 없는 곳에서는 머리채를 낚아채고 ‘죽고싶냐’는 욕설을 하기도 했다”며 “시커먼 옷을 입은 용역깡패들이 두려워 불면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는 조합원이 한두 명이 아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장 조합원은 “우리는 합법적인 파업으로, 회사에 정당하게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것”이라면서 “노사문제는 회사와 노동자가 대화로 풀어야 한다”며 “더 이상 노동자가 있어야 할 자리에 용역깡패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경찰은 ‘내 담당 아니다. 112에 신고하라’는 말만…”

기륭전자 최은미 조합원은 “늘 일상적으로 용역의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말로 두 번째 증언을 시작했다. 기륭전자의 경우, 여성 집중사업장임과 동시에 4,50대 노동자가 많음에도 용역경비들의 폭언과 폭행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화장실을 가든, 커피를 마시든 그림자처럼 따라다닙니다. 심한 욕설은 물론이고, 화장실을 다녀오면 ‘냄새가 난다’고 조롱합니다. 한 겨울에 사업장에서 잠을 자면 에어컨을 틀고 새벽에 사이렌을 울려대 조합원이 실신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살인미수나 다름없는 행동입니다.”

최 조합원은 경찰의 수수방관에 대해서도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달 6일에는 사측이 조합원 3명을 공장 안으로 데려가 폭행하고 윗옷을 벗기는 사건이 있었다”며 “현장에 있던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내 담당이 아니다. 112에 신고하라’는 말만 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최 조합원은 “꼬리뼈가 부러진 조합원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용역깡패들에게 폭행당해 119에 실려 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7, 80년대 노동자를 탄압하던 구사대가 용역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러다 여성 노동자가 용역깡패에 의해 죽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 “8개월 임산부에게도 물 대포 쏘아댔다”

대교 이홍림 조합원은 출산을 앞두고 있는 만삭의 몸이었다. 이 조합원은 지난달 9일 용역경비들이 천막농성을 강제철거하던 상황을 설명하며 ‘두려움에 떨었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당시 사측이 고용한 용역경비는 무려 200명. 당시 조합원은 8명뿐이었다. 그중 4명은 임산부를 포함한 여성들이었다.

“조합원은 물론 기자까지 모포에 싸여 폭행을 당했습니다. 임신 8개월인 저에게도 물대포를 쏘아댔습니다. 용역깡패들은 침을 뱉으며 여성 조합원들에게는 ‘나에게 안겨라’ 고 성희롱했습니다. 또 학습지노조위원장을 땅바닥에 질질 끌고 다니며 발로 차는 등 무자비한 폭력을 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조합원은 “현장에는 사복경찰 50여명과 경찰버스 7대가 있었지만 수수방관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조합원은 “대교의 1만8천명 노동자 중 1만5천명이 특수고용직이며 그중 95%가 여성 학습지 교사”라면서 “출산휴가조차 제도적으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노조인정과 성실교섭, 강제 해고된 이들의 복직”이라고 호소했다.

<미디어칸 이성희기자 mong2@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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