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출산·고령화 대책 “내달 사회협약 체결”
발등의 불로 떨어진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인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정부의 ‘로드맵’이 완성단계에 접어들었다. 보건복지부는 다음주 초 정부 차원의 저출산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사회 전반에 걸친 사안인 데다 사회 각 주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감안, 관련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추진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정부 제안으로 지난 1월 각계 대표들이 참여해 출범한 ‘저출산·고령화 대책 연석회의’(연석회의)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추진 경과=노무현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실무기구인 저출산고령사회정책본부는 정부 차원의 정책을 이미 수립, 조만간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 대책에는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와 민간 보육시설에 대한 보조금 지원, 아동수당 지급, 다자녀 가정에 대한 인센티브 도입, 육아휴직 확대, 임금체계와 연금체계 개편, 퇴직연금 조기 정착, 노인수발보험제도 시행 등 다양한 방안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연석회의는 정부의 정책을 넘겨받아 검토하면서 부문별로 입장을 조율하고 있다. 연석회의는 6월 중순 각 부문의 이행 사항을 담은 ‘저출산고령화대책 협약문’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연석회의 참석단체 관계자들은 “출산율을 끌어올리고 고령화사회에 대비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적극 공감하고 있지만 구체적 정책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구체적인 부문별 실행계획이 빠진 채 추상적 수준의 구호만 담은 ‘빈껍데기 협약’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황과 쟁점=연석회의는 4개 분야, 10대 과제를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다. ‘출산과 양육’ 분야는 아동수당 도입과 국공립 보육시설 지원, 민간보육시설 기본보조금 지급 등이 제시됐다. 현재 3~5% 수준인 국공립 보육시설의 확대 문제는 구체적으로 얼마까지 확대할 것인가가 쟁점이다. 민간 보육시설의 반발이 예상되는데다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동수당에 대해서는 노동계와 여성계, 정부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경제계는 “출산율 제고라는 정책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재정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능력개발과 고용확대’ 분야는 정년과 임금체계 문제가 걸려 있어 노사 양측이 상당히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노동계는 일단 연공서열 방식의 현 임금체계는 고령자 고용에 부담이 된다는 점에 동의하면서 “고용 연장을 전제로 임금피크제 수용 등 임금체계 개편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제계는 “기업 임금체계의 자율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차별금지 법제화와 강제적인 정년 연장이 이뤄지면 노동시장에 부작용만 심화시킬 것”이라며 경계하고 있다. 여성 고용 확대에 대해서도 “고용환경이 먼저 바뀌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후생활 기반 구축’ 분야는 국민연금 개편 문제가 핵심이다. 참석자들은 저출산·고령화 대책의 일환으로 논의되기보다는 “또다른 ‘사회적 대화기구’를 구성해 논의를 계속한다”는 수준의 원칙에만 동의한 상황이다.
‘재원 및 역할분담’ 분야도 ▲국민동의와 신뢰에 기초한 논의 및 제도개혁 ▲재정지출 효율화를 위한 정부의 솔선수범 ▲조세 형평성의 추구라는 원칙은 합의를 봤지만 경제계쪽은 “부담을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며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다. 정부가 2010년까지 필요한 30조원 가운데 10조원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비과세·감면을 축소하거나 조세를 신설하지 않겠느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전망=연석회의는 공청회와 해외사례 연구 등을 거쳐 6월 중순쯤 사회협약을 체결한다는 일정을 갖고 있다. 그러나 촉박한 시일에 비해 의견차가 적지 않아 협약문이 얼마나 구체성을 가지게 될지는 미지수라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지난해 체결된 ‘반부패투명사회 협약’은 정부·국회·경제·시민사회가 각각 이행해야 할 과제들을 구체적으로 명시했으나 이번 협약은 추상적인 선언에 그치는 항목이 많을 것이란 얘기다.
홍영표 저출산고령화대책 연석회의 지원단 부단장은 “외국의 협약 체결 사례에 비해 이번 협약은 워낙 논의 기간이 짧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은 개념만 협약문에 넣고 정부의 정책의지로 끌고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재중기자 herme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