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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75일간의 투쟁, 2라운드 나선KTX 여승무원

작성일 2006.05.17 작성자 여성위 조회수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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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일간의 투쟁! '2라운드' 나선 KTX여승무원
[현장]15일 해고통보서 받은 여승무원들의 하루, 그리고...

정웅재 기자      

  '철도공사와의 승무업무 위탁 종료로, 15일자로 고용기간이 종료됨을 알립니다.'
  -(주)한국철도유통-
  
  '철도공사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농성 중인 KTX 여승무원들은 15일자로 정리해고 통보를 받았다. 해고통보서는 모두 290여 명에게 발송됐다.
  
  정당한 요구였기에 70일 이상 '한뎃잠'자며 치열한 파업투쟁
  
  봄이라고 하기엔 이른, 겨울 끝자락인 3월 1일 시작한 파업투쟁.
  
  열린우리당 항의방문, 국가인권위원회 조정신청, 노동부 민원접수, 이철 철도공사 사장 면담 요청, 국회 헌정기념관과 한명숙 총리 국회의원회관 사무실 농성,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 선거대책본부 농성, 국가인권위원회 농성,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선거대책본부 농성 등...
  
  70일 이상을 찬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침낭을 이불 삼아 '한뎃잠'을 자며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 봤다.
  
  복귀하지 않으면 직위해제 하겠다는 위협과 간부 14명에 대한 고소고발, KTX 관광레저 경력사원 채용 공고 등 사실상 파업대오를 깨기 위한 사측의 노력에도 파업대오는 흔들림없이 유지됐다.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투쟁을 곁에서 보며 대단하다고 했다. 이들의 투쟁을 지원하고 있는 철도노조의 한 간부는 "여승무원들을 보며 배우고 느끼는 것이 참 많다."라며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쉽지 않았지만 치열하게 투쟁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요구가 정당하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요구는 KTX 승무원은 고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핵심노동자로 상시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니 업무위탁이 아닌 철도공사가 직접고용하라는 것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방침과도 일맥상통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과 여성 국회의원들도 철도공사가 여승무원을 직접고용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경찰병력의 폭력적 강제연행 뿐이었다. 그리고 파업투쟁 76일째, 이들은 해고통보서를 받았다. 우편으로 각자의 집으로 발송된 해고통보서를 이들은 보지 못했다. 다만, 해고통보서를 떨리는 손으로 받아든 부모들에게서 연락을 받고서야 알았다.
  
    해고통보로 새로운 국면..철도노조도 투쟁 선언, 김명환 직대 농성 돌입
  
  여승무원들이 정리해고 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은 KTX 파업 투쟁. 철도노동조합은 다시 투쟁 돌입을 선언했다. 15일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 직무대리는 '4월 1일 노사합의 이행과 여승무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서울역 대합실에서 무기한 농성을 시작했다.
  
  김명환 위원장 직무대리의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 함께 한 KTX 여승무원 100여 명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우리의 정당한 요구가 관철되는 그날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몸이 안 좋아 병가를 낸 승무원, 연행된 후 아직 풀려나지 않은 승무원, 수배중인 승무원, 일부 복귀한 승무원 등을 제외하고 이 자리에 함께 했다.
  
  오미선 KTX 승무지부 교선부장은 "오늘로 해고국면이다. 이철 사장의 마지막 카드이고 제 2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다. (공사와 공권력이 우리를) 밟으면 밟을수록 더 힘차게 투쟁하자."라며 "정규직 동지들이 함께 한다면 승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기자회견과 약식집회를 마친 여승무원들은 서울역 대합실에 마련한 농성장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식사를 마친 후, 이들은 조를 짜 선전전을 진행했다.
  
  오후 1시 10분, 4명의 여승무원은 1시 30분에 출발하는 부산행 KTX에 올랐다. '고객의 안전을 위해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란 제목의 유인물을 객차내 좌석에 가진런히 올려놓고, '길이 아닌 곳을 가라하는 철도공사'란 제목의 스티커를 부착했다.
  
    "퇴사는 해도 같이 고생하는 친구들 두고 복귀는 못해요"
  
  객차내에서 선전활동을 하던 주성심(26) KTX 승무지부 조합원과 대화를 나눴다. 해고통보를 받고 어땠냐는 질문에 그는 "조금 그렇긴 한데 차라리 잘 된 듯 하다."라고 위안을 삼았다.
  
  "그동안 애들이 사실 KTX 관광레저로 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여기(철도공사) 아니면 안 되잖아요."
  
  친한 친구들이 관광레저로 복귀했을 때가 파업투쟁 기간 중 가장 큰 고비였다는 주성심 조합원. 그도 혹시 복귀를 생각해보진 않았을까? "퇴사는 해도 같이 고생하는 친구들을 두고 복귀는 못하죠." 단호했다.
  
  요즘 KTX 여승무원들의 기자회견이나 집회 등을 가면 이들과 함께 하는 중년의 여성 10여 명을 항상 볼 수 있다. 여승무원들의 어머니들이다. 딸들의 투쟁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어머니들은 '가족대책위'를 구성해 딸들을 지지, 응원해 주고 있다. 주성심 조합원도 "부모님이 오히려 더 열성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까지 싸운 것도 아깝고 여기서 물러난다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다."라며 "할 수 있는데까지 해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객차내 선전활동을 마치고 휴식시간. 새우잠을 청하는 조합원,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하는 조합원, 독서를 하거나 십자수를 하는 조합원. 다양했다.
  
  "해고는 공사의 마지막 카드, 조금만 버티면 잘 될 것 같아요"
  
  조용히 십자수를 하던 조현미(27) 조합원. 휴식시간에는 주로 독서를 해 왔는데 최근 십자수로 '취미'를 바꿨단다. 그는 "해고됐는데도 이상하게 불안하거나 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해고는 공사의 마지막 카드 잖아요.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느낌이에요. 저희가 연행만 4번 당했는데 굳건히 대오를 유지하고 있어요. 그(철도공사) 분들도 쟤네들은 될 얘들이다 생각하실 것 같아요. 저는 조금만 버티면 잘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조현미 조합원은 퇴직금을 받으면 오히려 당분간 생활이 풀릴 것 같고, 파업투쟁기간동안 후배들과도 친해졌다며 긍정적으로 현실을 받아들였다.
  
  여승무원들은 해고된 날도 그 전과 다름없이 "정리해고 철회, 철도공사 직접고용"의 구호를 외치며 '투쟁'을 진행했다.
  
  KTX 관광레저는 15일 오후, 경력직 모집기한을 19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히면서 승무원들이 응모하면 최대한 배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승무원들은 관광레저 정규직이라고 해도 부당한 간접고용이란 현실은 그대로라며 길이 아닌 곳은 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여승무원들은 용산 철도노동조합 사무실,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건물, 철도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건물 등 세 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정리해고에 맞선 2라운드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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