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명노조, ‘사무직 직군제’ 폐지 요구  

차별적 요소 많아… 단협 핵심 쟁점 부상
  
대한생명노조가 올해 임단협에서 요구하고 있는 ‘사무직 직군제 폐지’가 관철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사무직 직군제는 채용, 교육, 승진 등에서 여성노동자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제도라는 지적을 받아왔으며, 대한생명 조합원들의 불만의 원천으로 작용해 왔다.

노조는 9일 “올해 임단협 요구안 중 사무직 직군제를 폐지하고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것이 핵심 쟁점”이라고 밝혔다.

대한생명의 현행 직군제를 보면, 직군이 일반직과 사무직으로 분리되어 있다. 그러나 현행 제도가 차별적인 요소가 많다는 것이 노조의 지적이다. 채용에서 일반직의 경우 ‘군필자 또는 군면제자’라는 자격 요건을 명시해 남성에 한해 채용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암시하고 있으며, 사무직의 경우 ‘만20세 이하의 여성’이라는 성별과 나이를 특정하고 직무수행에 직접적으로 필요없는 ‘용모단정한 자’라는 신체적 조건을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사무직과 일반직간의 직종전환제도가 마련되어 있으나 전체 사무직 2,400여명 중 지금까지 3명만 전환돼 사실상 직종전환이 전무한 상황이란 지적이다.

노조 성만길 정책국장은 “직종이동에 필요한 교육프로그램은 일반직에 집중되고 사무직에 대한 교육은 주로 숙련화 교육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종이동에 필요한 양성교육이 사실상 없다는 설명이다.

승진에서도 일반직의 경우 직급체계상 3급Ⅰ에서 3급Ⅱ로 승진하는 것은 거의 자동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사무직의 직급체계상 A1사원이 A2로 승진하는데 4년이 걸린다. 사무직의 임금수준도 일반직 대비 53% 수준이며, 예컨대 16년 근무한 사무직 A4 여성노동자의 임금은 입사 4년차인 일반직 노동자의 임금보다 낮다는 게 노조측 진단이다.

이에 성 국장은 “지금은 업무의 많은 부분이 시스템화 돼 일반직 업무의 상당부분이 사무직으로 들어와 있어 사무직 여성노동자들의 직무 성격이 상당히 변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무직 여성노동자들의 직무지식이 대졸학력에 준하는 업무지식으로 향상됨에 따라 일반직과 사무직 업무 간의 경계가 모호해졌다”고 덧붙였다. 예전처럼 단순업무를 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판단하고 이해하는 일반직 업무를 사무직 여성노동자들이 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사무직 직군제 폐지와 관련해 노조는 구체적인 직급체계 및 직무개선 안을 사측에 제시했으나, 사측은 단체교섭이 아닌 노사협의회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병기 기자  gi@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