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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 손석춘원장의 글

작성일 2007.05.29 작성자 정치위원회 조회수 1605
[진보의 창] ‘진보 대통령’의 꿈
손석춘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장)
    손석춘  





대통령. 이승만-박정희-전두환으로 이어진 독재정권의 가장 높은 자리였다. 노태우에 이어 김영삼-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면서 권력은 시나브로 약화했다. 그래서다.

더러는 대통령 자리를 시들방귀로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아니다. 한미FTA 협상을 보라. 대통령 노무현의 권력은 막강하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막강한 힘’은 다를 수 있다. 역사를 후퇴시키는 ‘권부’가 아니라 전진시키는 ‘최전선’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 선거는 기실 저들만의 잔치였다. 17번째 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대부분은 진보 인사가 출마하지 않은 선거였다.

대통령에 도전한 첫 진보 정치인은 조봉암이다. 3대 대선(1956년 5월 15일)에 출마한 그는 2백 16만 3808표를 얻었다. 이승만이 5백만 표로 당선된 사실과 견주어 놀라운 득표였다. 신익희의 죽음이라는 돌발변수를 들어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전쟁의 포연이 멈춘 지 만 3년이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진보인사가 2백16만 표를 얻은 사실은 감동적이다.

더구나 이승만의 앞잡이들이 얼마나 부정선거를 자행했겠는가. 2007년의 유권자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더 있다. 조봉암이 영남에서 얻은 표가 그것이다. 경북에서 50만 1917표, 부산과 경남에서 50만 2507표를 얻었다. 한나라당의 아성이 된 오늘의 영남은 말 그대로 ‘상전벽해’다.

다시 진보인사가 출마한 것은 30년 남짓 흐른 뒤였다. 1987년 6월 항쟁의 결실인 13대 선거다. 하지만 백기완은 선거직전 사퇴했다. 이른바 ‘민주후보’의 당선을 위한 사퇴였다. 민주인사 김영삼-김대중의 분열로 노태우가 집권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백기완은 14대 선거(1992년)에선 두 김씨와 경쟁했다. 결과는 23만 8648표. 참담했다. 15대 선거(1997년)는 민주노총의 조직적 지원을 받고 권영길이 출마했다. 하지만 득표는 큰 차이가 없었다. 30만 6026표. 2002년 16대 대선에서 권영길의 득표는 95만 7148표였다. 사회당 후보 김영규는 2만 2063표를 얻었다.

그래서다. 어느새 우리는 패배주의에 젖어 있다. 이 땅에서 진보정권의 수립은 요원한 일로 여긴다. 심지어 민주노총 노동자들까지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차분히 톺아볼 일이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850만 명이다. 벼랑으로 몰리는 농민이 350만 명이다. 청년실업자들이 100만 명이 넘는다. 정규직 노동자를 더하면 그 숫자는 2천만 명을 단숨에 넘어선다.

그들 모두가 유권자다. 노동자, 농민, 빈민, 실업자들이 자기정체성만 갖는다면 2007년 대선의 결과는 굳이 따져볼 필요도 없다. 물론, ‘산수’로 보면 그렇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간단한 산수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찬찬히 물어보자. 2007년 12월에 진보정당은 왜 집권할 수 없는가. 진보 대통령이 집권하면 대한민국이, 분단조국이 ‘상전벽해’를 이룰 ‘그림’을 보여주지 못해온 것은 아닐까? 한미FTA반대 투쟁 또한 새로운 공화국을 건설하는 투쟁으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 남쪽의 정치경제 틀을 ‘노동중심 경제’로 바꾸고 통일민족경제와 동북아시아 공동체를 형성해나가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한미FTA’다.

반갑게도 17대 대선에 나설 민주노동당 예비 후보들은 정책 제안에 두루 적극적이다. 권영길-노회찬-심상정 후보 가운데 누가 대선에 나서든 세 사람이 각각 내놓은 정책을 살려나가야 옳다. 17대 대선에서 진보정치세력은 지금껏 ‘진보’를 참칭하고 있는 세력과 확연한 선을 긋고, 고통 받고 있는 민중의 가슴에 닿을 정책을 최대한 알려야 한다.

진보 대통령의 꿈은 결코 환상이 아니다. 2007년 대선만 치를 게 아니잖은가. 차근차근 ‘진보 대통령’의 꿈을 함께 꿀 것을 제안한다. 그 과정에서 작은 차이는 가능한 덮어두자. 우리가 행동이든 말이든 글이든 싸워야 할 대상은 우리 안의 진보가 아니다.

우리 밖의 수구-보수세력이다. 진보인사가 대통령이 될 수 있음을, 우리 자신부터 확신할 때다. 대선 공간에서 ‘진보의 상상력’을 적극 선전하고 조직할 때다.

[진보정치 3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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