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계엄을 사는 한국 노동자들
이성 잃은 폭력진압과 막무가내 무더기 연행 규탄한다
정부와 경찰의 노동탄압-인권탄압이 마치 계엄령이라도 내려진 것처럼 이성을 잃은 채 저질러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25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벌어진 노동자 무더기 폭력연행과 27일 오전 발생한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 연행을 강력히 규탄하며, 이들 노동자를 모두 즉각 석방할 것을 촉구한다.
지난 25일 평택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는 32명의 노동자가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이미 신병이 확보된 체포자까지 집단 구타하는 등 화풀이식 폭력을 일삼았다. 한 여성참가자는 전경버스 안에서 여경에 둘러싸인 채 5분이 넘도록 군홧발에 짓밟혔으며, 다른 금속조합원은 경찰폭력에 따른 중상으로 연행 직후 인근 병원에 후송되기도 했다. 한국 노동자에게는 인권도 없단 말인가. 이날 벌어진 경찰폭력은 마치 집단최면이라도 걸린 듯 이성을 잃은 채 진행됐으며, 곤봉과 방패, 군홧발 폭력 앞에 노동자들은 피를 튀기며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더구나 25일 충돌은 옥쇄파업을 벌이고 있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 식수와 의약품을 전달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었으며, 집회 역시 대화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노사-노정교섭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두 요구가 무자비한 폭력을 마주해야 할 만큼 무리한 요구인가. 지금 쌍용자동차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는 주범은 정부와 사측이다.
27일 오전에는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이 자택에서 검거됐다. 최 위원장에게 덧씌워진 죄목은 ‘집시법 위반’이지만, 언론악법 저지를 위한 전면파업에 따른 검거다. 하지만 언론악법 저지를 위한 전면파업은 온 국민의 지지 속에 벌어지며 이미 사회적 정당성을 인정받은 투쟁이다. 또 언론악법은 한나라당이 날치기를 시도했던 본회의에서 일사부재의 원칙도 어기고 대리투표까지 감행하며 스스로 그 정당성 없음을 자인한 법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무턱대고 노동자를 연행한 것이 이 정권 들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아무리 민심을 몰라도 이렇게 모를 수가 있는가. 최상재 위원장 연행으로 언론악법 날치기 시도에 따라 극도에 이른 국민의 분노가 잠재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크나 큰 오산이다. 이에 앞서 벌어진 전교조 정진후 위원장과 민주노동당 이수호 최고위원에 대한 불법연행 역시 경찰의 ‘막무가내식 연행’ 상황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민주노총은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폭력연행을 다시 한 번 준엄히 규탄하며, 연행된 모든 노동자의 즉각 석방을 엄중히 촉구한다. 먹튀자본을 보호하기 위해 단행된 정리해고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을 곤봉과 방패로 잠재울 수 있다고 여긴다면 이는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민주노총은 이명박과 노동자, 둘 중에 하나가 살아남을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
2009년 7월2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