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진영곤 사회정책수석 임명에 부쳐
진영곤 여성부 차관이 새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으로 임명됐다고 한다. 기획예산처와 보건복지부, 여성부 재직 시절 관련 업무를 맡아 보며 노동문제에 관심을 보여 왔다고는 하나, 사실상 노동문제와는 무관한 인물이다. 노동의제를 경제이슈의 하위정책으로 폄훼해 다뤄온 이명박 정부의 정책기조가 그대로 이어졌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매우 유감이다. 새 사회정책수석에게 두 가지 주문을 하고자 한다.
임명 즉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사회현안은 다름 아닌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문제다. 여덟 달째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유가족들을 향한 경찰의 봉쇄와 폭행이 매일 같이 반복되고 있으며, 추모예배와 같은 종교행사도 모두 사실상 가로막혀있는 상태다. 3천 쪽 분량의 수사기록도 은폐된 채 파행적인 재판이 이뤄지고 있다. 용산문제 해결 없이는 그 어떤 사회정책도 소용없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올 하반기는 비정규직법 개정과 복수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등 굵직한 노동현안들이 줄을 서 있다는 점에서 가히 ‘노동문제의 대 격동기’라 할 만 하다. 특히 이들 사안은 하나하나가 모두 향후 노정관계는 물론 노사관계를 총체적으로 가늠할 만큼 파괴력을 지닌 중요한 의제들이며, 특히 복수노조 허용은 단결권 보장 차원에서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만일 새 사회정책수석이 이전과 같이 노동계의 의견수렴은 생략한 채 일방통행식으로 노동정책을 밀어붙인다거나, 잘못된 처방을 강요하는 의사처럼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역할만을 할 경우에는 결코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이다. 또 노동조합을 ‘대화의 대상’이 아닌 ‘파괴하고 와해해야 할 집단’으로 인식해온 청와대의 정책기조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이명박 대통령 남은 임기 동안의 노정-노사관계 역시 최악의 파행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점도 유념해야 한다.
선무당 보다는 잘 모르는 이가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다. 노동문제에 전문가가 아님을 인정하고, 겸허하고 열린 자세로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노정관계는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대화와 수용의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스스로 전문가인양 하며 상대방을 통제의 대상으로 삼거나 배제하는 순간부터 노정간 정면충돌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