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비정규 고용불안 산재인정 당연한 일
극심한 고용불안에 시달려온 비정규직 노동자가 그에 따른 스트레스로 사망한 것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판결이 지난 31일 내려졌다. 이번 판결은 비정규직에게 가해지는 고용불안이 사망이 이를 정도로 극심하다는 점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고용불안이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심각하다. 일상적 계약해지에 노출돼 있는 비정규직은 물론이고, 정규직 역시 정리해고가 무분별하게 확산되며 등기우편 한 통에 언제 일터를 떠나야 할지 모르는 처지에 몰렸다. 별다른 사회보장제도가 없어 임금에 온 가족의 생계가 걸려있는 우리나라 노동자들에게 고용불안은 삶을 위협하는 치명적 요소다. 몇 해 전에는 계약해지에 몰린 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가 자살을 시도하는 일까지 벌어졌었으며, 해고위협과 고용불안에 몰려 대인기피와 공황장애, 불면증, 소화불량 등 크고 작은 질환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비일비재하다.
비정규직의 고용불안과 스트레스에 따른 사망의 업무연관성을 인정한 판결은 불안정한 고용형태에 대한 기업과 사용자의 책임을 인정한 결정이란 점에서 매우 의미 있으나, 이는 사후 처방일 뿐 근본 해법이 될 순 없다. 보다 중요한 과제는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일이다. 부디 이번 판결이 고용형태의 차별을 이유로 노동자의 기본권리 마저 제약하는 각종 법제도의 개선으로 이어지고, 사회적으로도 노동인권이 존중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