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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지들끼리도 안 되는 공정타령, 버벅대지 말고 집어치우라

작성일 2010.09.14 작성자 대변인 조회수 4240

[논평]

지들끼리도 안 되는 공정타령, 버벅대지 말고 집어치우라
- 철저히 노동을 배제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공정사회’ -

 

 

애초 가장 불공정한 입으로 공정을 꺼낼 때부터 알아봤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정이란 고작해야 대․중소기업 간, 즉 크고 작은 자본가들 사이의 약육강식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다. 대통령에게 노동자서민은 현장을 배회하는 한낱 유령이며, 시키는 대로 하고 주는 대로 받는 종속변수에 불과하다는 것이 새삼 확인되고 있다.  

어제 이명박 대통령은 주요 대기업들과 둘러앉아 ‘대중소기업상생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공정사회 실현을 위한 모임이라고 하지만, 노사의 공정은커녕 사용자들끼리의 공정조차 제대로 실현될지 의문이다. 

“부탁의 말이 있다”는 대통령의 서두부터가 “싫으면 안 해도 돼” 식인데, 그동안 뿌리 깊게 고착된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가 어떻게 달라진단 말인가? 한술 더 떠 대통령은 대기업의 횡포를 바로잡는 일을 “법이나 규정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까지 했다. 수십 년간 관행적 횡포로 불려온 이윤에 맛 들린 대기업들을 강력한 제도로 규제해도 될까 말까한 판에 “부탁” 정도로 공정실현이 가당키나 하겠는가? 게다가 이는 각종 악법과 제도의 올가미로 노동조합 활동을 범죄시하는 정부의 행실과는 완전히 상반되기까지 하니 ‘공정’이란 결국 ‘공치사’가 아닌가 싶다. 

공치사 따위에 뜨끔할 재벌총수들도 아니었다. 총수들은 구체적 방안 제시 없이 모호한 협력강화만 반복했다. 그리고 역시 삼성이었다. 이건희 회장은 “중소기업부터 1류가 되라”며 여전한 일류병을 드러냈다. 중소기업 때문에 동등하게 대해줄 수 없다는 얘기였다. 이렇듯 반성조차 없는 집단에게 어떻게 자발적 상생대책을 기대한단 말인가? 이들이 반성할 것이 이뿐인가? 지난 3월 전경련은 ‘300만 고용창출위원회’ 출범식을 열어 해마다 40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고용창출의 선결조건으로 시장진입, 토지, 환경 등 돈벌이를 저해하는 규제완화만 따먹고 고용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또한 이들이 공정해야 할 것이 어디 중소기업과의 관계뿐인가? 대법에서 불법파견 판결이 나온 지가 두 달이 다 되가는데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사내하청 정규직화는커녕 폭력행위를 사주하며 비정규직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다.  

노사 간이든 대중소기업 간이든 애초 공정과 상생이 불가능한 정부와 자본이다 보니 ‘공정사회’ 구호를 외치며 버벅대는 촌극까지 벌였다. 대통령이 “대기업 때문에 중소기업이 안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한 후 불쾌해진 총수들의 안색을 고려한 청와대 대변인이 변명에 나섰는데, “대기업 때문에 중소기업이 안 되는 것도 아닌 것은 사실”이란 취지의 말을 대통령이 잘못 발음했다고 해명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이 한심한 촌극의 중심에 선 대통령의 인식 수준은 더 절망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들이 마음먹으면 그것 하나 못하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재벌이 총수들의 제왕지배체제임을 새삼 반증하는 말이며, 대통령이란 사람이 전근대적 기업문화를 당연시 여긴다니 뒷맛 또한 씁쓸하다. 공정 이전에 다시 한 번 시장과 기업의 ‘경제민주화’가 절실한 시대과제임을 실감한 오늘이다.

 

2010.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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