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대전지방법원 2009년 철도파업 무죄 판결의 의미와 취지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 2011년 1월 28일 대전지방법원 형사 제5단독 (판사 김동현, 사건번호 2010고단1581, 2729(병합))은 2009년 철도 파업과 관련 전국철도노동조합 대전지방본부 소속 조합원 22명이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형사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 위 사건에서 검사는 전국철도노동조합의 2009. 6. 24. 안전투쟁, 2009. 9. 8. 운전분야 파업, 2009. 9. 16. 차량분야 파업, 2009. 11. 5. ~ 6. 파업 및 2009. 11. 26. ~ 12. 3. 파업이 ① 경영권 사항인 공기업 선진화 정책과 공항철도 인수, 해고자 복직, 고소․고발 및 징계 철회, 손해배상소송 철회, 적정인력 확보와 정원유지, 인원감축협의에 관한 단체협약 조항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위법하고, ② 쟁의행위 찬반투표 이후 새로운 쟁점에 대해 찬반투표를 거치지 아니하였으므로 절차도 위법하다고 보아 피고인들을 업무방해죄로 기소하였습니다.
▲ 이에 대하여 법원은 ‘검사가 경영권 사항이라고 주장하는 사항은 근로조건과 관련된 것으로 이를 위하여 쟁의행위에 나아갔다 하더라도 목적의 정당성이 부인될 수 없고, 가사 경영권 사항을 목적으로 하는 파업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따르더라도 당시 철도노조의 쟁의행위의 주된 목적은 근로조건에 관한 단체협약 및 임금협약의 체결이었으므로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쟁의행위 찬반투표 이후 근로조건에 관한 의견불일치가 해소되지 않았으므로 별도의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절차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요컨대, 2009년 철도노조의 파업은 주체, 목적, 절차, 방법 면에서 정당하다는 것이 이번 무죄 판결의 취지입니다.
▣ 이번 판결의 배경
- 철도노조는 2008년 7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1년 5개월여에 걸친 단체협약 갱신협상 및 2009년 임금협상이 결렬되면서 2009. 11. 26.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하였습니다. 정부․검찰은 파업 초기에는 이를 ‘합법 파업’으로 판단하였으나(2009. 11. 26.자 대검찰청의 공안대책실무협의 결과 보도기사 참조), 대통령의 엄정 대응 발언 이후 철도노조에 대한 압수수색, 노조간부들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 구속영장 청구 등이 이어지면서 ‘불법 파업’으로 규정한 바 있습니다.
- 이와 관련하여 서울중앙지법 2010고단12판결(2심 서울중앙지법 2010노2641판결)을 비롯하여 5~6군데 지역에서 경영권 사항을 목적으로 한 불법파업이라는 취지로 유죄가 선고되었고, 현재 전국에서 십 여건의 관련 형사공판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 판결의 의미와 취지
1. 이에 대하여 대전지방법원은 ‘쟁의행위에 있어 그 목적의 정당성이 부인되기 위해서는 불법적 목적이 그 쟁의행위의 주된 목적이어야 하는 것이고, 주된 목적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목적이 제외되었을 경우에 쟁의행위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제한 다음,
‘위 쟁의행위 직전까지 임금협상을 비롯하여 철도공사와 노조 사이에 타결되지 아니한 단체협약 안건이 여전히 90여개에 이르고 있었고, 위 미타결 안건 중에는 철도공사 측에서 요구하고 있던 ‘전직원 연봉제․임금피크제’, ‘근무형태 변경(3조 2교대제에서 5조 2교대제로의 변형근로제 도입)’ 등 근로조건의 유지, 향상과 관련된 핵심쟁점들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위와 같은 철도공사의 요구는 대개 이전의 근로조건보다 악화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노조 입장에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검사의 주장과 같이 노조 측이 공식적으로 내세우고 있던 단체협약의 갱신 체결 및 임금체계 개악 저지라는 파업의 명분이 단순히 표면상의 명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고(45쪽)’, 경영사항에 관한 내용이 쟁의행위의 목적에 포함되어 있었음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검사가 제출하고 있는 증거만으로는 근로조건의 유지, 향상과 관련된 사항들만으로는 쟁의행위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47쪽)’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을 기준으로 하는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따르더라도, 이 사건 쟁의행위의 주된 목적은 근로조건의 유지, 향상과 관련된 단체협약 및 임금협약의 체결로서 정당하다는 취지입니다.
2. 나아가 대전지방법원은 ‘철도노조에서 발행한 여러 문서들에 경영사항에 해당하는 여러 요구사항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노사협의회를 겸한 단체교섭을 통해 사용자측과 논의하고자 하는 쟁점사항을 게시한 것이거나, 큰 틀에서의 정치적 목표를 제창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므로, 만연히 이를 쟁의행위의 주된 목적이라고 보아서는 아니될 것이다(27쪽)’고 판시하여 경영권 사항을 목적으로 한 쟁의행위라는 검사의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즉 위 법원은 쟁의행위의 목적이 본질적으로 오염되지만 않는다면, 파업집회현장에서의 발언(37쪽)이나 노사협의회 또는 단체교섭에서의 임의적 교섭사항으로서 경영사항을 노사가 논의하는 것(27쪽), 쟁의상태가 예정시점까지 해결되지 않았음을 전제로 한 예상시나리오(39쪽), 개별 노동조합이 쟁의행위 일정을 조율하는 것 등은 일정 범위 내에서 허용될 수 있고, 이러한 활동들과 쟁의행위의 주된 목적과는 구별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이번 판결이 ‘파업과 업무방해죄’의 법리에 있어서 갖는 중요한 의미
▲ 법원은 ‘안전투쟁이 쟁의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구체적 태양에 따라 쟁의행위성 여부를 달리 판단하여야 한다’고 전제한 다음 ‘일상적인 작업체제가 안전규정에 위반하고 노동자나 승객 등의 안전을 무시한 위법․부당한 것인 경우에는, 당해 업무를 법률상 보호할만한 가치가 없으므로 안전투쟁이 쟁의행위로 인정되지 않으나, 안전투쟁이 의욕하는 안전규정의 준수가 당해 규정이 객관적으로 요청하는 정도를 현저히 넘어서, 혹은 준수되는 법규가 이미 객관적으로 사문화한 것으로 간주되는 경우에는, 안전투쟁이 쟁의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고 그 판단기준을 밝혔습니다(14-15쪽).
- 이는 준법투쟁 가운데 권리투쟁이 아닌 안전투쟁의 경우 확립된 판례의 법리가 없는 상황에서 유의미한 논의의 촉발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나아가 법원은 ‘대법원은 경영상 고도의 결단에 속하는 사항을 목적으로 하는 쟁의행위를 금하고 이를 처벌하고 있으나, 어떤 기준으로 경영상 고도의 결단에 속하는 사항을 판단하여야 하는지는 여전히 기준이 명확치 않고, 법문상의 근거규정도 없다.’고 밝히면서 명백한 법문의 근거도 없이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창설하여 그것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를 처벌하게 된다면 형사법상의 ‘명확성의 원칙’을 해할 수 있고,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in dubio pro reo)’라는 형사법해석의 공리에도 반하게 된다(21쪽)는 점을 지적하면서, 헌법 제33조와 노조법 제1조, 제2조 제5호, 제29조, 제47조의 법문의 규정에 충실하게,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으로서 사용자가 처분권을 갖고 있는 것이라면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19쪽).’고 판시하였습니다.
- 이는 IMF 이후 정립된 정리해고 등 고도의 경영상 결단을 목적으로 한 쟁의행위는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3. 7. 22. 선고 2002도7225 판결)는 대법원 판례를 무분별하게 확장적용하여 ‘경영권 사항’임을 이유로 노동조합의 정당한 쟁의행위를 불법화하려는 흐름에 대하여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근로자들의 단체행동권이 헌법상 기본권으로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끝.
※ 취재문의 : 민주노총 법률원 우지연 변호사 2635-0419, 010-6678-2102
※ 첨부 : 판결문 파일
2011. 01.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