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자, 삶과 노동을 말한다
여성의 날 앞두고 여성노동자 이야기마당 열려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는 3월 3일, 오후 6시에 여성노동자 이야기마당을 진행했다. 1부에서는 여성노동자들의 삶과 노동조건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가, 2부에서는 문제진단과 사업방향 토론이 진행됐다.
얼마전 100명 넘게 해고된 홍대 청소노동자들이 49일간의 점거농성 끝에 고용승계를 보장받았다. 대학 청소노동자의 점거농성의 '원조'는 청주대다. 2007년 공공노조 청주대분회는 총장실을 점거했다. 충북지역에 투쟁사안이 터질 때마다 앞장서 달려가는 연대투쟁의 모범이기도 하다. 이정순 분회장이 1부 시작을 열었다.
"2003년 봄에 노조를 결성했어요. 당시 최저임금이 58만원 정도였는데, 43만원을 받고 일했어요. 청소 외에 풀뽑기, 수험기간 이젤 나르기 같은 일도 시키면 다 했어요. 4대 보험은 꿈도 못꿨고, 의료보험이라도 해달라고 했는데 안해주더라구요. 그게 노조를 결성하게 된 계기였어요. 사람들은 청소 일을 '밑바닥'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청소를 하는 사람들도 '밑바닥'으로 보고 무시해요. 직원들도 엄청 무시했어요. 노조 결성하고 나서 많은 게 바뀌었고, 많진 않지만 전국에서 청소용역치고는 나은 보수를 받고 일해요"
쉴 곳이 없어 경비실에서 옷을 갈아입으며 천으로 커튼을 쳤는데, 총장이 '왜 여기서 자느냐'며 커튼을 뜯어 버려 책상 밑에서 갈아입은 일도 있다고 한다. 조합활동을 하면서 힘든 점은 없는지 물었다.
"다행히 가족들이 잘 이해해줘요. 남편이 '기왕 할 거면 잘하라'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시어머니는 노조 일 때문에 밤 9시~10시에 들어가면 그 때까지 저녁을 안드시고 기다리고 계시는 일이 많아요. 그런게 좀 마음에 걸리죠"
두번째로는 김시화 공공노조 의료연대 간병분회장이 입을 열었다.
"간병인 대부분은 고령 여성이에요. 90% 이상은 생계를 책임지고 있어요. 한 번 병원에 가면 10일이 될지, 한 달이 될지 몰라요. 여행가는 것처럼 짐을 잔뜩 싸서 오지면 짐을 둘 곳도 없어요. 반찬을 사러가거나 만들 수도 없어 한 번 만들어간 반찬을 일주일 내내 먹는 일도 많아요. 냉동실에 밥을 얼려두고 눈치 보며 먹어요. 먹는 도중에 환자 가족분이 오시면 민망하기도 하구요. 빨래할 곳도 없어 밤에 화장실에서 빨래하고 침대 밑에 널어요. 잘 마르지도 않아서 덜 마른 옷을 입어야 하는 일도 많구요. 제대로 못자고 일하니 의료사고 위험도 있어요. 아는 분이 졸다가 큰일 날 뻔 한 적도 있어요"
간병노동자들의 고충은 병원이 직고용하면 많은 부분이 해결된다. 심지어 작년 충북대병원 전 직원이 신종플루 예방접종을 맞을 때도, 간병인들은 병원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예방접종을 맞지 못했다. 간병노동자들은 법적으로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이른바 '특수고용직'이다. 노동자인데 법적으로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있다.
"잘 곳이 없어 보호자 침대에서 자니, 아픈 분들이 많아요. 무거운 환자를 나르다보니 손목 인대가 늘어나거나 허리가 나가는 경우도 많구요. 오죽하면 '퇴직금 대신 골병 받는다'는 말까지 있어요"
의료연대는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과 병원의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 왼쪽부터 이정순 청주대분회장, 김시화 간병분회장, 정현옥 충북희망원분회 교선부장, 허은숙 학교비정규직분회장
얼마전 시설폐쇄 저지 투쟁을 벌였던 충북희망원도 이 자리에 함께했다. 공공노조 충북희망원분회의 정현옥 교선부장이 사회복지사의 노동조건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회복지사들은 희생, 봉사정신을 강조하다보니 노동권이나 복지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어요. 15년 전 한 달 임금이 60만원이었어요. 나라에서 돈이 나오는 준공무원인데, 노동권은 거의 보장이 안됐죠. 예전에는 상주근무를 했어요. 상주근무를 하다보니 결혼하면 그만둬야 하고, 일이 힘들다보니 이직률도 높아요. 한 아이가 몇 십명의 '엄마' 손을 거치다보니 정서에도 안좋구요. 24시간 맞교대를 하다가 중간에 12시간 주야 근무를 한 적이 있는데 너무 힘들어서 반 이상 나갔어요. 새로 온 선생님들도 한 달을 못버텼구요. 명절 때는 며느리 노릇도 해야하니 근무조정을 해야하는데 이것도 쉽지 않아요. 내가 노동자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노조같은 건 생각도 못해봤어요"
정현옥 교선부장은 사회복지시설에서 거의 최초로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쓴 장본인이기도 하다.
"상주근무 할 때는 출산휴가, 육아휴직은 꿈도 못꿨죠. 운영진들이 '출산휴가란게 있으니 쓰라'고 해놓고, 막상 임신하니 태도가 달라지더라구요. 다행히 당시에 공무원을 했던 분이 사무국장이라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쓸 수 있었어요. 그런데 신청하러 갔더니 사회복지시설에서 출산휴가 전례가 없다는 거에요. 보건복지부에 질의 넣는데 답은 애매하게 오고..."
힘들게 출산휴가에 육아휴직까지 쓴 정현옥 교선부장 덕분에, 다행히 희망원의 다른 직원들도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쓰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허은숙 공공노조 학교비정규직분회장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학교 비정규직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여성노동자들이고, 직종마다 처우가 각각 달라서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스스로 알 수 없는 처지입니다. 임금이 결정되는 근무일수도 계약기간은 일년인데 245일, 275일, 355일 등 이상한 날수가 계산됩니다. 방학 때 근무를 안하면 다행인데, 방학기간에도 특별근무수당을 안주려고 325일이니, 330일이니 하는 이상한 날수의 계약을 합니다. 2009년에 생긴 인턴교사라는 직종은 퇴직금을 안주려고 6개월 씩 계약을 하기도 합니다. 출산휴가, 육아휴직, 보건휴가는 이름만 있고, 쓰면 해고가 될까봐 불안합니다. 아이들이 있어야 학교가 있고, 아이들은 여성이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해야 존재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출산장려금 몇 푼 주는데, 그 돈 몇푼으로 엄마를 살 수 있나요? 또, 곧 주5일제가 전면시행된다는데 놀토가 유급휴일이 아니라서 임금이 더 줄어들게 될겁니다. 주 5일제로 학생들은 휴일이 늘었는데, 엄마인 여성노동자의 임금은 줄어들어 휴일을 편안하게 보낼 수 없다면 주5일제는 누구를 위한 제도일까요?"
2007년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은 무기계약으로 전환됐다. 말만 정규직이지, 비정규직과 다를 바 없다.
"일 년에 한 번 쓰던 계약서를 안 쓰는 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어요. 오히려 2년 전에 해고시키려고 하기도 하구요"
2부에서는 이러한 문제의 원인 진단과, 민주노총 충북본부 현황 분석이 이어졌다.
박은희 공무원노조 여성위원장은 "여성의 70%가 비정규직이라고 한다. 나머지 30%인 정규직마저 비정규직으로 만들겠다고 하는 제도가 '유연근무제'"라고 강조했다.
"주 40시간 일하는 것을 쪼개서 여성 고용율도 올리고, '주15시간 일하면서 애도 보고 집안일도 하면서 직장일을 하라'는 것인데, 이는 여성이 가사와 양육을 하는 것을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로 여기는 것이다. '일,가정 양립'이라는 단어는 가정은 노동하는 곳이 아니라는 의미를 가진다. 여성이 하는 가정 내 노동의 의미는 폄하된다. 이것은 육아, 간병, 청소 등의 일의 저임금으로 이어진다"고 여성의 저임금과 비정규직화를 설명했다.
"자본과 노동 대립이 대략 400년 정도라면, 가부장제는 5000년 이상 됐다. 뿌리깊은 성차별을 바꿔내려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던 걸 바꿔야 한다. 평등세상 만들자고 하는 민주노총이, 남녀 평등에 무관심하면 안된다"며 노동조합에서도 성차별과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송민영 총무차장은 민주노총 충북본부의 여성사업 현황과 조직문화를 진단했다. 2010년 기준으로 여성 조합원 비율은 약 28% 정도고, 서비스연맹, 보건의료노조, 공공노조, 전교조 등이 여성비율이 높으며 돌봄노동, 감정노동과 관련된 직종이 많다. 성평등교육이나 여성 사업은 취약했다. 의무교육조차 실시되지 않은 곳이 많다.
여성의 과소대표성도 지적되었다. 여성비율이 70%를 넘지 않는 곳의 여성대표 비율은 3% 정도에 불과하다. '여성사업장'이라고 불리는 곳도 여성대표자 비율은 60%에 불과하다. 성차별이나 여성노동자들이 겪는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거나, 노조의 주요한 과제가 되기 힘들다는 점이 지적됐다.
토론에서는 진보적이라고 하는 민주노총 내의 남성조합원들이 더 권위적이거나, 가부장적인 경우가 많다는 점과 천편일률적인 성희롱예방교육이 반복되고, 다양한 강의주제가 없다는 점이 지적됐다.
김용직 사무처장은 "올해 3.8 여성의 날을 시작점으로 삼아 여성조합원들이 모이고, 세력화해야 한다. 그래야 여성들의 문제제기나 제안에 힘이 실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