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한․EU FTA 번역오류는 ‘묻지마식 FTA 속도전’의 필연적 귀결
- 졸속적인 FTA 추진정책 전면 재검토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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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에 따르면 한․유럽연합 FTA 번역 오류가 207건에 달한다고 한다. 이중 정부가 공개한 18가지 사례를 보면, 협상 내용이 정반대로 뒤바뀐 사례가 발견될 정도로 대단히 심각하다. 한․유럽연합 FTA에서 한글본은 영문본과 마찬가지로 정본으로서의 법률적 효력을 갖는다. 따라서 200여 곳 이상에서 번역 오류가 발견된 것 자체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지는 정부가 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번역 오류 혹은 실수로 볼 문제가 아니다. 또한 한글본만 수정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영문본에 대해서도 협상내용과 현행 한국 법률이 제대로 반영되었는지 재검증되어야 한다. 이번 번역오류 사태는 정부차원에서 FTA 협상결과에 대한 세밀한 파악과 공유가 그만큼 부족하다는 점을 방증해준다.
이번 사태는 정부의 묻지마식 ‘FTA 속도전’의 필연적 결과이다. 정부는 국민 개개인의 삶과 경제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FTA를, 그것도 미국․유럽연합 등 거대경제권과의 FTA를 충분한 대비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더 많은 수출을 위해 다른 나라보다 한 발 앞서 FTA를 체결해야 한다는 논리로 밀어붙이고 있다. FTA는 관세 철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경제와 사회 체제 전반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온다. 이런 맥락에서 FTA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전 사회적인 충분한 의견수렴과 대비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과정을 생략한 채 속도와 업적에만 매달려 FTA를 무차별적으로 추진했고, 그 결과는 가장 기본이 되는 협정문조차 오류투성이로 만들어 버린 작금의 사태이다. 따라서 정부와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번역 오류는 잘못됐지만 경제적 효과가 크기 때문에 시급히 비준해야 한다”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서는 안 된다. 차제에 통상정책의 추진방향과 메커니즘, 준비정도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내용적으로도 한․유럽 FTA는 기업형 슈퍼(SSM)를 규제하고 소상인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장치인 유통법과 상생법을 무력화시키며, 우리 농산물에 기반한 친환경 학교급식도 유럽연합산 농산물에 대한 차별로 제소될 수 있다. 또한 자동차 등 제조업에서 수출이 늘어나 큰 이익이 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국내 자동차업체의 유럽 현지 생산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관세철폐에 따른 효과는 크지 않고, 오히려 내수위축 및 국내 산업공동화가 심화될 것이며, 중대형승용차를 중심으로 한 유럽산 수입차가 증가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노총은 한․유럽연합 FTA 협정문의 한글본 뿐만 아니라, 영문본까지 철저하게 재검증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한․유럽연합 FTA가 국내 경제 및 사회에 미칠 실체적 영향도 철저하게 검증되어야 한다. 나아가 이번 번역오류 사태는 충분한 대비 없이 무차별적으로 추진된 FTA 속도전의 필연적 귀결임을 인정하고, FTA 확대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2011. 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