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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동과세계 <여성과 세계>(498~502호)

작성일 2011.04.26 작성자 여성위원회 조회수 2174

[502호] 2011년 07월  편집국 btn_sendmail.gif kctuedit@nodong.org newsdaybox_dn.gif
“질 것을 두려워 말고 투쟁하자”

전국학습지노조 재능교육 유명자 지부장

 1천3백일... 그저 세는 것도 짧지 않은 이 시간을 어떻게, 무슨 작정을 하고 거리에서 살아왔나. 재능 교육 자본을 향한 우리의 요구는 너무도 소박했다. ‘임금삭감 반대’, ‘수수료(임금)제도 전면 재개정’, ‘해고협박 저지’였다. 주변의 많은 이들은 ‘천일을 넘기는 투쟁을 해올 수 있는 힘이 무엇인가’라 묻는다. 이에 ‘승리하기 위해 투쟁을 시작했고 아직 승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끝내지 못 한 것뿐’이라 답한다.

구사대 폭력에 천막이 수십 차례 찢기고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현장에서 쫓겨나도, 1인 시위했다고 1백만원씩 물리거나 단체협약을 파기해도, 또 살림살이․차량․부동산 등을 압류해 경매로 처분한 것도 모자라 용역 깡패가 폭행, 성희롱을 하고 악몽에 시달릴 만큼 성적욕설을 해대도 우리는 굴복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아직 승리하지 못했기에...

하지만 우리가 질긴 만큼 자본의 끈기(?) 또한 이가 갈릴 만큼 질기다. 수억원이 넘는 압류도 모자라 20억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고 조합원을 신용불량자 명부에 올려 아예 금융 거래를 막았다. 조합원에 대한 탄압뿐만 아니라 현장 교사들에게 가해지는 부정영업에 대한 강요와 협박은 교육기업으로써 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한 달을 꼬박 일하고도 영업 강요 때문에 가짜회원의 회비 대납 때문에 ‘560원’의 급여를 받는 재능교육 선생님,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퇴사조차도 맘대로 할 수 없는 것이 현재 재능교육의 모습이다.

특수고용노동자이기 때문에 노조도 인정할 수 없고 단체협약도 체결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재능교육, 이제는 용역업체의 장기 고객이다. 여성 조합원을 성희롱하는 용역깡패의 짓거리를 지켜보며 낄낄대고, 조합원을 미행․감시하도록 지시하는 재능교육의 임원과 노무팀 직원들이, 용역업체로부터 양주․골프채․골프화․상시적인 금품 상납을 받아왔던 사실이 얼마전에 드러났다. 심지어는 교섭의 내용을 용역업체와 공유하며 결렬된 뒤 대응을 세밀하게 논의하고 지시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노조파괴전문 변호사 사무실로부터 지시를 받고 조합원의 몸싸움을 유도해 채증을 한 후 고소고발 하는 등의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짓을 하고 있는 재능자본, 오기와 악을 넘어 때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나를 지금도 버티게 하고 있다.

자본, 정권에 대한 분노와 저항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비정규, 특수고용, 여성 노동자로 우리가 투쟁하지 않고 쟁취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하지만 돈키호테처럼 싸워 온 우리에게, 어떤 이들은 분노보다는 이성적인 판단과 현실 조건을 끝없이 고뇌하는 햄릿이 되기를 원한다. 또한 그 분노조차 유연해지기를 요구한다. 나는 햄릿의 고뇌 끝에 돈키호테의 실천이 따르길 바란다. 비록 그것이 정답이거나 완벽한 전술로 평가되지 않더라도. 그래서 감히 나는 말한다. “재능자본에 분노하자. 질 것을 두려워 말고 투쟁하자!” 15명의 죽음에 침묵하는 쌍용자동차 자본에, 85호 크레인을 죽음으로 조여 가는 한진중공업 자본에 분노하고, 투쟁하자고...

“단체협약 원상회복, 해고자 전원복직”

우리의 요구를 쟁취하고 반드시 현장으로 학습지 노동자로 돌아가고 싶다.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 그리고 다문화 코드

박승희/ 민주노총 여성위원장

[501호] 2011년 06월 24일 (금) 편집국 kctuedit@nodong.org

대구 성서공단에서 근무하던 이주노동자 갈렌단라즈 씨는 지난 12일 회사 쪽이 ‘미친놈’으로 몰아붙이며 일방적으로 해고하자, 졸지에 미등록노동자가 되면서 먹고 살길이 막막해져 자살했다. ‘나는 미친놈이 아니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10명의 베트남 건설이주노동자들이 불법파업으로 인한 업무방해와 폭력행위를 주도한 흉악범 혐의로 체포돼 징역 1년에서 3년을 구형받았다. 그런데 누가 더 흉악한가? 휴일도 없이 하루 12시간씩 주야 맞교대로 일을 시키면서,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에서 초과근무수당도 떼어먹고 두 끼 식대로 월 25만원씩을 공제한 것도 모자라 형편없는 식단을 제공한 사쪽인가? 아니면 일요일 하루는 쉬게 해 주라, 기왕 밥값을 내고 먹으니 식단이라도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며 작업을 거부한 이주노동자들인가?

국가간 이주의 역사는 노동의 이주 역사다. 노동자들은 노동력이 남아도는 곳에서 노동력이 부족한 곳으로 이주하고, 임금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한다. 1960년에서 78년까지 독일로 건너간 한국의 간호사, 광부는 1만 6천명이고 74~75년 중동으로 간 노동자는 자그마치 1백11만2천명이었다.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는 어떤 관계일까? 여기에도 어김없이 노동과 계급이 얽혀있다. 국제결혼은 일반적으로 가난한 나라의 여성과 부자나라의 가난한 남성의 만남이다. 여성한텐 빈곤 탈출이지만 남성한테는 가족형성을 위한 유일한 길이다. 말레이시아 여성은 대만의 빈곤층 남자와 결혼하고, 영어가 가능한 필리핀 여성은 호주의 빈곤층 남성과 결혼한다. 한국 여성도 한국전쟁 뒤 미군들과 결혼해 미국으로 갔고, 일본의 빈곤층 남성과 결혼했다.

전 세계에서 해외로 국민을 가장 많이 보낸 나라가 어디일까? 인구 비율로 보면 한국이 으뜸이다. 작년 기준으로 해외동포 1백70여개 국가에 6백82만명으로 한국인구 10명중 1.4명(14%)이 해외에서 사는 꼴이다. 중국이 1.8%, 일본 1.4% 보다 10배 가까이 높다.

또한 우리는 예로부터 ‘단일민족’이 아니라 ‘다문화민족’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 가운데 하나가 성씨다. 우리나라 2백75개 성씨 가운데 1백36개가 귀화한 성씨로 국내 성씨의 절반인 셈이니 전체 인구의 2~30%까지가 귀화인들의 후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DNA 분석 결과도 한국인이 다민족임을 보여준다. 한국인들에겐 북방계 60%, 남방계 40%의 여러 유전자가 섞여 있다고 한다.

우리사회에서 자라는 다문화 자녀는 작년 기준으로 12만2천명이다. 헌법 11조 1항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적혀있다.

탐관오리의 횡포를 피해 만주로 건너간 이들,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는 남성 노동자들의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정부가 추진한 결혼이민에 응한 조선의 처녀들, 부모와 동생을 부양하기 위해 머나먼 독일에 간호부로 갔던 우리의 선배 노동자들과 일자리를 찾아 네팔과 베트남에서 건너온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는 다르지 않다.

이주노동자 역시 노동3권과 최저임금을 적용 받아야 한다. 그들과 가족, 자녀 역시 평등하게 교육 받고, 치료 받을 권리를 누려야 한다. 성, 국적, 장애, 직업, 학력 앞에서의 평등은 우리가 꿈꾸는 세상의 가장 중요한 가치다.

"여성과세계"로 새롭게 시작하자
노동과세계 500호 발행에 즈음하여
newsdaybox_top.gif [500호] 2011년 06월 02일 (목) 편집국 btn_sendmail.gif kctuedit@nodong.org newsdaybox_dn.gif

   
민주노총 김영훈위원장께서 맘에 드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는 말씀을 종종 하신다. 그중 하나가 민주노총 마크이고, 다른 하나는 민주노총 기관지 제호인 “노동과 세계”이다. 자본을 하나의 생산수단으로 소유한 자본가가 이윤획득을 위하여 생산 활동을 하도록 보장하는 사회경제체제를 자본주의라고 할때,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사회에서 세계를 대하는 관점과 입장은 2가지 밖에 없다. 자본의 시각으로 세계를 볼 것인가? 노동의 시각으로 세계를 볼 것인가? 둘 중에 하나의 입장을 취해야 할때, “노동과 세계”는 민주노총의 지향을 표현하고 앞으로의 미래사회에 대한 전망까지를 제시해 주기에 이름만으로도 제 역할을 다 한것 같은 만족감을 주고 있다.
자본주의에서 노동자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것 자체가 탄압이 되고 “함께 살자”는 구호가 사상적 공세를 받고 있지만, 그만큼 민주노총의 요구와 노동자 철학의 대중적 동의를 정권과 자본이 겁내하고 있다는 증명이기에 민주노총 2대과제인 산별건설과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통한 승리하는 민주노총을 다시 한번 기약해 본다.
 
노동과 세계 500호에 부쳐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 노동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이 당연하고 올바른 것처럼, “여성과 세계”를 화두로 여성의 눈으로 노동을 바라보고 세계를 바라보며 노동존중사회, 진보사회를 일구어 나가자는 제기를 하고 싶다.
 
작년 전태일 열사 40주기를 맞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준비하면서, 대중적으로 전태일 평전을 읽으면서 “내가 전태일이다”를 대중운동으로 기획 한적이 있었다. 부수적이긴 하나 전태일 캐릭터를 통한 버튼제작과 종이저금통을 만들어 버튼달기와 동전모으기를 전체조합원대상으로 진행을 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사무실로 전화한통이 걸려왔다. 주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저금통에 그려진 전태일 캐릭터가 다 남자다. 여자는 왜 없는지요?ㅠ” 머릿속으로는 아차하면서, “그래요.. 함 확인해볼께요..” 종이저금통을 보면서 “감수성이 떨어지다 보니. 세심하게 신경을 쓰지 못했네요”라고 소심하고 궁색한 답변을 늘어놓았다.
 
성평등한 조직문화는 성폭력사건이 발생 했을때 반짝했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조직실에서 항상 조직화를 고민하고, 교육원에서 항상 교육내용을 연구하듯이 성평등한 조직문화에 대해 일상적으로 고민하고, 성평등한 조직문화 건설을 자신 본연의 임무로 여기며 책임을 다하는 민주노총내 체계가 필요하다는 일부의 의견은 지속적으로 있었다.
이러한 결실이 올해 1월 27일 51차 정기대의원대회때 있었다. 2011년안에 성평등위원회(가칭)를 건설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민주노총은 상설위원회로 여성위원회가 현재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평등위원회(가칭)를 건설한다는 결정을 했다. 민주노총 내부4인(임원, 여성위원장, 산하조직, 가맹조직)과 외부1인(한국여성의 전화)으로 구성한 성평등위원회(가칭) 건설을 위한 논의팀을 통해 초안을 마련하고 민주노총내 전 조직적인 공유와 소통의 과정을 상집, 중집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인준을 받을 것이다. 소중한 지면을 빌어 구구절절히 강조하는 이유는, 건설할 위윈회의 명칭에서부터 목표, 사업방향, 사업내용등 민주노총 산하, 가맹조직의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의견개진을 요청 드리고자 함이다.
 
노동의 눈으로 세계를 보는것 만큼 중요 한것이 있다면, 평등한 조직문화 건설로 진보사회를 일구어 나가는 것,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며 노동존중사회를 앞당기는 것이다 여기서 얘기하는 여성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할수도 있다. 저임금노동자, 이주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비정규직노동자, 미조직노동자등... 사회적 약자와 함께 희노애락을 느끼고 생사고락을 함께 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것은 아니다. 우리가 시행착오를 좀 덜 겪고, 주체역량을 강화하는데 있어서 어려움이 있더라도, “여성과 세계” “여성과 노동존중사회”에 대한 화두를 던져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노동과 세계 시즌2 “여성과 세계”로 새롭게 시작하자!!
 
마지막으로, 노동과 세계가 소외된 사람, 사회적 약자의 소리를 내면서 노동자 서민을 대변하는 언론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며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노우정/ 민주노총 부위원장(노동과세계 500호 발행 특집)

<민주노총 여성위 수련회를 다녀와서>

‘당당한 여성노동자로 살기, 나부터 시작’ 다져

화섬노조 KT세라믹지회 정진희 사무국장

지난 4월 22일 민주노총 여성위 수련회를 가려고 휴가를 냈다. 당진에서 출발해 천안, 청주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청천까지 세 시간 여를 달려간 수련회 장소는, 물 좋고 산 좋은 충북 괴산군 청천면에 있는 한 펜션이었다. 옆으로 계곡과 얕트막한 산이 조화를 이뤄 너무나도 아담하고 예쁜 곳이었다. 도로엔 벚꽃이 예쁘게 활짝 피었고 나무엔 새순들이 파릇파릇 비를 머금어 더욱 푸르게 보였다. 역시 우리나라엔 좋은 곳이 많다. 다들 왜 외국으로 못나가 난리인지.

비가 오는 중인데도 여성들이 속속 오기 시작했고, 서로 인사를 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수련회 시작 전에 ‘나의 리더쉽 스타일 분석’을 체크해 서로 모둠조를 정했다. 쉬운 말로 성격유형체크다. 민주노총 노우정 부위원장의 인사말로 수련회를 시작했고, 바로 사회진보연대 정지영 사무처장의 ‘역사 속의 여성혁명가들’ 강의를 들었다. 선배 여성 혁명가들의 치열했던 삶을 들으면서 지금 우리의 삶이 얼마나 바뀌었고, 또 아직도 바뀌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에 잠겼다. 또한 모둠 토론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정리해 발표하는 자리도 가졌다.

이어 여성사업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과 과제 등을 둘러싼 모둠 토론을 했다. 임신 6~7개월쯤 되는 총연맹 최성화 여성담당이 사회를 맡았는데, ‘사회자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되겠죠?’라는 애교 섞인 ‘협박’과 이상한(?) 지시로 각 모둠조의 사회자와 서기를 정했다. 머리가 젤 긴 사람이 사회자고 젤 짧은 사람이 서기라니... 그렇지만 열띤 토론과 발표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역시 무얼 시켜도 척척 너무나 잘해낸다. 여성영화 감상과 뒷풀이로 첫 밤을 마무리 했는데 특히 뒷풀이 땐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친밀해지는 시간이었다.

2일차 프로그램인 생태체험! 펜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낙영산 공림사로 가는 길을 걸으며 생태체험을 시작했다. 반기문 유엔 총장의 친척뻘인지 이름이 비슷한 반기민 전 충북생명의 숲 대표가 함께 했다. 반 대표로부터 우리 산, 들에 나고 자라는 풀, 나무들에 대해 설명을 곁들어줘서 생태 체험이 더 의미 있었다. 마냥 걸으며 쑥도 뜯고 꽃향기, 나무 내음을 맡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겼다. 이 때 자주 볼 수 없는 할미꽃 한 무더기를 발견하고는 옹기종기 모여 들었다. 어릴 적 할미꽃만 해도 여기저기 묘지 근처엔 흔했는데, 지금은 수목원에나 가야 볼 수 있어 안타까웠다. 그래도 아직 이곳엔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어 좋다는 해설가의 얘기를 들으며 내려왔다. 이곳저곳 너무나 많이 파헤쳐진 자연, 다시 제자리로 돌리려면 너무나 힘이 든다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파헤쳐 놓은 4대강은 도대체 어찌할 것인가.

아쉬움을 뒤로 내년에 다시 만날 약속을 하며 발길을 돌렸다. 오는 길엔 날씨가 쾌청했다. 이런 날씨처럼 우리 여성노동자들의 삶도 항상 이렇게 좋았으면 좋겠다. 당당한 여성 노동자로 살아가는 게 그리 녹녹치만 않겠지만 우리 여성들이 먼저 주체로 나서 서로에게 힘과 격려, 지지를 아끼지 않는다면 바뀌지 않을까 싶다. 내가, 우리가 바뀌지 않으면 세상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당당한 여성 노동자로 살기, 나부터 시작이다.

[노동과 세계 499호]


울산여성노동연대 발족 "할일이 태산"

[498호] 2011년 04월 15일 (금) 편집국 kctuedit@nodong.org


민주노총 울산본부에서 여성사업 담당자로 일해온 지 7~8년이 되었다.

언제부턴가 현장 여성조합원들과 함께 하는 사업은 손 놓게 되었다. 함께 무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것 같아서다. 특히 몇 안되는 노동조합 상근간부들의 경우 일이 너무 많다. 집, 아이들, 시댁, 모임, 집회, 가정대소사, 출투, 노동조합 업무 등등등..., 처음에는 불만도 있었지만 이젠 여성간부들이 처한 현실을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2008년부터 ‘서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의자를’ 사업을 시작했다. 언론의 관심과 시민들의 격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 실제 의자를 놓을 수 있게 했다. 이후 활동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면서 울산지역 여성노동자들의 권익향상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상설적인 연대체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였다. 우리본부 여성위원회는 지역 여성노동자들, 특히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지역사회에 알려내고, 문제해결을 촉구할 수 있는 단체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각 단체 여성상근자들과 함께 지난해 6월 22일 ‘울산여성노동연대’를 발족했다.

울산여성노동연대는 먼저 울산지역 여성노동자 실태 조사를 벌였다. 조사대상은 주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로 아르바이트 대학생, 식당 종업원, 건물 환경미화원, 대형마트 계산원, 학습지 교사 등을 표본 조사했으며, 민주노총 소속의 노동자들을 다수 포함했다. 조사에 대한 교차분석 결과 울산지역의 많은 여성노동자들은 여전히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으며, 근로기준법과 모성보호법의 사각지대에서 건강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면서 일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2010년 최저임금 시급 4110원, 일급(8시간)32,880원, 월급(주 40시간, 월 209시간 858,990원)이 적절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가 10.1%, 아니다가 87.2%, 무응답이 2.6%로 2010년 최저임금액 시급 4,110원이 얼마나 비현실적인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마저도 아르바이트생들은 정해진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으며,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부에서 말하는 비정규직법과 관련해서도 54%의 노동자들은 정규직이 되는 것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으며, 오히려 잦은 해고로 고용을 더욱 불안하게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설문대상의 49.3%는 일터에서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는다고 느끼고 있지만 산재처리는 꿈도 꾸지 못한다고 절반이 넘는 노동자들이 답변했다.

많은 여성노동자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산재를 당해도, 해고를 당해도,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해도 어디 하소연 할 곳 하나 없는 노동자들에게 법은 너무나 멀고 주먹은 너무나 가까이 있는 것이다. 설문조사에서 확인된 또 하나는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주위사람들과 해결이 48.8%, 혼자서 해결한다가 23.8%, 노동조합을 통해서는 14.6%, 상담을 통해서는 4.4%가 나왔고 무응답과 기타가 11.3%였다. 10대에서 60대까지 모두 주위사람들과 논의한다가 1순위였으며 50대만 노동조합을 통해 해결한다가 2순위로 나왔다. 자신에게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노동조합이 될 때 진짜 일할 맛이 나지 않을까 싶다.

울산지역은 남성위주의 대공장이 그 어느 도시 보다도 많다. 우리 지역본부 여성위원회는 숫자도 적고 현장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은 없지만 거대사업장의 그늘에 가려 그 존재조차 희미한 여성노동자 특히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할 일이 태산이다.

조이영자/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총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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