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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검열 기구로 전락시킨 박만은 물러가라!

작성일 2011.07.07 작성자 대변인 조회수 3381

[기자회견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검열 기구로 전락시킨 박만은 물러가라! 


공안검사 출신의 박만 변호사가 2기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 ‘노조 탄압’ 전력자가 방송통신심의위원으로, MB정권의 언론장악 실무를 맡았던 청와대 홍보수석실 박영찬 선임행정관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사무총장에 내정됐을 때 언론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방송에 대한 검열과 노동 문제에 관한 보도 통제 움직임을 걱정하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방심위가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대해 무더기 공정성 심의에 나선 것이다. 방심위는 오늘 전체회의에서 MBC '손에 잡히는 경제 홍기빈입니다'(5월 25일 방송)와 KBS '박경철의 경제포커스'(5월 28일 방송)에 대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9조 '공정성'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가릴 예정이다.  

지난 6월 16일 방심위가 노동 이슈를 다뤘다는 이유만으로 두 프로그램 제작진에 대해 ‘의견 청취’를 강행하더니 드디어 오늘 징계의 칼을 휘두르려는 것이다. 이날 일부 심의위원들은 “노조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얘기한 거 아니냐?”, “‘노조원 5명이 과로 등으로 숨졌다’ 등의 표현은 오해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의 대상이 된 프로그램들은 모두 제정임 교수(세명대 저널리즘스쿨)를 초빙해 유성기업 파업 사태를 다뤘다. 제 교수는 이들 프로그램에서 "1년 반 동안 이 회사의 아산공장 노조원 중 5명이 과로로 숨졌다"며 "연봉 1억 원이 넘는 근로자라도 사측의 부당행위가 있다면 단체행동으로 맞설 수 있다는 것이 헌법과 노동법상의 권리"라는 발언을 했다. 

현행 방송법 제 6조(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5항에는 “방송은 상대적으로 소수이거나 이익추구의 실현에 불리한 집단이나 계층의 이익을 충실하게 반영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당연히 방송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사회적 약자나 소수계층의 이야기를 대변하는 것이다. 만약 방심위가 ‘공정성’의 의미를 ‘기계적 중립성’으로 해석해 사회적 약자의 이익을 반영해야하는 방송의 역할을 문제 삼는다면 그 심의자체가 문제이다. 

방송계는 최근 방심위의 이 같은 행보가 정부에 비판적인 아이템이나 노사 관련 보도에 대해 사실상 검열을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손에 잡히는 경제>와 <경제포커스>에 게스트로 출연 중인 제정임 교수도 “논평프로그램에서는 내용 자체를 가지고 공정성을 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 교수는 “사용자와 정부 측의 편중된 시각으로 노조를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보도물에 대해서는 (방심위의) 별다른 이의제기가 없다”며 “충분히 대변되지 못했던 노조의 시각을 전달하며 질적 균형을 추구한 프로그램에 편향성 잣대를 드러내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유성기업 문제의 본질은 ‘주간 2교대제’와 ‘월급제’였다. 열악한 작업환경 탓에 노동자들이 잇달아 사망하자 노동조합은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했고, 사측이 불성실 교섭 끝에 직장폐쇄를 하면서 사태가 눈덩이처럼 커진 것이다.  

그런데도 심의위원들은 원인에는 애써 눈을 감은 채 “양측 입장을 똑같이 다뤘냐?”고 기계적으로 따지고 들었다. 그런 논리라면 “연봉 7,000만원을 받는 노동자가 불법파업을 했다”고 거짓말을 한 이명박 대통령(5.30 KBS 리디오 주례연설)은 물론, 현대ㆍ기아자동차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 유성기업 사태의 피해 전망을 부풀려서 여론을 왜곡한 각 사의 방송 역시 징계감에 해당할 것이다.  

실제 유성기업의 2010년 8월 기준, 재직 기간이 16년차인 노동자의 평균 기본급은 172만 원가량이고 2조 맞교대 근무를 포함한 심야 근무, 잔업ㆍ휴일특근 수당 등을 모두 합쳐야 월 평균 449만 2007원을 받는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땀 흘려 일한 정당한 대가를 받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을 졸지에 파렴치범으로 만든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어느 누구도 유성기업 노동자들에게 사과를 했다거나 방송을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 모든 논란에 앞서 걱정되는 건 해당 프로그램들이 앞으로 노동문제를 다룰 때 부담을 갖게 될 거란 점이다. 당장 PD들은 “제작에 압박이 올 수밖에 없다. 아이템 결정이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모 본부장은 “경제프로그램에서 왜 노동문제를 다루냐”고 했다가 제작진이 반발하자 “사회적 쟁점은 다루지 말라”고 지시했다고도 한다.  

MBC PD수첩의 이우환 PD는 쌍용차 문제를 다룬 이후에 비제작부서로 부당전보조치를 당했다.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 인사로 조직이 장악된 언론사는 시사ㆍ고발 프로그램 폐지와 인사 조치를 통해 권력 비판 프로그램에 대해 압박과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내부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방심위에 청부 심의를 의뢰하고 사후 징계를 통해 제작자들의 자기 검열을 수준을 높여 제작 자율성을 위축시키는 단계적 언론 통제 작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행 여야 6:3의 인적 구성과 제도 하에서 자행되는 정권의 청부 심의는 ‘검열’의 다른 이름이 됐다. 방심위는 ‘공정성’ 조항을 ‘조자룡 헌 칼 쓰듯’ 휘두르며 정부나 재벌 등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방심위를 방송의 공공성을 위한 PD들의 제작 자율성과 사회적 비판 기능을 옥죄는 검열기구로 전락시킨 박만 위원장은 즉각 사퇴하라. (끝)

 

2011년 7월 7일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 금속노조, 언론노조),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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