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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가 만족하면 “복수노조 순항”인가

작성일 2011.07.11 작성자 대변인 조회수 3834

[논평]

사용자가 만족하면 “복수노조 순항”인가

 

 

고용노동부가 오늘 ‘상반기 노동관계 현황’을 발표하고, “복수노조 제도가 순조롭게 운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아무리 성과위주 행정이 판을 치고 있다지만, 혼란을 겪고 있는 현장 상황을 이렇게 왜곡하고 부풀려선 곤란하다. 더구나 복수노조 시행 일주일의 결과로 ‘새 노총 설립에 우호적인 여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까지 붙여놓았다고 하니, 그 의도가 알만하다. 

노동부가 제시한 근거는 이렇다. 먼저 현재 교섭중인 집중관리 사업장 220개중 116개가 창구단일화 절차 진행 중(52.7%)이고, 민주노총 사업장도 43.9%가 이행하고 있으니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안착’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신규노조 대부분이 기존 양 노총에서 분화(한국노총 65개, 민주노총 64개)했으니, 새노총 설립에 우호적일 것이란 해석이다. 그야말로 아전인수다. 

먼저, 현재 교섭중인 사업장 중 고작 절반가량이 창구단일화 절차를 진행 중이란 것만으로 ‘제도 안착’을 주장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노동부가 밝힌 창구단일화 절차를 밟고 있는 사업장 숫자 자체도 허수가 많다. 또한 현실은 이렇다. 노동부가 ‘제도 안착’을 주장하기 위해, 노조가 7월1일 이후 새로운 교섭요청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의 일방 공고만으로도 관련 절차를 밟은 것으로 보는 등, 스스로 현행 창구단일화 제도가 현장에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는 형국이다. 오히려 현장은 창구단일화 제도를 두고 노사 간 혼란이 커지고 있으며, 혼란이 커지는 만큼 제도에 대한 불신도 함께 커지고 있다. 노사가 노동부의 ‘부당한 감시’를 피해가기 위해 함께 묘책을 짜내는 진풍경도 펼쳐지고 있다. ‘제도 안착’을 주장하기 위해 이런 현장의 혼란을 왜곡하고, 성과를 부풀려서는 안 된다. 

오히려 ‘새 노총에 우호적인 여건으로 작용할 것’이란 주장 속에 창구단일화 강제제도의 진실이 숨어있다.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에서 생겨난 복수노조 현황을 보면, 사용자가 주도하는 어용노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노동부 자료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KEC의 경우, 지난 6월 조합원 면담 자리에서 “회사가 스스로 노조를 만들고 그 노조와 교섭을 하게 될 것”이라고 협박하는 등 그 전조를 보여 왔다. 발전3사의 복수노조 역시 이미 민주노총 탈퇴 과정을 밟았던 동서발전 사례를 통해 어렵지 않게 그 배경을 유추할 수 있다. 복수노조가 등장한 한 호텔 사업장 역시 사용자의 지배개입으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이 이뤄졌던 사업장으로, 현재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상태다. 현재의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전적으로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설계돼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어용노조가 과반 이상이면 창구단일화 절차를 택하면 되고, 민주노조가 과반 이상이면 소수 어용노조를 만들어 자율교섭을 진행하면 된다. 제도시행 초기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에서 어용노조 출현이 줄을 잇고 있는 사실 자체가 이 제도가 누구를 위해 채택됐는지를 잘 보여준다. 민주노총은 이와 같이 현행 복수노조 제도가 어용노조 육성과 민주노조 파괴를 위해 이용되고 있는 양상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제도가 안착되고 있다’는 노동부의 선동을 들을 때마다 노동자는 가슴이 먹먹해진다. 마치 최악의 물가대란과 서민 실물경제 악화에도 불구하고 ‘경기 지표가 나아지고 있다’는 정부 발표를 들을 때와 같은 먹먹함이다. 노동부는 지금이라도 허망한 선동을 그만 두고, 즉각 노조법 재개정에 나서야 한다. 일국의 노동부가 지난 기간제법 시행 당시 ‘백만 대량해고설’과 같이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또 반복해 늘어놓아서야 어디 되겠는가.

 

2011.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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