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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아이들을 자본가의 계산기로 만들고 싶은 교과부

작성일 2011.07.14 작성자 대변인 조회수 2542

[논평]

아이들을 자본가의 계산기로 만들고 싶은 교과부
- 자본은 중시하고 노동은 천시하는 교과서 개정 중단해야 -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8월 고시할 예정인 교과서 개정방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13일 전국사회교사모임은 교과부의 ‘2011 사회교육과정 개정을 위한 시안 개발 연구’에 대한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밝혀진 교과서 개정방향은 그야말로 심각하다. 가뜩이나 기존 교과서조차 노동의 가치나 권리에 대한 내용이 턱없이 부족한 판에, 교과부는 아예 ‘자본 중시 노동 천시’의 편향성을 더욱 노골화하는 것으로 개정 교과서의 방향을 잡고 있다. 이는 그동안 전경련 등 자본가 단체가 집요하게 요구해오던 내용과 맥락을 같이한다. 실제로 교과부는 전경련이 제작한 ‘중학교 경제’ 교과서를 인정해준바 있으며, 이를 집필한 김진영 교수(강원대)는 교과부의 이번 교육개발 과정에 참여했다고 한다. 결국 이명박 정권은 자본위주의 정책으로도 모자라, 기어이 아이들의 생각까지 자본편향으로 채우려는 것이다. 여러 선진국의 사례와 비교해도 교과부의 교과서 개정 방향은 그 편향성이 심각한바, 즉각 중단돼야 한다. 

전국사회교사모임에 따르면 교과부가 제시안 중3 사회교과서에서 자본에 대한 교육내용은 15개 주제지만, 반면 노동은 실업문제 1개 주제에 그쳐 매우 극단적인 비중차이를 보였다. 그 내용 또한 문제다. 시장의 실패를 우려한 책이 시중에서 수십만 권이 팔려나간 현실이다. 실제로 시장에서 거대자본의 독과점과 일방지배로 인한 불공정 등 양극화의 폐해가 심각하고 정부조차 상생이네 동반성장이네 호들갑을 떨면서, 정작 교과서에는 ‘시장기능의 한계와 정부의 역할’ 단원이 통째로 빠졌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노동 또한 경제의 핵심, 즉 생산의 주체로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실업문제와 고용의 대상으로만 다루고 있어 경제에서 노동의 주도성을 제거했다. 임금을 단순히 수요공급으로 결정된다고 한 것도 천박하다. 고전경제학 이후 경제학은 광범위한 변화를 겪었고 노동가치설 중심의 정치경제학이 자리 잡기도 했음에도 이는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나아가 임금 결정에서 고려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생계비용을 배제함으로써 노동력의 가치를 폄하했다는 점은 무엇보다 심각하다. 그러고 나서 전체 수업분량(85시간) 가운데 15시간가량을 재테크와 관련된 내용으로 채웠다고 하니, 교과부는 우리 아이들을 금융투기꾼으로 만들고 싶은 것인가. 

파시즘 국가라면 모를까 이른바 서구 선진국을 비롯해 일본 등 그 어떤 나라의 정부도 이토록 편향된 교과서로 아이들과 미래를 지배하려한 사례는 없다. 사회와 경제의 근본을 이루는 노동의 가치와 권리를 이토록 배제하는 나라의 미래가 밝을 리 없으며, 그 구성원들이 행복할리도 만무하다. 그러니 국민들은 대기업들이 승승장구 성장을 구가하는 마당에 점점 더 팍팍해지는 삶의 불안에 지치고 있다. 교과부는 교과서 개정은 논의 중인 내용일 뿐이며 고시 이전 조율의 여지가 있다는 변명을 하고 있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법이다. 과거 교육개정 과정이 최소 2년 이상의 공을 들였던 반면, 3~4개월 안에 그 과정을 정리하려는 정부의 태도도 의심을 더한다. 우리 아이들을 자본의 인적자원이나 계산기로 만들 속셈이 아니라면, 교과부는 편향된 교과서 개정논의를 중단하고 사회적 여론과 이견을 충분히 수렴하길 바란다.

 

 

2011.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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