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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꽃, 이제 아픔이 아닌 승리를"

작성일 2011.08.09 작성자 여성위원회 조회수 1893
"작은꽃, 이제 아픔이 아닌 승리를"
현대차아산 성희롱 피해자 상경50일…'힘내라' 문화제
newsdaybox_top.gif 2011년 07월 22일 (금) 강정주 편집부장 btn_sendmail.gif edit@ilabor.org newsdaybox_dn.gif

“힘내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성희롱당하고, 그것도 모자라 억울하게 해고된 여성노동자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서울 청계광장에 울려퍼졌다. 아산공장 앞에서 싸우다 원청인 현대차와 정부가 해결할 것을 촉구하며 서울로 올라온 지 50일을 맞아 21일 저녁 7시 백 여명의 시민들이 한 자리에 모여 문화제를 열었다.

성희롱 피해자에게 서울 생활 50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지난 5월 31일 정몽구 회장에게 문제 해결을 요구하러 왔지만 현대차가 미리 집회신고를 모두 선점해 현대차 본사가 있는 양재동에는 가지도 못했다. 그리고 집회신고를 하기 위해 서초 경찰서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6월 21일 서울 중구 여성가족부(아래 여가부) 앞으로 농성장을 옮긴 지 딱 한 달째다.

   
▲ 7월 21일 현대차 아산공장 성희롱 피해자 응원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작은 꽃 아픔으로 피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강정주
“한 달 내내 우비 입고 비 오는데 길에 앉아있던 기억밖에 안나. 그렇게 비만 오다가 햇빛 나기 시작하니까 벌써 50일 됐다네.” 피해자는 지난 시간을 이렇게 떠올렸다. 폭우가 쏟아지는 한 달을 작은 텐트 두 개를 놓고 견뎠다. 하지만 여가부가 입주해있는 건물 관리사무소에서는 '불법 시설물 설치' 등을 운운하는 공문을 보냈다. 여성노동자의 부당해고와 성희롱 문제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여가부에 호소하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러 왔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피해자는 “처음에는 농성 못하게 하겠다고 갑자기 그 앞에 꽃을 심더니 그 꽃 다 죽고 나니까 오늘은 커다란 화분을 갖다 놓더라”며 “아산공장 앞에서도 현대차 관리자들한테 그 모진 탄압을 당했는데 현대차나 서울이나 비열하고 야비한 건 똑같다”고 토로했다. 피해자에 따르면 농성을 시작하자 건물 앞 주차가 애초에 불가능한 인도 위에 주차금지 표시판이 생기기도 했다.

   
▲ 상경투쟁 50일 문화제,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피해자와 대리인은 응원하고 연대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투쟁을 계속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강정주
피해자 대리인인 권수정 현대차아산사내하청지회 조합원도 여성가족부의 태도에 목소리를 높였다. 권 대리인은 “여가부와 첫 면담을 했을 때 자신들은 성희롱 예방교육을 하는 곳일 뿐이고 할 수 있는 일도, 아무 힘도 없다고 했다”며 “그러더니 농성장을 찾아와서 한다는 소리가 여가부가 입주해있는 빌딩 사장이 장관에게 용역을 동원해서 밀어버리겠다고 항의했다면서 입장이 뭐냐고 물어보는 거였다. 이게 정부 부처가 할 짓이냐”고 비난했다.

이들이 농성을 이어갈 수 있었던 힘은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사람들이었다. 피해자는 “그래도 서울에 오니까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좋다. 매일같이 사람들이 찾아오고 언론 인터뷰도 많이 했다”고 말한다. 피해자 얘기처럼 서울 상경 이후 이번 투쟁에 대한 연대의 움직임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15개 단체가 참여하는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성희롱 및 부당해고 피해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상경농성 지원대책위원회’가 꾸려지기도 했다. 권 대리인은 “빈 몸으로 올라왔는데 입을 것, 먹을 것, 자는 것 모두 동지들 덕분에 부족하지 않다. 그 힘 덕분에 피해자 언니도 더 힘을 낼 수 있는 것 같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 문화제 참가자들이 공연을 보면서 박수를 치고 있다. 강정주
이날 상경투쟁 50일, 피해자는 응원하는 문화제에도 지원대책위를 포함해 서울 지역의 투쟁사업장 노동자, 학생 등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금속노조 발레오공조코리아지회, 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 공공노조 국민체육진흥공단지부 등은 자신들의 투쟁 상황을 알리면서 “우리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투쟁을 끝까지 벌이자”고 힘을 모았다. 김성근 국민체육진흥공단지부 사무국장은 “나도 일하는 곳에서 수없이 성희롱을 당했다. 그 때는 내가 인간이 아닌 것 같았다”며 “아산공장 피해자나 우리는 대단해서 싸우는게 아니다. 인간이고 싶으니까 싸울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피해자를 격려했다.

권 대리인은 “언니는 성희롱 당하기 이전처럼 열심히 출근하고 교회다니고 화초 돌보는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투쟁을 하고 있다”며 “결국 이 투쟁은 이 땅 하청노동자들의 고통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늘 다시 투쟁을 결의하고 반드시 승리를 위해 싸우자”고 말했다. 박승희 민주노총 여성위원장도 “여성노동자가 외롭지않게 투쟁할 수 있도록 마음으로 연대하자”며 “그런 투쟁으로 성희롱 피해자가 현장에서 쫓겨나지 않고 반드시 원직복직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보자”고 강조했다.

   
▲ 여성가족부 앞 농성장 풍경. 사람 한 명 들어가면 꽉 차는 작은 텐트 두 개 치고 있다. 농성 시작 이후 건물 앞에는 대형 화분이 생겼다. 강정주

문화제에는 페미니티스 가수 지현, 몸짓패 선언, 공공노조 국립오페라단지부, 이화여대 학생 등이 다양한 공연으로 지지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또 ‘작은 꽃 아픔으로 피다’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같이 꾸미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문화제를 마치며 “아픔으로 피었지만 기쁘게 승리하자”고 외치며 이후 투쟁과 승리를 다짐했다.

*현대차 아산공장 성희롱 피해자 상경농성 지원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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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계좌 : 농협 312-0062-3337-61(예금주: 권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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