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E Login

가맹산하조직별로 발급한 아이디로만 접속 가능하며, 개인 아이디는 사용 불가합니다.

search

문서자료

[호소문]왜관의 외침이다! 고엽제 매립 범죄 미국은 당장 사과하라! 보상하라! 오염기지 폐쇄하라!

작성일 2011.08.12 작성자 민권연대 조회수 2467

[호소문]왜관의 외침이다! 고엽제 매립 범죄 미국은 당장 사과하라! 보상하라! 오염기지 폐쇄하라!

 

왜관 캠프캐럴 기지 앞에서 8.15를 향해 달려왔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픈지 모르겠습니다.

누군가는 어딘들 아픈 사람이 없을 것이며 어딘들 몹쓸 병으로 쓸쓸히 죽어가지 않느냐고

반문합니다.

물론 누구든 아프고 누구라도 죽어갑니다.

하지만 이렇게 거리의 한 복판에서조차 이상징후가 뚜렷한 예는 흔치않습니다.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그것이 78년에 묻은 고엽제 때문이든, 새롭게 검출됐다는 발암물질 TCE, PCE 때문이든, 미군기지라면 의례히 있어 온 기름유출 때문이든, 헬기장 소음과 매연 때문이든...

이 총체적 공해가 칠곡 왜관 지역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지금까지 지자체도 정부도 손 놓고 있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미군과 몇 몇 지역 유지들은 나름의 친분을 갖고 잘 관리되고 보호됩니다. 대다수 주민들은 미군기지의 가장 직접적 피해자이지만 어느 곳에서도 위로받지 못합니다.

미군기지 안에서 온갖 허드레 일을 하는 것도, 넘쳐나는 예산을 소모하느라 연일 부수고 지어대는 건조물의 해체 및 신축 역시 이들의 일이고 미군기지에서 방출한 물질로 인해 오염된 지하수를 받아 마셔온 것도 이 곳의 서민인데 말입니다.

 

인구 3만의 왜관지역에서 스무날 남짓을 보내며 슬픈 한국을 고스란히 느낍니다.

왜관에선 미군은 상전이고 주민은 뒷전입니다.

한국에서 미국은 상전이고 국민은 뒷전입니다.

캠프캐럴이 왜관 중심부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앉았듯

한국의 90개 미군기지도 각 지역의 중심부에 가장 평한 땅을 골라 앉았습니다.

군청이, 경찰지소가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주민들을 외면하듯

한국의 정부는 미국의 이익 앞에서만 적극적입니다.

왜관에 사는 배웠다는 사람들이 미국국민은 1등 국민, 한국국민은 3등 국민 이라는 말을 아무 슬픔 없이 떠들 듯,

한국의 기득권층은 미국에 의탁하지 않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며 식민지 백성의 수준을 고집합니다.

왜관의 주민들이 고엽제로 인해 각종 장애와 암, 선천적 기형의 굴레로 고통 받고 있듯

한국의 노동자, 농민, 서민 역시 또 다른 이름의 고엽제인 FTA와 전쟁연습 등으로 지역을 불문하고 세대를 뛰어넘어 고통 받고 있습니다.

아무 일 없는 거라고 세상 살다보면 다 그만큼 아프고 억울한 거라고 누가 세상을 누리며 사냐고 속삭이는 소리도 도처에서 들립니다.

 

왜관에서 한 주민이 ‘여기는 기지촌이다.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뒤져서 먹고 미군이 먹다버린 술을 마시고 미군과의 사이에 태어난 사생아들이 수 십 년 전부터 많고 많았다. 아픈 사람들이 비정상적으로 많은 것이 당연하다. 당연하게 별 일 없이 살아왔는데 너무 설치지 마라.” 는 말을 했습니다. 손에 꼽힐 정도로 몇몇 분을 제외하고는 우리 평화농성단에게 적대감을 비친 예는 거의 없습니다. 이토록 엄청난 지지와 격려 속에서 농성과 서명, 설문, 선무방송을 진행해 본 경험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굳이 청하지 않아도 할아버지 할머니들까지 줄을 서서 서명을 해주는 광경은 고엽제 문제가 반미감정을 발화지점까지 끌어올렸다는 것을 역력히 느끼게 하는 나날이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듣게 된 ‘기지촌’ 운운하는 훈계는 사실 몹시 거슬렸지만 또 다른 차원의 고민을 내게 던져 주었습니다.

 

무섭고도 슬픈 일이었습니다. 미국의 필요에 의해 그어진 38선에 의해 시작된 분단과 전쟁인데 저들이 마치도 생명의 은인처럼 이 땅 곳곳에 진을 치고 그곳에서 이 나라 사람들이 저들이 먹던 소시지나 술이나 저들의 독하디 독한 약물을 구걸해 먹고, 함부로 버려진 아이들을 낳고 그 아이들이 아픈 것은 당연한 일로 치부하며 산다는 것.

그것을 천부의 운명이나 되는 듯 끌어안고 사는 것을 ‘아무 일 없이 산다.’고 여기며 요 작은 한국이란 나라, 백여 개나 되는 지역의 사람들이 살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은 참으로 슬픈 일이었습니다. 그러니 굳이 고엽제가 아니더라도 미국이 이 땅에 묻은 것은 고엽제를 능가하는 맹독의 것이었습니다.

 

왜관 농성장에 있는 동안 뉴욕에서 북미 회담 소식이 타전되었습니다.

긴 시간의 공방을 뒤로 하고 드디어 평화체제 논의가 시작되는가... 땡볕 아래서도 들뜨는 마음을 어쩔 수는 없었습니다. 대화가 무르익으면 무르익을수록 주한미군의 처지는 옹색해 질 것이고 미군은 별별 이유를 들어 주한미군의 천국 대한민국을 떠나지 않으려 하겠지요. 그럴 때 일갈. “필요 없어 다 나가!” “결산하고 다 나가!”

다른 곳이 아니라 미군기지가 있는 동네에서 특히 병참기지 왜관에서부터 이런 외침 터져 나오는 꿈.

미군 없는 평화체제에 대한 꿈을 실현시키는 것, 미국 패권의 전진기지였던 주한미군 기지가 또아리를 틀고 있는 지역에서부터 횃불은 타오를 것입니다. 이제 모든 준비는 완료되었습니다.

8.15를 향해 달려온 기세를 다그쳐 2012년, 고엽제 매립 범죄를 비롯한 주한미군 범죄를 반드시 결산해 내고 완전히 다른 차원의 6.15 새 시대를 열어냅시다.

 

 

 - 2011. 8.12 왜관 캠프 캐럴 앞 농성장에서 황선.

CLOS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