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이 기로에 섰다. 지난 14일 새벽 민주노총의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 철회가 공식화되면서 제2기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진로를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들이 쏟아지고 있다. 올 연말 대선방침이 1차 격돌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새로운 노동자정치세력화 특별위원회(새정치특위)는 지난 14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제1차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새정치특위는 향후 민주노총 정치방침과 대선방침의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노동중심성을 가진 새로운 진보정당이 필요하다는 데 대체로 의견이 모아졌지만 상과 경로·시기가 모두 쟁점이었다. 이진숙 민주노총 인천본부 정책교육국장은 "민주노총 정치세력화와 산별노조라는 '양 날개론'에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며 "진보정당 건설은 차기 집행부의 과제로 넘겨 원칙적인 방향성을 설정하고 합의를 모아 가자"고 주장했다.

반면 나순자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통합진보당 탈당흐름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며 "새로운 정치방침 논의가 장기화할 경우 조합원들이 좌우로 나뉘어 흩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성근 언론노조 사무처장 직무대행은 "새로운 정당으로 가는 것이 옳은 방향이긴 하지만 대선은 당장 급한 불"이라며 "의제를 중심으로 사회 제 세력의 역동성에 의거한 정치적 개입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방침 역시 독자적 민중후보 전술부터 정책연대, 후보를 내지 않는 방안에 이르기까지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조상수 공공운수노조·연맹 수석부위원장은 "당장 민주노총 중심의 진보정당 건설이 어렵다면 민중경선을 통해 독자후보를 선출해 노동자 민중을 광범위하게 결집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두헌 민주노총 서울본부 부본부장은 "민주노총의 실력이 민중 독자후보 경선을 치르기에 부족할 수 있다"고 반대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민주통합당을 포함한 연립(공동)정부 구성 전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이상진 화섬연맹 위원장은 "지난 총선에서 여소야대 전술이 실패하면서 총파업 전선도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연립정부 건설논의를 경계하되 의제를 중심으로 정책방향을 논의하는 대선전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새정치특위는 오는 21일 2차 공개토론회를 거쳐 민주노총 정치방침에 대한 현장토론문을 마련하고, 전 조직 토론을 거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