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피해자 눈에 피눈물을?" | ||||||||||||
법원, 현대차사내하청 성희롱사건 대표이사 면죄부 논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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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여성 노동자 성희롱 사건에 대해 사내하청업체 대표이사와 현대차에 면죄부를 주는 판결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달 17일 성희롱 가해자 두 명의 죄를 인정해 손해배상을 선고했지만, 대표이사에게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 같은 판결의 이유는 “민법상 사용자책임을 지는 사용자나 남녀고용평등법상 성희롱 예방의무책임을 지는 사업주는 회사의 대표이사가 아닌 독립된 법인격을 갖는 회사 자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라는 것. 주식회사에서 일어난 일은 대표이사가 아닌 주식회사 법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논리다.
금속노조(위원장 박상철)와 피해자 지원대책위는 4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한 번 피해자의 눈에 피눈물이 나게 할 판결”이라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번 판결은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양벌규정을 무시해 직장내 성희롱을 용인한 대표이사의 책임을 전면 부인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특히 업체가 폐업하면 책임을 물을 길이 없어져 수많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위협하는 판결”이라고 규탄했다.
참가자들은 법원이 현대차 책임을 묻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조이현주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피해자는 법이 1년에 한번 이상 하도록 강제한 성희롱예방교육을 14년 동안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며 “이것만 보더라도 현대차가 관리 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음성 녹음이나 휴대폰 문자 외에 피해자가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육체적, 언어적 성희롱을 증거가 없다며 인정하지 않기도 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와 관련해 “성희롱 사건은 물리적 증거가 남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다 직장 내 상급자가 가해자일 경우 동료들이 증인으로 나서기 어려운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이번 판결은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들에게 법적해결을 포기하라는 것에 다름없다”고 성토했다.
피해자는 현대차 사내하청 업체인 금양물류에서 일하다 지난 2009년 소장과 조장으로부터 수차례 언어적 신체적 성희롱에 시달려야 했다. 피해자가 지난 2010년 9월 피해 사실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자 회사는 도리어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징계해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월 성희롱 사실을 인정했지만, 그 사이 회사는 폐업신고를 해버렸다. 단 피해자를 제외한 금양물류 근무자들은 다른 업체에 고용 승계됐다.
금양물류 사장은 지난해 11월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벌금 3백만원형에 해당하는 약식명령을 받았다. 또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는 피해자가 겪고 있는 성희롱으로 인한 정신질환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도 했다. 피해자는 해고 기간 현대차 아산공장, 서초경찰서, 여성가족부 등지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며 끈질기게 싸운 끝에 지난해 12월 금속노조와 현대차그룹사 글로비스 및 형진기업(옛 금양물류)간의 원직복직 합의를 이끌어냈다. 피해자는 이 합의로 해고 16개월만인 지난 2월 1일 복직했다.
금속노동자 ilabor(http://www.ilabor.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