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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성명]구미불산 누출사고 결국 노동자 과실로 몰아가나

작성일 2012.10.10 작성자 대변인 조회수 4227

[성명]

구미불산 누출사고 결국 노동자 과실로 몰아가나

경찰과 노동부는 사고 원인을 호도하지 말라

 

 

구미공단 (주)휴브 글로벌 불산 누출사고 현장 CCTV가 공개되면서 “작업자 과실이 부른 사고” 운운하며 억울하게 사망한 노동자를 두 번 세 번 죽이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대형 산재사고가 터질 때마다 추상적인 ‘안전 불감증’, ‘작업자 과실’로 마무리되고, 결국엔 현장은 아무런 개선 없이, 노동자만 죽어나가는 ‘되돌이표 현상’ 이 시작된 것이다. 이번 불산 누출사고는 전형적인 기업 살인이자 관재(官災)다. 경찰과 기업 그리고 노동부는 사고원인을 호도하지 말라.

 

심상정 의원실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휴브 글로벌은 2009년에도 불산 유출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번 사고와 유형이 비슷하다. 그러나 회사는 기초적인 정기 안전교육도 진행하지 않았고, 노동부는 아무런 대책 없이 방치해 왔던 것이다. 자신이 취급하는 물질이 무엇인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사고를 노동자 작업과실로 몰아가고 있는 이유가 대체 무엇 때문이란 말인가? 더욱이, 아무리 죽은 자는 말이 없다지만 “방호복을 지급했는데, 덥고 불편하다고 안 입었다”라는 회사 측의 입장을 여과 없이 보도하고 있는 일부 언론의 행태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현장의 안전교육은 서류상 사인만 맞춰 놓는 땜질방식 교육이 다반사다. 더욱이 화학물질 관련 교육은 거의 전무하다. 글로벌 기업 삼성에서 조차 안전 교육 없이 노동자들이 직업성 암으로 죽어갔다. 게다가 기가 막힌 것은 현행의 산업안전보건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안전교육을 사업주 의무에서 적용제외하고 있다. 영세 사업장, 화학물질 취급이라는 2중의 위험을 갖고 있는 사업장에 최소한의 자기방어를 할 수 있는 안전교육을 법적으로 보장하지도 않고, 별도의 정부 대책도 전무한 상태에서 발생한 사고를 노동자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가?

 

보호구 지급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방수가 전혀 안 되는 싸구려 안전화, 화학물질 차단효과는 전혀 없는 방진 마스크, 노동자 보호가 아니라 생산된 반도체 부품을 보호하기 위해 지급되는 방진복, 한 여름에 땀이 흘러 시야를 흐리는 안전모.... 현장의 보호구 지급 실태는 그야말로 “무늬만 안전인 보호구” 지급이 횡행한다. 대다수의 현장에서 보호구 지급은 지급 증거를 남기기 위한 것에 불과하고, 소규모 사업장은 그마저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산재는 공장과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사고는 사업장의 산재가 지역과 주민의 삶과 건강에 직결된다는 것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이는 화학물질 사용 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생활 곳곳에 널려 있다. 그러나 참으로 안타깝게도 많은 대책이 사고의 진원지인 사업장의 문제는 방치된 채 해결 방안을 찾아 헤매고 있다. 불이 났는데, 불씨는 그대로 두고 연기를 막겠다며 아우성치는 꼴이다.

 

구미 불산 누출사고가 메아리 없는 안전 불감증 타령이나 산재사망 노동자를 두 번 죽이는 작업과실 운운에서 그치지 않고, 산재예방 대책을 전면 재 점검 하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 것만이 다섯 명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에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 일이 될 것이다.

 

2012년 10월 9일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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