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쌍용차 해고 노동자 17번째 죽음, 재앙이 아니면 무엇인가
노동자를 일회용품 취급하는 가혹한 질서는 이제 중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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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쌍용차에서 강제로 정리해고 된 또 한 분의 노동자가 돌아가셨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불과 일주일도 안 된 16번째에 이은 17번째 죽음입니다. 노동자를 절망과 죽음으로 내모는 이 합법적 세계는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고인은 2009년 정리해고에 맞서 파업에 참가했다가, 경찰과 사측의 무력진압이 있기 직전 회유와 협박을 견디지 못한 끝에 희망퇴직을 신청하고 공장을 나왔다고 합니다.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대인기피증에 빠졌다고 합니다. 쌍용차 출신이라는 주홍글씨로 재취업도 못해 심한 경제적 고통을 겪었다고 합니다. 쌍용차 노동자에게 재앙은 앞으로 도래할 무엇이 아니라, 바로 지금의 상태였습니다.
사망 직전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싶습니다. 너무도 분명한 죽음의 책임 앞에서도 단 한 마디의 애도나 사죄조차 없이 물에 빠진 사람들을 다시 물속으로 쳐 박는 일을 마다않는 자본과 권력의 무자비한 행태 앞에 애도조차 죄스럽기만 합니다. 복직 약속조차 지키지 않는 쌍용차는 기업활동을 할 자격이 있습니까. 내 알바 아니라는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부입니까. 정부는 더 이상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고자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사측은 즉각 복직약속을 이행하고 추가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해고노동자들과 대화해야 합니다.
이번 죽음은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며, 이는 단지 쌍용차 해고 노동자만의 일이 아닙니다. 자살은 암, 뇌혈관질환, 신장질환에 이어 한국인의 4번째 사망원인이며,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국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죽는 사람의 대부분은 노동자입니다. 국민 대다수가 노동자니 당연한 얘기겠지만, 그럼 국민 대다수인 노동자의 삶은 왜 이 모양이란 말입니까. 대한민국은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민주국가가 맞습니까. 무한 경쟁을 빌미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고 노동자를 일회용품 취급하는 신자유주의, 그 가혹한 질서는 이제 중단돼야 합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잇단 죽음에 책임이 있는 자본과 정부는 이 요구에 답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 또한 이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거듭 고인의 명복을 머리 숙여 기원합니다.
2011. 10.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