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안철수 후보의 ‘노동 복지정책 공약’, 네가지가 없어 아쉽다.
그동안 노동문제에 대해 말을 아끼던 안철수 후보가 오늘(21일) 직접 ‘고용노동정책과 이와 관련된 일자리 정책’을 발표했다. 며칠 전에 있었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일자리 공약’이 성찰없는 허황안 공약에 불과했다면 안 후보의 공약은 현실에 대한 비판적 통찰에 기초한 전향적인 정책공약으로 평가된다.
안 후보는 "구체적인 수치를 통한 약속보다 일자리 창출 방법을 찾아내겠다"며 5대 고용 ·노동 정책을 발표했다. ▲대통령이 직접 주관하는 국민합의기구 운용 ▲혁신경제·북방경제, 중견기업 육성 및 노동시장 혁신 ▲불안한 일자리의 안정화 ▲5년 시한의 '청년고용특별조치' 법제화·시행 ▲사회통합적 노사관계가 그것이다.
5대과제 각각의 평가는 별론으로 하고 딱 네가지가 안 보인다. 노동3권과 노동감수성이 그것이다.
노동문제의 핵심은 노동기본권의 문제이다. 헌법 33조가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 즉,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은 이명박-새누리당 정권에 의해 철저하게 유린되었다. 단결권은 공무원-교사의 단결권, 정치기본권의 제약과 사실상의 노조설립 허가주의로 가로막혔고 단체교섭권은 ‘교섭창구단일화’라는 희대의 악법으로 제약되었으며 단체행동권은 모든 쟁의를 불온시하는 정부정책으로 철저히 파괴되었다.
노동3권은 헌법적 가치이며 침해될 수 없는 기본권이다. 노동기본권에 대한 확고하고 철저한 인식전환 없이는 그저 ‘착한 이명박’ 이상의 평가를 받기 어렵다. 특히 (집단적) 노사관계에 대하여 “마지막 다섯 째,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로 회사와 노동자가 함께 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단 한 줄로 언급한 것은 노동정책이 아예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안철수 후보는 그동안 ‘노동’이라는 용어 자체를 금기시한다는 세간의 평가를 받아왔다. 오늘 발표에서도 사회역사발전의 능동적 주체인 ‘노동자’는 잘 보이지 않는다. 역동적인 생산자이자 대규모 소비자이며 성실한 납세자인 노동자, 국민의 절대다수를 이루는 시민인 노동자에 대한 인식은 매우 약해 보이고 여전히 수혜의 대상자이고 일자리를 나눠주어야 할 수동적인 ‘근로자’로만 인식하는 듯 하다.
우리가 노동감수성을 중요시 하는 이유는 역대정권의 극악한 반노동 감수성에 혹독하게 짓밟혀왔기 때문이다. 고졸취업을 권장하면서도 근로기준법조차 가르치지 않는 나라, 교과과정에 노동인권 교육을 포함시키자고하자 ‘이념편향’이라며 반대하는 사회에서 성장을 뒷받침할 노동의 능동성은 발휘되지 않는다.
노동정책에 대한 출발과 기준은 노동3권에 대한 확고부동한 인식과 노동에 대한 능동적인 자세, 즉 노동감수성이다. 안후보의 오늘 발표에서는 이 네가지가 보이지 않아 맥이 빠진다.
우리는 더 이상 착하든 나쁘든 ‘CEO 대통령’은 원치 않는다.
2012. 10.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