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부실한 준비만큼이나 불안한 취임사,
민주주의와 노동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 18대 박근혜 대통령 취임사에 부쳐 -
오늘(25일) 18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했다. 새 대통령의 취임사는 1970년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과거 회귀적이다.
당선 이후 7명의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인수위 기간 동안 민주노총은 긴급한 노동현안을 우선 해결하고 새 대통령에 취임할 것을 호소했지만, 인수위 측은 묵묵부답이었고 박근혜 당선인은 민주노총을 배제한 ‘한국형 노사협력 모델’ 운운하는 등 ‘포섭과 배제’를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전교조에 대한 불법화 위협, 공무원 노조 지도부에 대한 해고 등이 당선 이후 인수위 기간 동안에 벌어진 일들이다. 정부조직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부실한 인수위원회였고 갈등을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킨 준비 기간이었다.
박대통령의 취임사에서 우리는 제2의 한강의 기적이라는 40년 전 슬로건 아래 짓밟히고 박탈당한 노동자 민중의 모습을 떠올린다. 박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과 맞춤형 복지를 제기했지만 핵심인 경제민주화는 '경제부흥'의 수단으로 전락했고, 그 모든 것의 토대가 될 ‘노동’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오늘 취임사 어느 구석에도 여전히 ‘민주주의’와 ‘노동’은 없었다. 마치 노동이라는 단어 자체를 불온시 한 군사독재 정권 시대로 돌아간 듯하여 불안하다. 취임사에서 밝힌 ‘하면 된다, 한강의 기적’ 역시 저임금과 무권리 상태에서 일한 노동자들의 피땀의 결실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노동자의 권리는 무시하면서 경제부흥에 동원하는 수단으로 보는 시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창조도 융합도 없다.
노동이 빠진 복지는 허구이고, 일자리 역시 기업과 국가의 시혜가 아니라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에만 가능하다. 하지만 박대통령의 취임사는 복지와 일자리에 대한 원론적 언급만 있었을 뿐이다. 국민의 절대다수인 노동자를 무시하고 국민행복을 얘기할 수 없고 첨예한 노사갈등을 외면하고 국민대통합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부가 국민을 위해 제대로 일하길 바라지만, 지금처럼 노동자의 목소리를 묵살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부정한다면 강력하게 저항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을 가르치려 들지 말고 노동자 민중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일신의 이익을 위해 탈법과 불법을 일삼은 사람들을 국무위원 후보로 내정해 놓고 반성은커녕 국민들에게는 준법교육을 하겠다는 오만한 발상은 버려야 한다. 또한 새 정부는 ‘하면 된다’는 식으로 국민을 압박하는 권위주의 군사문화로는 결코 순항 할 수 없음을 분명히 경고한다.
2013. 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