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노동자 권리, 노사관계 인식 없는 노동부 업무계획 보고
- MB정책 답습 아닌 노동기본권 강화 등 근본적 정책전환 필요 -
노동문제의 핵심 영역인 노동기본권은 물론 노사관계 전반에 대한 인식이 취약하다는 것이 방하남 신임 노동부 장관에 대한 평이었듯, 지난 29일 노동부의 업무계획 보고 역시 동일한 문제를 드러냈다. 그나마 고용대책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 또한 과거 정권에서 이미 실패했거나 실체가 불분명한 정책을 답습하는 수준이며 새로운 관점과 정책의 제시는 보이지 않았다. 특히, 지속적인 친자본‧반노동 정책으로 인해 위축된 노동기본권에 대한 대책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반노동정책이 지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노동부는 <함께 일하는 나라, 행복한 국민>이라는 비전 아래 △국민 누구에게나 ‘일하는 행복’을 △일자리의 질을 올려, ‘일자리가 희망’이 되도록 지원 △‘더 나은 일자리로의 이동’을 지원 △‘든든하고 안전한 일터’ 만들기 △‘미래창조형 상생의 노사관계’ 등의 목표를 제시했다. 말은 그럴듯하다. 그러나 이 포괄적인 목표에서부터 노동의 능동적인 주체성이나 권리에 대한 인정은커녕 기초적인 파트너쉽조차 인정하지 않은 채 노동을 부분적인 시혜나 동정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하는 행복’은 헌법에도 보장된 ‘일할 권리’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때 시작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방안제시가 없는 ‘일자리의 질’은 공허하고 기만적일 뿐만 아니라, 그 질의 담보 역시 노동기본권이 기초임을 인식해야 한다. ‘일자리 이동’을 위해서는 기존의 알선과 지원을 넘어선 대책이 필요하며, ‘안전한 일터’를 만들겠다면 이미 발생한 중대재해나 쌍용차 해고사태에 대한 당장의 수습노력부터 보여야 한다. 이러한 태도전환 없는 ‘미래창조형 상생의 노사관계’란 정책적 미사여구에 불과하고, 결국 불평등하고 종속적인 노동현실을 은폐‧유지하자는 기만의 언어일 뿐이다.
세부적으로 보더라도 문제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장시간노동 단축을 생존권보호라는 기준 없이 지금처럼 무작정 확대하면, 자칫 저임금 단시간 일자리만 늘릴 위험이 있다. 관련하여 탄력적근로시간제의 경우는 자본의 자의적 노동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많은 만큼 철저히 노동자의 자발적 선택에 기초해야 한다. 특히, 특수고용노동자와 사내하청 비정규직 대책은 정부정책에서 가장 기만적이고 위험한 부분이다. 작은 것을 주고 큰 것을 받아내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특수고용노동자와 사내하청노동자들에게는 일시적인 처우개선이라도 절실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자본은 이러한 절박함을 악용해 착취적이고 불법적인 간접고용방식을 고착시키고 합법화할 의도를 갖고 있다. 결국, 이 문제는 원칙적으로 특고노동자에겐 노동자성을, 원청 자본에겐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등 고용구조 자체를 손봐야 하는 문제이지 일시적인 처우개선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그나마 공공기관에서 상시‧지속적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을 2015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최근 학교의 무기계약 비정규직의 대량해고 사태가 보여주듯 온전한 정규직 전환 효과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 이러한 흐름이 민간에도 확대될 수 있도록 정부는 강력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기업에 고용현황을 공시하도록 하고 징벌적 금전보상제로를 도입한다고 하지만, 정부의 실천의지 없이 제도나 말만으로 실현된 역사가 없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 마지막으로 거듭 강조하건데, 어떤 긍정적인 정책도 제도만으로 달성될 수 없는 바, 문제를 개선하고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사관계의 약자인 노동자들에게 노조활동 등 노동기본권을 확고히 보장함으로써, 자기결정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것은 모든 노사관계의 기본이자 기초를 닦는 일이다.
2013. 3.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