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기륭전자, 콜트콜텍, 중앙대 청소노동자... 노동현장의 비정상을 정상화하라.
박근혜 대통령은 입만 열면 ‘비정상의 정상화’를 되뇌인다. 아무리 뜯어보고 살펴보아도 자기만 정상이고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모두 비정상이라는 착각 속에 사는듯하여 안쓰럽긴 하나, 일반인이 아닌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이 줄곧 이런 식이라면 불행해 지는 것은 다수의 국민인지라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작년 12월 30일, 기륭전자(현 렉스엘이앤지)는 노동자들 몰래 사무실을 옮겨버렸다. 6년이 넘는 긴 갈등 끝에 노사합의를 하고, 또 3년이 흐른 후에야 공장에 돌아 올 수 있었던 기륭전자 노동자들은 일 한 번 못해보고 8개월만에 미아신세가 되어버렸다. 이사갔다는 사무실에도 아무도 없고 사장은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비정상도 이런 비정상이 없다.
올 해 1월 10일, 서울고등법원은 콜토콜텍 노동자들의 해고무효소송 재판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정리해고 요건’을 “장래에 올 수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존중돼야 한다"며 회사편을 들어주었다. 누구도 알 수 없는 미래의 일까지 고려하여 사용자의 편을 들어준 비상식적 판결이다.
중앙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은 어떤가? “콧노래 부르지 말고, 쇼파에서 쉬지 마라”는 ‘근로계약서’가 있고 학교당국은 대자보 한 장에 100만씩 배상하라는 반지성적인 소송을 하고 있다. 인권과 인륜을 짓밟는 폭거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동안 대통령은 준비된 각본에 따른 기자회견에서 개 두 마리가 잘 크고 있다는 소리나 하고 있고 노사정위원장은 민주노총 공권력 투입은 잘한 일이라는 황당무계한 발언으로 빈축을 사고, 노동부 장관은 양대노총이 불참한 가운데 ‘노사정 신년인사회’라는 행사를 하며 ‘미래지향적인 노사관계’ 운운하고 있다.
기륭전자, 콜트콜텍, 중앙대학교에서 벌어지는 몰상식하고 반지성적이며 비정상적인 상황이 방치되는 상황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가장 비정상적인 상태임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비정상은 정상화되어야 한다. 누가보아도 비정상인 노동현장의 인권유린은 애써 외면하고서는 어떤 것도 정상화될 수 없다. 평생 노동이라곤 해 본 적이 없는 박 대통령이지만 국민행복이나 창조경제나 정상화를 입에 올리려면 적어도 기륭전자와 콜트콜텍과 중앙대학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인이라도 해 보기를 바란다. 주무부처인 노동부는 청와대의 입만 쳐다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노동현장에서 벌어지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정상화하려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2014. 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