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박근혜 2기 경제팀 정책방향과 고용‧노동 정책관련 입장
□ 경제정책방향, ‘가계소득 증대?’
오늘(24일) 최경환 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2기 내각 경제팀이 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경제정책방향을 논의한다. 정부는 경제정책방향을 “가계소득 증대와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한 내수 활성화”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수장인 부총리가 앞세우는 표현만 다를 뿐, 사실상 큰 기조는 기업편향적 규제완화 및 성장주도 정책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민주노총은 지난 23일 정책논평을 통해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가계대출과 부동산 거품의 위험성 가중 △투자를 빌미로 한 기업이익 우선 △투기환상 부추기고 위험만 떠안기는 주식시장 활성화 △말로만 기업과세, 실제론 규제완화 △가계소득 증대의 토대인 노동권 외면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민영화로 분석하고 “병든 경제에 마약을 주사하는 꼴”이라고 규정했다.
역시나 지난 22일 박근혜 대통령은 2시 내각 첫 국문회의에서 ‘규제완화’를 강조하며, 경제의 “복원력”에 비유했지만, 오히려 복원력을 상실한 채 한 방향으로만 침몰하고 있는 것은 박근혜 정권의 경제정책이다.
□ 실효성 없는 처우개선, 확실한 비정규직 시간제일자리 확대 양산
경제관계 장관회의에서 노동부는 ‘고용‧노동분야 주요 정책방향’ 자료를 제출했다. 자료의 골자는 “비정규직 등 처우개선” 부분이며, 기타 “청년‧여성 등 일자리 창출”과 “상생적 노사관계 구축”, “서민생활 안정” 등으로 구성됐다.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의 핵심은 고용안정과 저임금해소, 노동기본권 보장이라는 것은 이미 주지된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비정규직 등 처우개선"에는 정작 처우개선의 실효성은 없고 오히려 파견기간과 대상, 파견연령층을 확대하고 시간제일자리 확산을 통해 비정규직만 더 늘리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대통령이 공약했던 상지지속업무의 정규직고용 원칙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정규직전환 가이드라인 제정과 정규직 전환 자율협약 확산 부분에서 가이드라인은 아직 내용이 없어 알 길이 없고, 정규직전환 자율협약은 하나마나한 소리다. 법으로 강제한 것도 지키지 않는 사용자에게 자율협약을 통해 자발적인 정규직 전환을 기대한다는 것은 말장난일 뿐이다.
정규직 촉진을 위해 임금 일부를 지원하는 것 또한 실효성 없는 전시용이다. 임금일부지원으로 중소기업의 비정규직 확산이 해소되지 않는 다는 것은 그동안 숫한 경험을 통해 증명된 사실이다. 오히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착취구조를 개선하고 중소기업 지원정책과 함께 고용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종합적 대책이 절실하다.
특히, "파견사업주가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에 임금을 지원한다는 것은 더 어이없다. 노동자의 임금 일부를 떼어가는 중간착취로 운영되는 파견회사는 없어져야 마땅한데, 오히려 파견회사에 임금을 지원한다는 것은 파견노동을 고착시키고 늘리겠다는 생각이다.
시간제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경우에 지원한다는 것도 시간제를 확대한다는 것이고, 안전‧보건 관리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임금일부를 지원하는 것도 실효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세월호의 교훈을 보더라도 안전관련 업무는 강력한 법적규제를 통해 반드시 정규직으로 고용하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이미 2006년부터 정부가 시행해오던 정책이고 새로울 것이 없다. 그것도 정규직이 아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키면서 차별과 처우는 전혀 개선되지 않아 사실상 비정규직과 다를 바가 없다. 더구나 하청, 용역, 민간위탁 등 최근 매우 심각한 간접고용비정규직은 정규직화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고 있어서 비정규직 대책이라 하기에도 민망하다.
고소득 전문직 파견대상 확대와 파견기간 완화, 고령층 파견대상 확대는 가장 문제가 심각한 영역이다. 이는 결국 더 많은 업종과 연령의 노동자들을 파견노동자로 만들어 비정규직을 대폭 확산시키겠다는 것이며, 오히려 핵심 개악 정책임에도 효과는 가장 확실해 보인다.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성 및 근로조건 개선도 결국 시간제 확대가 핵심이고, 임금체불에 대해 부가금을 부여하겠다는데, 이 또한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았다. 최저임금 위반과 임금체불은 사용자를 제재할만한 법이 없어서 상습화된 것이 핵심문제다. 임금체불 사용자에 대한 강력한 징벌 없이 솜방망이 대책으로 예방하기 어렵다.
□ 노사정위원회 복원? 대화기구로는 부적합, 이미 식물상태
노사정위원회는 이미 역할을 마감하고 한국노총마저 참여하지 않은 사실상의 식물기구다. 노사정원위원회 역할 복원으로는 노사정의 동등한 대화는 불가능하며, 민주노총은 이에 참여할 의사 또한 없다.
노사정위원회는 그동안 정부와 사측이 명분 챙기기에 활용해 온 기만적 기구로서, 노동자들은 늘 들러리였으며 요구가 제대로 수렴되지도 않았다. 이를 다시 들고 나오는 것은 사실상 박근혜 정부가 진지한 노사정대화의 의지가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대화 자체를 거부하진 않았다. 전교조-공무원노조 법외노조화, 통상임금, 노동시간단축 등 시급한 현안이 산적해있는 만큼, 당사자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해법을 모색하고 사회적 의견과 여론을 듣고 소통하기 위한 대화라면 마다할리 없다. 그러나 그 이전에 정부의 잘못된 행정해석이나 집행이 초래한 현안부터 푸는 것이 대화를 하려는 정부의 태도일 것이다.
□ 결론
결국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2기 노동정책 방향은 비정규직 확대 방안을 효과 없는 처우개선책으로 가려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진정 피부에 와 닿는 정규직 전환 대책을 마련하고자 한다면, 실효성 없는 정책을 장황하게 늘어놓지 말고 상시지속업무는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원칙을 확고히 하고 이를 추진할 법과 제도를 완비하면 될 일이다. 한마디로 대통령이 약속한 공약을 이행하면 된다는 얘기다. 이런 기본적인 원칙을 외면하면서 요란한 말잔치로는 노동자의 가계소득이 증대될 수 없다. 선전과는 상반된 어설픈 정책으로 국민과 노동자를 기만하여 정치적 위기 탈출을 꾀하려는 속셈만 빤하다.
※ 참조 : [정책논평] 최경환 부총리의 경제정책 방향, 이렇게 봐야 한다 / 7월 23일 발표
2014. 7. 24.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