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E Login

가맹산하조직별로 발급한 아이디로만 접속 가능하며, 개인 아이디는 사용 불가합니다.

search

성명·보도

[성명]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환영하며 - 종교적 권력자가 아닌 고귀한 말씀으로 임하길 바란다

작성일 2014.08.12 작성자 대변인 조회수 5445

[성명]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환영하며

- 종교적 권력자가 아닌 고귀한 말씀으로 임하길 바란다 -

- 박근혜 정권은 낮은 데로 임하려는 교황을 기만하고 가로막지 말라! -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드디어 프란치스코 교황이 온다. 우리는 그를 환영한다. 그러나 우리는 종교적 권력자로서의 교황을 환영하는 것이 아니다. 그건 박근혜 정권의 환영방식일 뿐이다. 우리는 종교적 편견과 권위를 벗어던진 그의 말씀을 환영한다. 우리는 노동의 존엄성을 알리고 노동하는 이들의 비참함을 걱정하는 신의 의지를 환영한다.

 

“존엄은 돈, 권력, 문화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존엄은 노동에 의해 이뤄집니다. 개인의 존엄에 있어 노동은 근본적입니다.”

 

“가난한 이는 힘든 일을 하며 박해를 받습니다. 그러나 부자는 정의를 실현하지도 않으면서 갈채를 받습니다”

 

“어떻게 증시가 2포인트 떨어지면 뉴스가 되고 노숙자가 죽어가는 건 뉴스가 되지 않는 것입니까”

 

“배제와 불평등의 경제체제야말로 사회병폐의 뿌리이며, 규제받지 않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입니다”

 

“평화를 위해 힘써라. 평화는 단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있는 상태가 아니라 세상을 주도하는 것이다. 전쟁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평화를 향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우리는 바다에서 생명을 잃은 수많은 난민을 위해 어떻게 울어야하는지도 모르고 형제적 책임감도 상실했습니다.”

 

“진리는 호전적입니다. 진리를 얻기 위해서는 역시 투쟁적이어야 합니다”

 

그의 말씀을 통해 우리는 비신앙인조차 숙연케 하는 종교적 깨달음과 동시에 돈의 권력에 짓눌린 한국의 비루한 현실을 볼 수 있다. 존엄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고달픈 노동현실이 보이고, 박해에 맞서 투쟁하는 아픈 민중들이 보이며, 타락한 경제시스템과 탐욕을 부추기는 언론을 본다. 구조되지 못한 세월호의 생명과 그들처럼 침몰할지도 모를 위태로운 진실도 보이며, 물질로 바벨탑을 쌓는 교회도 보인다.

 

교황의 방한은 민중과 결별한 한국종교의 현실을 새삼 돌아보게 한다. 부디 바티칸 종탑의 울림이 더욱 널리 한국사회에 퍼지길 기원한다. 특히, 더 높이 걸린 십자가와 더 큰 것만을 욕망하는 한국교회가 종단의 차이를 떠나 교황의 메시지를 아프게 성찰하길 바란다. 일찍이 1891년 교황 레오 13세는 노동헌장을 선포했다. “다른 사람의 곤궁한 처지를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 “노동자의 정당한 임금을 착취하는 것은 천벌을 면치 못할 중죄이다.”, “노동자의 권익 향상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조직은 노동조합이다.”라고 가톨릭은 선포했다. 종교적 거리감에도 불구하고 120여 년 전의 노동헌장조차 한국교회의 현실을 아프게 반추하도록 한다.

 

십자가의 왼편엔 자본을 앉히고 오른쪽엔 권력을 앉힌 한국교회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재물의 기부를 신앙의 척도로 여기며, 권력자의 의지를 대변해 민중의 정치, 노동자의 투쟁을 악으로 매도하고 있다. 올해 1월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는 “철저한 안보의식 확립, 종교인 과세 철회, 동성애자차별금지법안 중단, 노조 및 종북집단에 대한 관리감독 철저” 등을 골자로 신년메시지를 밝히기도 했다. 가히 종교단체인지 편견과 증오로 가득한 반공단체인지 분간하지 못할 정도다.

 

또한 대한예수교장로회는 교회헌법을 이유로 직원들의 노조결성 권리를 부정했다. 지난 2004년 전국기독교교회노조 설립에 이어 올해 3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교인으로 있는 소망교회에 노조가 설립됐다. 그러나 교회 측은 교회헌법에서 ‘교회의 직원은 근로자가 아니며,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가입할 수 없다’고 한 규정을 이유로 노조설립을 또 다시 금지시킨 것이다. 교회는 종교라는 이유로 세속의 권리를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잇속을 차리기 위해서는 거침없이 세속적이고 타락한 방법에 몰두한다. 교회 노동자들에게 저임금과 과중한 노동을 강요했다. 돈을 위해 외주화를 일삼고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채용했다. 신앙을 빌미로 착취와 고용불안을 조장하며 노동자의 권리를 부정한 것이다. 교리는 자본의 욕망으로 둔갑했고 교회는 권력자들의 사교의 장으로 전락했다.

 

한국을 방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가족들과 쌍용차 해고노동자들, 용산과 강정, 밀양의 주민들을 만난다고 한다. 그 만남이 희망이 되길 바란다. 그 희망을 일구는 것은 교황이 떠나도 이 땅에 남을 한국종교의 자녀들이 해야 할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교황의 권위를 빌어 스스로 빛날 궁리만 하고 있다. 광화문의 세월호 유가족을 압박하고 교황의 언행에 애써 무심할 뿐만 아니라, 낮은 곳의 민중들과 교황을 떼어놓으려 경호라는 핑계를 대고 있다. 박근혜 주변의 권력자들 중 다수는 교회에 적을 두고 신의 자녀라고 자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진정 양심이 있다면 교황을 마주할 자격이 있는지 자문하기 바란다. 박근혜 정권은 낮은 데로 임하려는 교황을 기만하고 가로막지 말라! 광화문 농성장 압박으로 교황의 방한을 더럽히지 말라!

 

 

2014. 8. 12.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CLOS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