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정부의 ‘장년고용 대책’은 기업의 해고부담 덜어주는 ‘정리해고 지원 대책’
정리해고 기정사실화 한 사후약방문, 해고방지 대책은 저임금 요구뿐
해고는 능력부족 탓? 고용을 빌미로 임금체계 개악 시도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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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정부가 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소위 ‘장년고용 종합대책’이란 걸 발표했다. 주요내용은 평생현역 준비, 주된 일자리에서 오래 일하기, 구직자 취업지원, 사회공헌 일자리 확충 및 연금제도 개선‘ 등인데, 실제 내용은 애써 꾸민 포장과는 사뭇 다르다.
정부의 이번 대책의 본질은 한마디로 기업의 해고부담을 덜어주는 ‘정리해고 지원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장년층 노동자의 고용안정에 초점을 맞춰서 정리해고의 요건을 강화하고 실제로 정년을 보장하는 등 무책임한 해고를 제한하기는커녕, 반대로 구조조정 등 조기퇴직 풍토를 기정사실화하여 고착시킬 뿐만 아니라, 지원이라는 미명 하에 해고에 따른 기업의 사회적 부담을 덜어주는 대책인 것이다. 이로 인해 오히려 기업의 조기퇴직 풍토는 더욱 조장될 것이며 해고된 장년노동자들은 정부지원이 있다는 미명 아래 인턴직 등 불안한 비정규직 일자리를 전전하다가 결국 퇴직하게 될 것이다.
생애경력설계나 대‧중소기업 인재교류 프로그램 등 생소한 대책들은 그 실효성의 근거가 불충분하여 자의적이거나 부차적이다. 먼저 생애경력설계나 훈련‧취업알선 대책은 조직 퇴직의 요인을 기업의 책임이 아닌 노동자 개인의 준비나 능력부족 탓으로 여기는 무책임한 관점에서 기인한다. 이는 신자유주의적 관점의 특징이며 잘못된 구조를 개선한 후 개인의 노력을 지원하기보다는 개인에게 전적으로 그 책임을 물어 ‘평생 스펙쌓기’ 등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매우 낯선 대중소기업 인재교류 프로그램 또한 경쟁과 배타성을 기본으로 하는 기업관계의 본성 상 현실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우월한 지위에 있는 대기업이 해고의 부담을 중소기업으로 떠넘기는 부작용이 충분히 예상된다. 더불어 현재의 기업문화에서 노동자의 자발적 의견이 청취되고 반영될 여지 또한 전혀 없으며 오히려 노동자의 불안만 가중시키게 될 것이다.
이번 대책의 가장 민감하고 해악적인 요소는 고용을 빌미로 임금체계를 직무‧성과급 체계로 개악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주된 일자리에서 오래 일하고 싶으면 임금을 깎든가(임금피크제) 개악된 임금체계(직무‧성과급)를 받아들이라고 압박할 계획이다. 이는 자본의 숙원 목표로서 고용보장이라는 노동의 약점을 이용해 저임금 경쟁체제를 도입하려는 것이다. 또한 노후대책에 있어서도 공적연금 등 노후복지를 확대‧강화하기 보다는 사적퇴직 연금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함으로써 국가의 책무를 저버리고 노동자 개인 등 민간에게 노후빈곤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결국 장년‧노령층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은 정부의 미봉책을 빌미로 더욱 심화되고 그들은 값싼 인력으로 전락한다. 결국 노동자들은 청년시절엔 실업자와 알바로 떠돌다가 느즈막히 취업을 하더라도 비정규직이고, 정규직조차 조기퇴직의 압박에 시달리며 노후엔 싸구려 인력 취급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노동의 생애는 결국 노동시장 전반의 하향평준화를 의미하며 저임금 노동체계 확산을 의미한다. 정부의 이번 장년 고용대책은 이러한 노동빈곤 체제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았다.
2014. 9. 24.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