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비정규직 고통 확대와 양산이 비정규직 대책인가!
- 비정규직노동자 노사정위 전문가그룹 논의안 규탄, 13일 집회 개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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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노동자 당사자와 함께 미조직 비정규직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특별위원회는 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혁특위의 “전문가 2그룹 논의 결과”에 누구보다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을 2년에서 4년으로 확대, 파견규제 완화, 사내하도급법을 제정 등 공익을 가장한 전문가그룹의 의견은 박근혜 정부의 비정규직 대량 양산정책을 베껴 쓰는 것을 넘어서 더 악화된 내용을 ‘전문가 의견’이라고 내놓은 것이다.
더구나 다른 개악안에 대해서는 ‘충분한 사회적 대화를 통한 입법적 해결’을 운운하면서, 유독 비정규직 문제 특히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고통을 확대하고 양산하려는 대책에 대해서는 박근혜 정권과 노사정위 전문가그룹 모두 당장 밀어붙이자고 하고 있다. 노사정위 논의는 당사자들의 요구를 충분히 수렴하여 민주적 절차에 의해 사회적인 합의를 만들어가야 함에도, 현재 진행되는 노사정위 논의는 정부 정책을 동어반복하면서 사용자 편향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박근혜정부의 들러리로 전락한 노사정위가 논의를 중단하고 비정규노동자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한 올바른 논의 틀을 구성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상시지속업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좋은 일자리 창출을 하겠다고 했던 공약을 반드시 지킬 것을 거듭 촉구하면서, 노사정위원회 비정규직 관련 전문가그룹의 의견에 대해 비정규직 노동자 당사자의 심정을 담아 다음과 같은 규탄 입장을 밝힌다.
첫째,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자는 박근혜 정부와 전문가그룹의 대책은 기만적인 근거로 가득 차 있다. “현행법상 2년의 사용기간 제한으로 인해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불안이 발생”하기 때문에 사용기간을 늘리자는 것은 10년 전 기간제법 제정 당시의 논란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당시 2년 기간제한을 두면 2년을 채우지 않고 집단 해고가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바로 민주노총이었다. 때문에 민주노총은 기간제한이 아니라 사용사유 제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때마다 “이 법은 2년 만에 해고되는 법이 아니라 2년 뒤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법”이라며 끝내 강행통과를 시킨 것이 바로 당시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즉 지금의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 법이 “2년 만에 해고되는 법”이라고 인정은 하면서 오히려 기간을 4년으로 더 늘리자는 것은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기간제 2년 제한의 문제점을 뒤늦게라도 인식했다면 2년이 지나 해고하는 사용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제도화 하고 사용사유 제한을 법제화 하는 것이 올바른 해결방향임에도 또다시 기간제 기간만 늘리자는 것은 비정규직의 고통만 연장할 뿐이다.
둘째, 기업들이 비용이 많이 들어서 정규직화를 꺼려하니 임금체계 개편으로 보상해줘야 한다는 발상 또한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사무보조, 도서관사서, 비서 등의 경우 직무의 내용이 표준화되어 있어 숙련 또는 연공에 따른 업무차이를 가정하기 어려워 연공급을 적용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주장인데, 대부분 교수이자 연구소 수석 연구원 출신인 공익전문가들의 인식이 어느 수준인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들은 비서나 도서관 사서, 사무보조 업무가 ‘하찮은 일’이라고 폄하한다. 정부가 청소와 시설관리 업무를 ‘단순노무직’으로 규정하여 저임금비정규직으로 차별하려는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엄연한 전문직임에도 사무노동자와 사서 등의 임금을 저하시키고 고용불안정을 조장하기 위한 억지일 뿐이다.
셋째, 간접고용노동자 고용에 대해 적절한 규제방안을 추진하자면서 청소, 용역, 시설관리 등의 업무에 대해서는 적용제외 방안을 검토하자는 주장도 어처구니없다. 이는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해마다 용역업체변경에 따라 고용을 갱신해야 하는 용역노동자의 극심한 고용불안은 전혀 보장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청소, 용역, 시설관리 업무는 영원히 파견, 도급, 하청 등 간접고용으로서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살라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원하청 상생협력 및 동반성장’으로 포장되어 있는 간접고용 양산대책을 강조해서 지적하고자 한다. 겉으로는 마치 하청에 대한 원청의 지원을 끌어내는 것처럼, 원청과 하청이 서로 손잡고 경제활성화를 향해 가는 대책인 것처럼 미화하고 있지만, 은폐된 본질은 재벌들이 가장 절실히 원하는 비정규직 양산대책, 불법파견 합법화대책이라 할 것이다. 전문가그룹이 내놓은 대책에 따르면 원청이 하청업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 자연스럽게 협력업체 노동자 임금도 상승하고, 임금상승은 소비진작과 경제활성화로 이어져 다시 원청이 하청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말만 보면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 “원청의 하청에 대한 투자 지원을 불법파견 징표에서 배제”하겠다는 박근혜 정권의 비정규직 종합대책과 결합하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와 LG 등 재벌 사업장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불법파견을 합법화시켜주는 논리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재벌지원 종합대책’이라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LG유플러스 협력업체 기사가 되면 입사하자마자 중부권에 위치한 LG 원청의 연구원에 가서 2박 3일 교육을 받아야 하며, 정기적으로 스킬업(Skill-Up) 교육을 받는다.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 기사들의 경우 ‘그레이드’ 제도를 두어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원청 기술교육원에서 실시하는 교육을 얼마나 이수했는가에 따라 1단계부터 5단계까지 등급을 매긴다. 이 등급에 따라 분기별로 협력업체 기사들에게 원청이 직접 그레이드 수당을 지급한다. ‘마스터’라 불리는 그레이드 5의 경우 거의 100만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두 원청이 책임지는 기술교육인데, 정부 대책대로라면 이는 불법파견 요소가 아니라 ‘원하청 상생협력’의 모범이 되고 만다.
박근혜 정권의 비정규직 종합대책, 그리고 전문가그룹이 내놓은 대책 모두 이런 방식으로 원청의 하청업체 직접관리를 합법화시켜주려 한다. 이는 원청의 불법파견 징표를 제거해주기 위한 꼼수다. 원청이 하청업체 노동자를 직접 관리하고 감독만 할 것이 아니라 고용도 원청이 직접하면 간단하게 풀릴 문제를 노사정위원회가 쓸데없이 비틀기만 하고 있다. 최소한 하청노동자들의 교섭 요구에 원청이 의무적으로 응하도록 노조법 2조 개정부터 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 아닌가! 그런데 전문가그룹은 하청노동자들이 ‘원청의 노사협의회에 참여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자면서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무시하는 말도 안 되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특별위원회는 기만적인 전문가그룹 논의결과를 규탄하며,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력투쟁을 조직하여 박근혜정부의 비정규양산대책을 폐기시킬 것이다. 사내하청 공동파업, 대학 청소․경비․시설관리 노동자의 집단교섭과 공동파업, 학교 비정규 노동자들의 총파업, 건설노동자들의 총파업이 이미 예고되어 있다. 오는 13일에는 노사정위원회의 기만적 논의를 규탄하는 집회로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분노를 보여줄 것이다. 박근혜 정권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비정규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비정규 노동자들의 고통을 연장하고 가중시키는 기만책일 뿐이다. 즉각 철회하라!
2015년 3월 11일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특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