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반복되는 폭발 산재사고, 또 하청노동자 사망.
정부는 언제까지 방치할텐가
7월 3일 오전 9시 경 한화케미칼(주) 울산2공장 폐수처리장 폭발 사고로 노동자 6명이 사망했다. 올해 6월까지 화학물질 누출 또는 폭발사고는 12건이나 되며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10여 명이다. 이번 사고까지를 합하면 사망한 노동자는 15명에 달한다. 보도에 따르면 원청인 한화케미칼이 작업 전 폐수조 상부 가스 측정은 했지만 하부콘크리트 저장소는 안전하다고 판단해 잔류가스를 측정하지도 않고 작업을 허가했다고 한다. 이번에도 안전점검 부실이 원인인 것이다.
더 개탄스러운 것은 안전대책 부실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지난 4월 30일에도 가스누출로 노동자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당한 사고가 SK하이닉스에서 발생했다. 이 사고 이전에도 SK하이닉스에서는 작년 7월부터 2차례나 가스누출 사고로 15명 부상당하는 사고가 있었다. 그럼에도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으며, 특히 사측이 산업재해 신청도 하지 않았지만 노동부는 어떠한 권고나 징계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3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이는 인재 그 이상이며, 명백한 살인행위다. 또한 산재사망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살인 방조나 마찬가지다. 산재사망은 줄일 수 있다. 책임과 처벌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최소한 반복되는 사고는 막을 것이다.
한편 오늘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 6명은 모두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다. 이 죽음의 차별 또한 반복돼 온 현실이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원청은 도급작업에 대한 안전보건 조치의 일환으로 위험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제공 의무가 있으나, 이번에도 하청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정보가 제공되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상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원청의 안전보건 의무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이러다보니 하청노동자는 이중 삼중으로 사고 위험에 처하게 된다. 산재사망자 중 하청 노동자의 비중은 2012년 37.7%에서 2014년 6월말 기준 39.7%까지 증가됐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위험한 작업에 더 내몰렸음을 방증한다. 소중하지 않은 목숨이 없지만, 비정규직은 안전에서마저 차별받고 있다. 가장 위험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원청 사업주의 책임을 산업안전법에 명시하여 분명히 책임을 묻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산재사고에서 철저한 사후조사도 매우 중요하다. 2013년 6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여수 대림산업 공장 폭발 사고 당시, 원청인 대림산업은 노동자들이 임의로 작업했다고 주장하며 사고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려 했다가 검찰조사 결과 원청이 작업허가서를 조작했음이 드러난 사실이 있다. 오늘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도 원청인 한화케미칼이 제대로 안전조치를 준수했는지 정확히 조사해야 한다. △화기작업허가서 안전절차 준수 여부, △잔류가스 완전 퍼지 규정 준수 여부 △안전관리자 입회여부 △산업안전법 제29조에 따른 도급사업 시 안전보건 조치 등, 어느 하나도 소홀해선 안 된다. 같은 산재사고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제대로 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중요하다.
또한 이번 사고 현장 인근에 초등학교, 중학교, 아파트가 있었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 다행히 현재까지 지역주민 피해는 접수되지 않았지만 산업현장의 안전이 지켜지지 않을 때 시민안전도 위협받는 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일터는 살기위해 일하는 곳이다. 그런 일터에 죽음이 횡행하고 방치되는 현실은 무엇보다 끔찍하다. 민주노총은 이번 사고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한화케미칼 사업주 처벌, 산재사망 처벌 강화를 요구하며, 이를 관철하기 위한 기업살인법 제정 등 강력한 투쟁을 계속할 것이다.
2015. 7. 3.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고자료>
2015년 현재 화학물질 화재 폭발 누출사고 현황
번호 | 발생일 | 사고물질 | 지역 및 회사 | 인명 피해 |
1 | 2015.1.12 | 질소 | 파주,LG 디스플레이 가스누출 | 사망 2명, 부상 4명 |
2 | 2015.1.30 | 포스겐 | 여수, 엘지화학 가스누출 | 부상 5명 |
3 | 2015.2.14 | 이산화탄소 | 경주, 코오롱호텔 누출 | 사망 1명, 부상 6명 |
4 | 2015.2.26 | 염소 | 광주, 과학기술원 실험실 폭발 | 부상 4명 |
5 | 2015.3.17 | 산화에틸렌 | 여수, 아이씨케미칼 폭발 | 부상 3명 |
6 | 2015. 3.18 | - | 이천, SK하이닉스 누출 | 부상 13명 |
7 | 2015.4.24 | - | 울산, 현대중공업 부근 누출 | 대피 200명 |
8 | 2015. 4.30 | 질소 | 이천, SK하이닉스 누출 | 사망 3명 |
9 | 2015.5.4 | 질소 | 아산, 가스생산업체 폭발 | 사망 1명, 부상 1명 |
10 | 2015. 5.20 | 핵산 | 군산, 제조업체 실험실 폭발 | 부상 3명 |
11 | 2015.6.2 | PEC | 안산, 세민도장업체 질식 | 사망 2명 |
12 | 2015.6.22 | 실레인 | 군산, OCI공장 누출 | 부상 1명, 부상 12명 |
13 | 2015.7.3 | - | 울산, 한화케미칼 | 사망6명, 부상 1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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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망자 수 : 15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