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회장님 석방 탄원서이자 특혜정책 민원서류, 30대 그룹 사장단 공동성명
자본, 그들은 항상 아무리 많이 가져도 어렵고 힘들다 한다. 그들의 교시는 늘 그렇게 경제위기로 시작된다. 어제 발표한 30대 그룹 사장단의 공동성명도 그랬다. 그들이 힘들면 당장 호구지책이 불안한 노동자와 서민만 하겠는가. 죽어라 일을 시키면 진정 일하다 죽든가 버려지는 비정규직의 삶보다 고달픈가 말이다. 이들 노동자 서민의 불안과 고통이야말로 진정한 경제위기다. 이 위기와 그 대책을 말하지 않는 위기설은 대개, 책임성의 발로이기보다는 탐욕의 실현을 위한 포석에 가깝다.
30대 그룹 사장단 공동성명은 오히려 무책임하다. 성명으로 토로한 취업난은 고용을 줄여 이윤을 확보하려는 자신들의 후진적이고 비인간적인 경영의 결과다. 또한 세계경제 등 외부 경제 여건에 대처하지 못하는 것 역시 후진적 경영과 결부된 무능의 소치로서, 정부와 국민들에게 뭘 더 달라하기 전에 스스로 돌아볼 문제다. 그럼에도 경제민주화 요구를 탓하고 비리를 저지른 기업인에 대한 수사를 탓하고 있으니, 반기업 정서는 자업자득이 아닐 수 없다.
이번 30대 그룹 사장단 공동성명의 목적은 잠시 주춤하는 재벌 배불리기 경제정책의 위상을 높여 힘을 싣는 한편, 이윤독점을 위한 제도적 특혜를 확대하고, 노동시장 구조개악 등 소위 “기업규제 완화”를 신속하게 추진하도록 정부와 국회를 압박하는 것이다. 나아가 경영권 독점을 위해 제도를 보완하는 한편, 범죄비리로 구속된 기업인들의 광복절 사면까지 받아내는 것이 또 하나의 핵심 목적인데, 따라서 이번 공동성명은 사실상 회장님 석방 탄원서라 불러 마땅하다.
저들은 탄원서를 제출하며 투자와 일자리창출로 민생에 대한 책임을 이행하겠다고 했지만, 철지난 구색이자 립-서비스에 불과하다. 더욱이 전통시장 살리기, 국내 여행 가기 캠페인, 외국 관광객 유치 등에 앞장서겠다는 책임감은 적반하장의 절정이었다. 전통시장 상권을 잡아먹은 게 누구고 범접할 수 없는 해외사치의 최고봉이 누군가. 특히, 외국 관광객 유치에 앞장선다는 다짐에선 중소영세업체 관광시장까지 잡아먹고 9일 발표된 난개발(전국 산 70%의 꼭대기에 위락시설 개발) 정책도 한껏 누리겠다는 의지마저 보인다.
명품을 휘두르고 품격을 가장한 자본의 탐욕과 지배야말로 공동체의 최대 적이며, 위기의 핵심 진원지다. 장시간 저임금노동과 비정규직 양산, 중소영세업체에 대한 부당한 지배, 정경유착, 특혜와 비리, 불노소득에 대한 욕망 등 그들의 폐해는 이루 열거하기도 힘들다. 공동성명에서 한껏 점잔을 빼고 번들번들한 말로 감추려했지만, 본성과 민낯은 여전히 역력하다. 언제쯤 온전히 반성하고 함께 살고자 변화할 것인가.
2015. 7. 10.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