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제20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부쳐
오늘 꿈에서만 수만 번 잡았던 손, 금강산에서 이산가족이 상봉한다.
일제 식민지배로부터 해방되면서 우리 민족은 사람의 한 생과 같은 70년 동안 허리가 부러진 채 가족과 헤어져 편지는커녕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고통스런 세월을 살았다.
남과 북의 이산가족이 저마다의 핏줄을 찾고 만나기 위해 금강산으로 향하는 오늘, 따뜻한 마음으로 큰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며칠 뒤 70년 만에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헤어질 때 눈물을 쏟고, 기약 없는 헤어짐에 온 몸이 펄쩍뛰는 그 고통을 보며 눈물을 흘릴 것을 안다. 과연 우리는 그 고통을 알기나 할까? 이산가족의 아픔을 아는 척, 이해하는 척하는 것은 아닐까?
1985년부터 시작된 이산가족 상봉은 가장 기초적이며 인도적 사업이기에 남북관계가 본격적으로 개선되기 전부터 추진되었으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남북 당국이 아닌 적십자를 통해 추진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간 정치적 갈등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이산가족 상봉은 부침을 거듭해왔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은 북측 97명 남측은 90명으로 80세 이상이 176명으로 부부나 부자간 상봉보다 형제, 자매 혹은 3촌 이상의 만남이 압도적으로 많다. 너무 많은 1세대 이산가족이 뼈에 사무치는 그리움을 가슴에 묻고 세상을 떠났음을 의미한다.
지난 시기 이산가족 상봉조차 막아선 남북간 ‘정치적 상황과 남북 갈등’은 사실상 각각의 정치적 성향에 따른 매우 주관적이고 편의적으로 해석되었다. 그 결과 수 십 년간 손꼽아 만날 날을 기다려왔을 수많은 이산가족이 꿈에 그리던 가족을 만나 보지 못한 채 저 세상으로 떠나고야 말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정치적 상황과 갈등’은 이산가족 문제와 더불어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합의조차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남북관계는 지난 8년째 답보 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인 금강산관광은 중단된 지 오래고, 개성공단 역시 1단계 개발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남북관계를 파탄내는 대북전단 살포 역시 방치됨으로써 군사적 긴장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되었고,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마저도 겨우 맥을 이어가고 있다.
남과 북은 6.15 공동선언을 통해 우리 민족의 힘으로 자주적 통일과 방안을 합의한 바 있다. 또한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법률적, 제도적 장치들도 정비함으로써 남북 경제번영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여 평화와 통일의 길을 안내한 10.4선언이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지켜졌더라면 남북관계는 정치적 타산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평화와 통일을 향해 전진해왔을 것이다. 노동자들은 남과 북이 합의한 6.15 공동선언, 10.4 선언 이행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길에 앞장 설 것이다.
이제라도 이산가족 상봉의 재개는 분명 환영할 일이다. 나아가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남북의 만남은 그 자체로 온전히 담보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난 8월 어렵게 합의한 남북고위급긴급회담 합의는 어떤 경우에라도 온전히 이행해나가야 한다. 우리 노동자들은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를 성공적으로 성사시켜 민간자주 교류의 물꼬를 트고, 가장 앞장서서 남북고위급긴급회담 합의문을 이행하고 실천해나갈 것이다. 남북고위급긴급회담 합의 내용대로 이산가족 상봉, 민간교류의 활성화, 당국자회담을 통한 조건 없이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정치적 상황과 남북 갈등’ 문제를 뛰어 넘어야 한다. 인도적 사업의 재개, 비정치적인 분야의 만남, 갈등과 긴장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최소의 조치로 이루어진 합의문은 남북간 대화의 장을 열고 상호 이해와 신뢰의 기반, 평화와 통일의 토대를 쌓아나가게 될 것이다.
민족의 화해와 단합, 평화와 통일은 우리 노동자뿐만 아니라 이 땅에 발 딛고 살아가는 모든 민족 구성원에게 해당되는 가장 절실한 요구 중의 하나이다. 오는 10월 28일부터 31일까지 평양에서 개최되는 [민족의 화해와 단합, 평화와 통일을 위한 남북노동자축구대회]는 평화와 통일을 향한 전체 노동자, 민중의 염원이며 의지이다. 우리는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가 8월 고위급회담 합의문을 이행하고 나아가 남북 당국간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주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 확신하며,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모든 정성을 다해 준비할 것이다.
전쟁은 평화를 가져오지 못한다. 전쟁무기를 손에 쥐고서는 정치적 문제와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 강조하건데, 남북 노동자들의 통일축구는 통해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 통일의 새로운 흐름에 마중물이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따뜻한 환영의 인사를 보내며, 그들의 가장 오랜 바람인 화해와 단합, 평화와 통일의 시대를 열어내기 위한 길에 언제나 함께 할 것을 약속한다.
2015.10.20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