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번지수 틀려 헤매는 저출산 대책에 탐욕 보태는 경총
정부여당이 내놓은 저출산 대책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학제 기간을 줄이면 취업연령이 빨라지고 그러면 출산도 많아진다는 피상적 단순논리가 정부 대책이란다. 단체미팅 주선 대목에선 청년들은 아예 냉소했다. 새누리당은 “만혼추세와 소모적 스펙쌓기로 청년들의 입직 연령이 계속 높아지는 게 저출산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진단이 저급하다. 만혼, 스펙쌓기, 늦은 취업과 저출산, 이들 현상은 모두 고용불안과 나쁜 일자리가 그 원인인 결과인데, 결과들을 놓고 원인과 결과 골라내려니 대책이 번지수를 잘못 찾아 헤매는 것이다.
여기에 말을 보탠 경총은 한 술 더 뜬다. 오늘 경총포럼에서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으로 능력 있는 사람이 노동시장에서 오래 일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면서 “기업하기 좋은 여건과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당하고 교활하다. 쉬운 해고와 성과강요, 기업편향 정책인 노동개악을 저출산 문제의 해법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능력” 운운하는 게 얼핏 합리적으로 들리지만, 진실은 말의 이면에 있다. 경총은 저출산을 핑계로 ‘기업이 멋대로 정한 능력기준에 미치는 사람만 일시키고 못하면 쉽게 해고’하는 ‘기업에만 좋은 여건’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기업이 강요하는 능력을 갖춰야 애 낳을 자격이 있고, 기업하기 좋아야 자식 낳기 좋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박근혜 정부는 재벌 등 거대기업 집단의 집사를 자처하고 있다. 알아서 일꾼들을 다그쳐주는데 경총은 뭘 더 바라는가. 탐욕을 보태 비난 자초하지 말고 안락의자에 앉아 계산기나 두드리며, 노동개악으로 챙길 이익이나 계산하길 바란다.
2015. 10. 22.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