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고용조정 칼춤을 멈춰라
- 재벌 배불리고 노동자 죽이는 구조조정 중단하고 총고용을 보장하라
총선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구조조정 칼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이미 작년부터 ‘선제적 리스크 관리’라는 이름으로 추진된 구조조정이 여야정 협의체 모양새를 갖추며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정부와 여당이 총선 패배를 만회하고 노동개악 동력을 회복하기 위해 구조조정 고삐를 다잡는 것이야 뻔히 예상된 수순이라 하겠다. 하지만 ‘노동개악 저지’ 민심을 등에 업고 다수의석을 확보한 야당이 노동자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조정에 대해 근본적 대안 제시도 없이 그저 ‘유능한 경제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선수치고 나서는 것에 대해 노동자들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의 구조조정은 단순히 한두 개 부실기업 차원이 아니라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오랫동안 수익성의 위기와 국제경쟁에 노출된 산업-업종 차원의 재편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3-14년간 건설·금융 등 업종의 대기업·중견기업에서만 3만 명 이상의 노동자가 ‘희망퇴직’ 등의 형태로 소리소문 없이 해고됐다. 2015년부터는 조선·해운·건설·철강·석유화학 등 한국의 수출을 주도했던 제조업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조선업종의 경우 소위 국제 경쟁력을 갖춘 1-2개 재벌 대기업 위주로 업종 전반을 재편하는 구조조정이 지난 수년간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재벌 독식구조의 강화와 함께 경제위기와 경영실패의 책임을 모조리 노동자가 떠맡는다는 점이다.
이미 2009년 이후 중형급 이하 조선소들이 부도, 법정관리, 폐업, 매각 등의 절차를 통해 대거 퇴출되거나 사라지고 이른바 ‘빅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와 일부 중형급 조선업체 위주로 재편됐다. 그런데 이 ‘빅3’ 업체들마저 지난 수년 간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경영진의 오판과 과욕으로 수조원대의 막대한 손실을 경험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업계 세계 1위인 현대중공업에서 2014년 말부터 수천 명이 잘려나갔고 올해에도 3천 명 이상의 노동자 해고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해양사업부 중심으로 대규모 부실이 드러나자 대규모 고용감축을 진행하고 있으며, 양사간 인수·합병 얘기도 들려온다.
조선 업종에서도 특히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심각한 고용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해양플랜트 부문에서는 지난 5년간 약 3만 7천명 정도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증가했는데, 거제의 대우조선·삼성중공업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일하는 2만명 이상의 노동자, 울산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일하는 1만5천여 명의 노동자들이 당장 거리로 내몰릴 형편이다. 이들은 대개 이전에 중형 조선소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다 대형 조선소의 비정규직으로 취업한 노동자들로, 이제는 비정규직 일자리마저 박탈당해 실업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까지 경영진이 경제위기와 경영실패의 책임을 졌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단적으로, 작년 국정감사에서 대우조선해양 전현직 최고경영진들은 “수조원대의 부실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말만 되풀이 하며 책임 회피에 급급했고, 이를 감독해야 할 의무를 지닌 산업은행도 부실이 심화되는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음이 드러났다. 이러한 경영진과 국책은행의 과오를 왜 노동자들이 전적으로 부담해야 하는지 정부와 정치권은 똑똑히 답해야 할 것이다.
경영진의 책임을 묻고 대량해고를 방지할 대책을 내놔야 할 정부는 오히려 ‘선제적 리스크 관리’ 또는 ‘산업경쟁력 강화’라는 명목으로 자본의 경영상태와 상관없이 산업재편과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 이른바 ‘원샷법’으로 알려진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은 재벌 대기업 중심으로 업종 전반을 재편하고 자본에게 손쉬운 구조조정을 허용하려는 정부의 의도가 담겨있다. 또한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노동개악, 특히 지침 형태로 시행되고 있는 ‘쉬운 해고’제의 경우 실상 정리해고의 ‘간소화’를 의미하는데, 본격적인 기업 구조조정에 앞서 인력을 상시적이고 용이하게 감축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또 정부는 ‘구조조정 실시여부는 쟁의행위 대상이 아니’라며 구조조정과 해고에 맞선 노동자들의 저항을 불법으로 매도, 미연에 봉쇄하려 하고 있다.
분명히 말한다. 정부와 자본은 경제위기와 경영실패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떠넘기는 구조조정을 즉각 중단하라. 기업 경영상의 위기, 나아가 국민경제의 위기를 초래한 기업과 경영진에게 우선 책임을 묻고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장할 대책을 우선 마련하라. 야당에게도 경고한다. 진정한 수권정당, 대안정당이 되려면 정부 여당의 재벌 배불리기 구조조정에 동참하지 말고 노동자들의 고용보장과 고용안정, 사회안전망 확충에 대한 근본적 대안을 제시하라.
민주노총은 정부와 자본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저지하고 총고용을 보장하기 위해, 나아가 노동자를 살리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법 제도 개선을 위해 모든 시민사회와 함께 힘과 지혜를 모을 것이다.
2016. 4. 22.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