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한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
- 민간 파급효과 넘어, 실질적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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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은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함으로써 공공부문 비정규직 해소와 처우개선에 대한 실효성이 극히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대책의 첫 머리에서부터 ‘비정규직 활용의 불가피’함을 토로했다. 정부는 지난 9월 9일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하면서도 비정규직 사용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당시 정부는 경기 변동을 그 이유로 들었다. 민주노총은 동의하지 않지만 “민간부문의 비정규직은 그럴 수도 있다.” 경기 변동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근대경제학의 틀로 보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나라가 경기 하강기에 민간의 고용 여력이 떨어지면 이를 공공부문이 대신한다. 특히 한국처럼 공공부문의 고용률이 낮은 나라에선 공공부문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고용 확대가 필수적이다. 정부 스스로도 “행정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이번 대책의 기본 방향으로 삼지 않았는가.
정부의 이번 대책은 200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재탕에 불과하다. 정부가 각론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수준의 미흡함과 불합리한 관행을 지적했지만, 이를 전면 해소할 의지는 없어 보인다. 복지포인트나 경력 인정 등 불합리한 관행을 일부 개선하는 게 대부분이다. 정부는 2007년 대책에서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정규직 고용’을 명시했지만 온전한 정규직이 아니라 ‘무기계약직’이라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쯤에 어중간하게 위치한 ‘중(中)규직’을 만드는 수준에 그쳤다. 무기계약직은 고용은 정규직과 같지만 임금 및 처우 등 각종 노동조건은 비정규직에 다름없다.
정부가 말하는 ‘상시‧지속적 업무’ 역시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일례로 백번을 양보해 금융회사에서 청소업무는 ‘상시‧지속적 업무’가 아니라고 우길 수 있지만, 지자체 등 공공부문에서 청소업무는 그 자체가 지자체의 존재 이유다. 따라서 공공부문에선 상시‧지속적 업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거의 없다. 정부 스스로도 이런 기간이 정해진 업무는 연구용역발주 등으로 해결하고 있지 않는가. ‘사무보조’, ‘업무보조’라는 이름으로 광범위하게 늘어난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실제 업무에서 정규직과 동일한 일을 하고 있다.
새로 발표한 용역계약제도 개선 등 외주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 역시 민주노총이 수년간 계속 요구해온 내용이라 특별한 것이 없다. 민주노총은 이미 정부를 상대로 기획재정부와 조달청의 회계예규 일부 개정을 요구해왔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대책의 결론으로 “노사가 양보 협력을 통해... 사회통합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간부분에 대한 파급효과는 무책임하게 가능성만 운운할 게 아니라, 실질적인 제도의 마련으로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선도하는 것이 진정 정부의 역할임을 명심해야 한다. 공공부문이든 민간부문이든 비정규직에게 정부는 제3자가 아니다. 정부 스스로가 선량한 사용자의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모든 사용자에 대한 책임도 촉구해야 할 것이다.
2011. 11. 28.